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히면 병 된다’ 추석 피로 푸는 법 15

열흘간 쌓인 스트레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대의 명절 추석이 지나고 매번 우리에게 남는 것은 명절 스트레스와 피로다. 유래 없이 길었던 이번 추석연휴였기 때문에 더욱 더 걱정되는 부분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 파이팅 넘치는 삶을 살기위해 꼭 필요한 명절 스트레스 해소와 피로풀기. 그 방법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일요시사>서 알아봤다.
 

과거 대표적인 명절 스트레스 해소법은 ‘쇼핑’과 ‘여행’이었다. 쇼핑을 통해 돈을 펑펑 쓰고 여행을 떠나 모든 것을 잊으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색다른 스트레스 해소법들이 등장해 이목을 끈다.

여러 가지 
치료법 공개

▲페이퍼 커팅 = 작은 커터칼 하나로 종이를 자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 장식용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알려진 페이퍼 커팅은 세계 각국의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아래 나라마다 독특한 양식으로 발전했다. 

결혼 서약서 등 다양한 문서에 페이퍼 커팅을 사용했던 유대인들의 문화는 오늘 날 이스라엘 문화로까지 이어지고 있고 멕시코에선 ‘파펠 피카도(Papel Picado)’라는 이름의 종이 장식이 전통 민속 예술로 계승돼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소개됐다. 

이 페이퍼 커팅 방법은 간단하다. 관련 사이트나 페이퍼 커팅북에 있는 도안을 칼로 자르기만 하면 된다. 고가의 재료나 정교한 손재주가 없어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든 즐길 수 있다. 


종이를 오리며 주변의 작은 조각들을 떼어낼 때의 쾌감, 자신도 모르게 몰입할 수 있다는 페이퍼 커팅의 매력 때문에 한 번 그 즐거움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 

▲필사책 = ‘필사’란 ‘베끼어 쓴다’라는 뜻. 책의 의미를 되새기고 파악하기 위해서 내용을 옮겨적는 것을 말한다. 좋아하는 작가나 좋은 글귀 등을 자신만의 글씨체와 호흡으로 따라쓰면 된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조각 난 멘탈을 다독여줄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각광 받고 있다. 

필사는 이전에는 시인이나 소설 작가들이 글을 좀 더 빠르고 수월하게 쓰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는데 최근에는 필사책이나 좋아하는 책 등으로 필사를 하며 복잡한 생각, 어지러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컬러링 북 = ‘성인용 색칠공부’라는 으로 알려진 컬러링 북은 인쇄된 도안을 색깔펜으로 칠해주기만 하면 되는데 심신 안정의 효과가 있다. 컬러링 북이 인기를 얻으면서 다양한 도안의 컬러링 북이 등장하고 있다. 

귀여운 캐릭터나 만화부터 멋있는 건축물, 꽃이나 자연, 예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안이 있으니 취향대로 슥슥 칠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쇼핑·여행 옛말…해소법 무궁무진
‘해소방’ 야구배트 휠 정도로 인기

▲대낮 나이트 = 주부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대낮에 문을 여는 나이트가 있다. 대낮 나이트는 자녀들이 유치원과 학교를 가는 낮에 카페를 대여해 춤추고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모임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주부들이 모여 공감대도 형성하고 스트레스와 친목도모도 할 수 있어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스트레스 해소방 = 스트레스 해소를 내세워 물건들을 부수는 ‘스트레스 해소방’이 인터넷 커뮤니티서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스트레스 해소방을 찾는 고객들은 안전모를 비롯한 안전복과 야구배트, 망치 등을 제공받는다. 

이들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입장해 지정된 시간동안 금액별로 차등 제공하는 도자기, 폐 전자제품 등을 망치 등을 이용해 부수고 던질 수 있으며 방에 비치된 타이어와 마네킹 등을 때릴 수 있다. 

방문 고객들은 안전을 이유로 방에 입장하기에 앞서 안전 관련한 서약서를 작성하며 설치된 CCTV를 통해 안전에 해가 될 것으로 추측되는 행위들에 대해서는 제지를 받게 된다. 최근 개점한 한 스트레스 해소방은 “오픈 이틀 만에 철제 야구배트가 휠 정도로 많은 고객이 찾았다”며 그 인기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웃음치료 = 웃음으로 삶을 더 윤기 있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웃음 테크 등이 등장하더니 최근에는 웃음 건강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 각박해지고 웃음을 잃어가는 우울한 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작된 웃음 바람이 건강관리 분야에도 접목되기 시작했다. 

힐링과 휴식
놀아야 풀린다

삶이 무거울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 웃음이다. 오늘날 웃음은 과학적이며 체계적으로 연구되어 그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 특히 요즘은 웃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웃음의 효능으로는 엔돌핀의 생성과 면역력 증가로 인한 병의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 등이 있다. 또한 웃음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어 회사나 학교서의 인간관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울음치료 =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어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울음 요법’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는 ‘울음 치료과’가 있는 병원도 생겨났다. 환자에게 슬픈 영화를 보여주고 눈물을 흘리게 유도한다. 

실컷 울고 난 환자들은 혈액순환이 잘돼 몸이 나른하고 개운하다. 치료 효과가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서도 최근 눈물 치료가 주목 받고 있다. 암 대체의학 치료 전문 대암클리닉 이병욱 박사는 메스를 내려놓고 환자들에게 눈물 치료를 하고 있다. 그는 “울지 않으면 장기가 대신 운다. 울어야 산다”고 눈물을 강조한다.

