‘감사원 vs 금감원’ 아귀다툼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0.23 10:50:03
  • 호수 1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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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오더 두고 알력 실세들 파워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감사원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서로에게 날이 섰다. 그동안 이들 두 기관은 사이가 유독 좋지 않았다. 특히나 이번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가 ‘감정’이 실렸다는 뒷말이 많다. 이를 두고 ‘금감원 청첩장 사건’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물증 없는 피상적인 해석일 뿐. <일요시사> 취재결과 두 기관은 전 정권서 암투를 벌이다 서로가 내상을 입은 게 악연의 시작이다.
 

감사원이 금감원을 제대로 털었다. 지난달 20일 금감원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 인사비리에 내부자 주식거래 등 각종 비위가 드러나면서 금감원은 그야말로 적폐가 됐다. 내부에선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대 위기라는 반응이다. 감사원의 지적에 수긍하는 목소리도 많다. 

보복성 의심
진짜 이유는?

하지만 일부에선 감사원이 보복성 감사를 벌였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번 감사 때 비리 명단에 오른 직원 40여명에 대한 검찰 수사 의뢰, 면직, 정직 등을 요구한 것이 ‘너무 심하다’는 것.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배경에 ‘청첩장 사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4월 감사원이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던 시기에 결혼식을 올린 여성 감사관의 결혼식 시간과 장소가 ‘알림’이란 제목으로 금감원 팩스로 보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감사원은 ‘갑질 논란’으로 곤욕을 치뤘다. 

결국 해당 여성 감사관은 감사원을 그만뒀다. 이 사건으로 독이 오른 감사원이 고강도 감사를 벌였고 감정 섞인 감사결과를 내놨다는 게 금감원과 언론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피상적인 해석이라는 게 금융권과 정관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두 기관이 원수가 된 건 전 정권서부터다. 

사건의 발단은 ‘KB금융 사태’가 불거진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 행장 간 다툼이 있었다. 또 정보유출사태와 부실대출 등의 여러 문제로 KB금융은 금감원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금감원 조사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했다. KB금융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KB금융 회장 교체를 원했다”며 “금감원과 금융위원회를 통해 임 전 회장을 찍어냈다는 게 정설이다. 이 두 기관은 사실상 한몸이었다”고 말했다. 

‘청첩장 사건’ 때문에 틀어졌다?
2014년 KB사태 당시 악연 시작    

이때 임 전 회장을 끌어내리기를 주도한 게 ‘최경환 라인’인 조원동 전 경제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임 전 회장과 조 전 수석은 재경부 시절부터 악연이 있다. 
 

임 전 회장은 경기고-서울대 상대(KS)가 아니라는 이유로 재경부 차관보를 맡은 지 4개월 만에 KS 대표주자였던 조 전 수석에 자리를 내준 적이 있다.

금감원은 KB금융에 대한 조사 후 6월9일 금융위 제재심의위원회 유권해석을 근거로 임 전 회장을 ‘중징계한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같은 날 감사원이 금감원에 임 전 회장의 주요 중징계사유인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문제 삼으며 징계 유보를 요구한 것.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감사원은 두 달 전인 3월12일부터 4월11일까지 카드사 정보유출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이후에도 2개월 동안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임 전 회장에 대한 징계통보 직전 징계 절차에 제동을 건 것. 

당시 정치권과 금융권에선 임 전 회장이 감사원에 구명 로비를 벌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실제로 임 전 회장과 김영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절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사건의 전말을 내밀하게 알고 있는 국회 관계자는 “김 전 사무총장과 임 전 회장은 오래전부터 호형호제했던 사이”라며 “김 전 사무총장 주변 사람들이 임 전 회장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감사원 사무총장 
금융위 부위원장

여기서 드는 의문도 있다. 과연 김 전 사무총장이 임 전 회장과 친분을 이유로 청와대 뜻을 거스르며 금감원과 금융위의 징계에 브레이크를 걸 만한 힘이 있었느냐다. 그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있었다고 한다. 김 전 사무총장은 감사원 내부서 실세였으며 친박 핵심인사를 뒷배로 두고 있었다.

김 전 사무총장은 새누리당 친박 핵심인 ‘이정현 라인’으로 평가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뿐만 아니라 PK 의원들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다고 한다. 

앞서 국회 관계자는 “김 전 사무총장과 이정현 의원의 인연은 18대 국회서부터 시작됐다”며 “이 전 의원이 김 전 사무총장 능력을 높게 샀다. 사무총장에 앉힌 것도 사실상 이 의원이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개입으로 임 전 회장은 한시름 놓았다. 중징계가 확정됐다면 그는 퇴진 압박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하명을 받은 금감원과 금융위도 가만있지 않았다. 금융위는 징계 절차를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징계를 주도한 사람이 정 전 부위원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부위원장은 전 정권에서 ‘금융계 황태자’로 통한 대표적인 최경환 라인이었다. 그 역시 친박계 핵심 인사와 청와대 실세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정 전 부위원장의 인사 개입 흔적도 나왔다.

감사 두고 “감정 실렸다” 뒷말
전정권서 암투 벌이다 서로 내상


2012년 말 이건호 국민은행장 인선과 정부가 최대주주인 이광구 우리은행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의 인선에 정 전 부위원장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금융권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이때 김 전 사무총장과 정 전 부위원장이 임 전 회장 징계 여부를 놓고 상당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소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들어갔다. 그 해 7월 중순 감사원과 금융위, 금감원 관계자들 8∼10명이 이와 관련해 민정수석실서 경위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도 금융위 제재심의위원회는 세 차례나 징계 수위를 번복한 끝에 9월16일 임 전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임 전 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임 전 회장은 “자진사퇴는 없으며 진실 규명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정면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가 사퇴할 생각이 없자 금감원은 임 전 회장을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서 업체 선정에 부당한 개입을 했다는 혐의(업무방해)로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원은 또 다시 응수했다. 같은 달 18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 직원 5∼6명이 금감원에 나와 KB검사 및 제재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금감원 내부에서는 ‘감사원이 뭔데 우리를 줄 세우느냐’라는 불만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감사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 전 회장은 이날 새벽 이사회서 해임됐다.  


이 싸움으로 감사원과 금감원은 내상을 입었다. 먼저 감사원은 김 전 사무총장이 이 사건 이후 사정기관의 첩보에 시달려 정치권 눈치를 많이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정 전 부위원장과 틀어진 이후 그쪽에서 김 전 사무총장과 관련 첩보를 사정기관에 많이 흘린 것으로 안다. 이 때문에 그의 운신의 폭이 좁았다”고 말했다. 

KB 회장 놓고
감정 더욱 악화

금감원은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먼저 감사원 감사로 임 전 회장 징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임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결국 금감원이 임 전 회장 찍어내려고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비난도 피할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 앞서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금감원은 자기들 선에서 임 전 회장을 끌어내릴 계획이었지만 감사원의 개입으로 실패했다”며 “청와대의 하명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검찰 고발까지 하면서 임 전 회장을 찍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과 정관계에서는 이런 감정의 골이 깊어져 드러난 게 이번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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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