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속는 ‘10원 경매’의 진실

최저가 낙찰의 꿈? ”일장춘몽이로세”

최근 온라인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10원 경매가 소비자들의 혼란과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고가의 제품을 최대 9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광고글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지만 500원을 10원으로 표기해 돈의 가치를 떨어뜨려 오히려 거액을 쏟아 붓게 만든다는 것. 알고도 속는 10원 경매의 진실을 집중 취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경고한 10원 경매
500원 10원으로 표기 돈의 가치 착각

 

10원 경매에서 소비자들이 조심해야 하는 것은 10원이다. 바로 이 10원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이유에서다.
먼저 10원 경매의 경매 입찰구조는 일반 경매와 차이가 있음을 숙지하고 경매에 임해야 한다.

일반 경매는 판매자가 최초 시작가를 설정하고, 이후 판매자가 정한 기간 동안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입찰서를 제출해서 점점 가격이 높아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신 차리고 입찰해야

하지만 10원 경매는 일반적인 경매 방식과는 달리 입찰에 참여하려면 500~1000원에 이르는 입찰권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500원짜리 입찰권이 대부분이다.

10원 경매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500원 경매라고 할 수 있는 것. 따라서 10원 경매 사이트에서 1000원을 입찰해 지출했다면 실금액으로는 5만원을 지출한 것과 같다.


이렇게 구매한 입찰권으로 10원 경매에 참여, 경매가는 10원씩 올라가고 경매 종료시간까지 다른 입찰자가 나오지 않으면 최고가를 부른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한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입찰권을 따로 구입해야 한다는 점 외에 일반 경매와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낙찰에 실패했을 경우에는 다르다.

낙찰에 실패했을 경우, 입찰권을 구입했던 비용을 돌려주지 않고 낙찰 실패 소비자가 제품을 정상 판매가로 구입할 경우에만 입찰에 소요된 비용의 80~100%를 보상해주는 것. 이 조차 소비자가 구입해야 하는 정상 판매가는 시중가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이 같은 10원 경매의 입찰방식을 제대로 알지 못한 소비자들이 입찰에 뛰어 들었다가 그 비용을 반환받지 못하는 점 등이 주요 피해 사례로 남게 되는 것. 

예를 들어 10원 경매사이트에서 정상판매가격이 32만7000원인 아이팟터치 4세대를 26960원에 낙찰받았다면 표면상 약 30만원 정도의 이익을 남기고 구매한 것이 된다. 하지만 10원 경매에서 사용되는 500원의 입찰권을 생각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10원 경매는 최초 상품 가격이 10원부터 시작해 입찰가가 10원씩 올라가는 방식으로 낙찰가 26960원에 해당하는 제품이 낙찰됐다는 것은 입찰자들이 2696번 참여했다는 것과 같다. 따라서 입찰자들이 500원하는 입찰권을 2696회 구입한 셈이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실제 한 사람이 낙찰 받기 위해 여러 사람이 경매에 쏟아부은 돈은 134만8000원으로 판매가의 4배가 넘는 금액이 경매업체로 들어가게 된다.

낙찰 받지 못한 입찰자들이 입찰비용을 포기하거나 경매 업체에서 올려놓은 상품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경매업체가 챙기는 돈은 더욱 증가한다.


결국 10원 경매는 낙찰 받은 한 사람과 사이트 운영자를 제외하면 입찰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입찰구조인 셈이다.

공정위 10원 경매 경고

10원 경매를 애용하는 소비자들은 관련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경매 업체가 사기를 칠 마음을 먹고 입찰에 개입하면 개개인의 입찰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5월18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10원 경매 사이트 운영을 통해 5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김모(36)씨를 사행행위 등 규제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김씨는 자체 솔루션을 통해 실명인증 없이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 900여개의 가상 계정을 만들고 입찰금액을 높여 고객들이 입찰을 포기하면 입찰 참가비를 돌려주지 않는 등 낙찰가를 조작해 4개월간 5억여원을 챙겼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10원 경매 사이트에 대해 최근 소비자피해주의보를 발령하고, 이용약관이나 안내를 꼭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10원 경매 업체들은 약관에 판매 방식을 고지하고 있어 전자상거래 상으로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유의사항을 숙지하고 스스로가 조심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정위가 지적한 유의사항으로는 △입찰 전 보상율 확인 △상품의 정상가와 시중가 사전에 비교확인 △사업자 신원정보 공개페이지에 공개된 정보 비교확인 등이 있으며, 낙찰된 제품이 하자가 있을 경우 교환이 어려울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는 “시스템 오류 등을 이유로 한 일방적 경매취소 등 경매쇼핑몰 이용과 관련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상담센터 등 관련 기관·단체에 신고하면 피해구제가 가능하다”면서 “낙찰조작 등 사기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자료를 첨부해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신고하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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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