▲마음 챙김 명상법 = 수면 클리닉과 스트레스 클리닉서 마음 챙김 명상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음 챙김을 제대로 하면 수면과 스트레스뿐 아니라 통증이나 외로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마음 챙김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현재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는 하지만 이런저런 비판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 챙김의 역사는 비교적 오래됐다. 


최근에는 매사추세츠대학의 존 카밧 진이라는 교수가 1994년에 쓴 책 <Wherever you go, there you are>, 1995년 베트남 승려인 틱 낫한(Thich Nhat Hanh)이 쓴 책 <Living Buddha, Living Christ>서 마음 챙김에 대한 자세한 기술로 불이 붙은 후 이제는 마음 챙김이란 주제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매운 음식 먹기 = 스트레스가 폭식을 유발한다고들 한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식 섭취가 스트레스 완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매운맛은 우리 몸의 교감신경(신체가 위급할 때 대처하는 신경계)을 활성화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실제로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됐다. 매운맛은 뇌에서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엔도르핀은 통증을 완화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이외에도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소량 먹으면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땀 흘리며…
건강까지 챙겨

▲생선과 따뜻한 우유 = 생선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조절하고 우울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생선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포함돼있어 스트레스 호르몬을 조절하고 우울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생선은 가능한 쪄서 먹는 것이 좋고 구울 때에도 기름을 소량만 사용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따뜻한 우유는 불면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뜻한 우유에는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트립토판이라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불면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찬 우유는 오히려 소화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자제하는 것이 좋다.
 

▲저지방 요거트, 카레 =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음식은 저지방 요거트와 카레다. 저지방 요거트에는 우리 몸을 기분 좋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할 때 필요한 칼슘 및 단백질이 풍부하다. 카레는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뇌 부분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카레가 가지고 있는 커큐민 성분은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뇌 부분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야채를 많이 넣어서 먹으면 더욱 좋고 시금치를 넣게 되면 그 안에 있는 마그네슘이 두통을 완화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실내 익스트림 스포츠 = 익스트림 실내 스포츠가 떠오르고 있다. 사람은 높은 곳을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올라갔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근육 전체를 사용해야 하는 실내 클라이밍이 직장인 사이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실내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먹으면서…“웃고 울자”
과학적으로 효과 입증

‘비블럭 어반 클라이밍’ 등 실내 클라이밍장들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대중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산악 등지와 달리 인공시설물을 활용한 공간으로 안전하고 특별한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스포츠 클라이밍은 균형발달, 체력은 물론 정신력, 인내심 등도 길러 준다. 힘든 것과 비례해 성취감도 커진다. 

▲VR = 첨단 과학 및 기술이 발달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VR(Virtual Reality)이란 단어는 친숙한 단어로 들려온다. VR산업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으며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다양하고 두터운 고객층이 확보돼있기에 VR 분야는 사업의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얼굴을 때리는 바람까지 그대로 재현한 VR 롤러코스터를 타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무에타이 = 스트레스 해소도 되면서 체력도 키우고 재미도 있는 직킥복싱 무에타이를 추천한다. 요즘 격투기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면서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킥복싱 무에타이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 운동이다.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적당한 방법이 없던여자들이 더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복싱 동작과 킥동작으로 타격 동작을 반복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리고 운동에 집중하면 다른 생각 없이 머리와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클레이 사격 = 클레이 사격은 공중으로 날아가는 표적을 산탄총으로 쏘아 맞히는 스포츠다. 표적으로 사용되는 클레이 피전은 흙으로 빚어서 구워 만든 것으로 지름 11㎝ 크기의 원반형 모양이다. 

클레이 사격에 사용되는 산탄총은 흔히 말하는 샷건(shotgun)의 한 종류다. 이름 그대로 실탄을 발사하면 ‘수많은 탄알이 흩어져’ 날아가게끔 만들어진 총이다. 사격 특유의 쾌감을 잘 살린 클레이 사격은 주말이면 1500여명의 시민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올림픽 경기 중계 보는 것보다 실제 하는 클레이 사격은 정말 시원하고 통쾌하다. 클레이 사격장은 스트레스 해소에 적격이다.

최장 10일까지 휴일이 이어지는 올해 추석연휴는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 몸과 마음이 건강한 명절을 보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혼자는 기혼자대로 미혼자는 미혼자대로 취업준비생은 취업준비생대로 추석 연휴는 각종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한만큼 서로를 안아주는 가족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여유로운 시간을 충분히 즐겨야 하는 연휴에 가족이라는 이유로 구속하거나 간섭하기 보다는 서로간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명절에 음식을 준비하고 치우는 것은 물론 집안일에 대한 부담과 함께 아이가 없는 경우에는 친척들의 임신에 대한 관심도 기혼여성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며 “이런 경우 남편이 아내와 함께 궂은일을 함께 하고 다독여 주는 것이 정신적인 부담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각자 갖고 있는 근심과 걱정을 더욱 키우는 설교의 시간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가정의학과 교수는 “미혼자가 가장 싫어하는 명절 잔소리 1위는 결혼 성화인데 처녀, 총각들에게 보내는 과한 조언은 때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니 피하도록 하자”며 “취업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열심히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는 친척들에게도 충고보다는 따뜻한 격려를 해줘야 명절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충고보다 격려
전문적 치료도

이어 “명절이 지나고 원인 모를 두통과 메스꺼움, 두근거림, 불면 등으로 고새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며 “유례없이 긴 이번 추석에는 스트레스 없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명절을 보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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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