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④> 대목 기다린 사람들

“한 몫 잡자” 남들 놀 때 장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가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10일간의 황금연휴’가 완성됐다. 역대 최장 기간이다. 휴가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이런 와중에 명절 대목에 가장 바쁜 사람들이 있다. 이번 연휴는 그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30대 주부 한모씨는 지난해 추석 당일 올해 추석에는 해외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연휴가 긴만큼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을 대비해 미리 예약을 해놓자는 말도 나왔다. 1년 전이었지만 예약은 벌써 꽤 차 있었다. 그만큼 올해 추석연휴를 기다린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항공권 다 팔려
장거리여행 늘어

사람들은 여름휴가보다 긴 연휴에 들떴다. 저마다 휴가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지만 첫 손에 꼽히는 건 단연 여행이다. 추석 연휴 기간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국인이 13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는 명절 기준으로 최대치다. 지난해 추석(47만명), 올해 설(50만명) 연휴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여행사들은 역대 최장 기간 연휴에 휴식도 잊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여행 전문업체 모두투어 관계자는 “이미 황금연휴 기간 항공권이나 여행상품은 대부분 판매됐다”면서도 “최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선택폭이 넓어져 남아 있는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연휴가 길어진 만큼 중국, 일본, 동남아 지역 못지않게 유럽이나 미국 등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도 많아졌다.

또 명절 연휴 때 고향에서 차례만 간단히 지내고 돌아오는 길에 여행이나 나들이를 떠나는 D턴족의 증가로, 국내 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6일 금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어린이날을 포함, 주말 등 4일의 연휴가 생겼다. 이때 고궁 입장객은 전년대비 70%, 전국 고속도로 통행량은 8.6%, 철도 탑승자 수는 8.5% 증가한 바 있다. 

해외 여행객의 증가로 발생할 내수 구멍을 국내 여행객들이 일정 부분 메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면세점 업계는 추석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면세점 업계의 이번 추석 마케팅 타겟층은 내국인이다. 
 

그동안 10월1일 중국 국경절을 기점으로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몰입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사드로 인한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뚝 끊긴 점도 한 원인이지만 연휴 때 해외로 떠나는 국내 여행객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임시공휴일 지정 최장 10일 연휴
국내·외여행객수 100만명 넘을 듯


면세점 업계는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신라인터넷면세점의 경우 10월9일까지 자동차, 적립금 등을 지급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롯데면세점은 오프라인 전점에서 1달러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휴가비 현금 지원 이벤트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어려운 만큼 10일간의 연휴는 단비와도 같다”며 “업체들은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해 분주하게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연휴 기간 국내 또는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방범 문제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명절 등 연휴 때마다 기승을 부리는 빈집털이범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에스원 범죄예방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4∼2016년) 추석 연휴 기간 일어난 침입범죄가 평소에 비해 21%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원은 긴 연휴동안 장기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아 침입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명절 때만 되면 방범장치 매출이 폭등한다. 온라인에선 빈집털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손쉽게 장착할 수 있는 방범용품과 CCTV, 금고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한달간 CCTV-IP 카메라 매출이 57% 늘어났다.

CCTV-IP 카메라는 어디서나 집 안 상황을 관찰할 수 있는 가정용 방범 카메라로, 외부에서도 스마트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집을 지켜볼 수 있다. 최근 어린아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에서 설치가 증가하는 추세였는데 추석이 가까워오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방범장치 매출 증가는 매년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지난해에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방범장치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심지어 CCTV와 디자인만 동일할 뿐 실제 촬영은 되지 않는 가짜 CCTV 등 이색 방범용품도 큰 관심을 받았다. G마켓 관계자는 “긴 연휴에 대비해 가정용 방범 장치를 직접 구매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창문이나 베란다에 쉽게 설치하는 제품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집 지키는 물건을 구매했지만 반려동물이 남았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이른바 펫팸족(Pet+Family)이 1000만명에 이르는 등 반려동물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 중이다. 유통업계는 펫팸족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앞 다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반려동물 호텔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반려동물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반려동물 서비스업은 전년 동기 12%가 증가했다. 이 중 숙박·호텔업은 전체의 약 46%로 가장 많았다. 미용·화장업(32%), 장례·장의업 및 산책·돌보기업(각각 11%)보다 높은 수치다. 청주의 한 애견호텔은 명절을 열흘 정도 앞두고 있지만 예약률이 평균 50%를 넘었다.

침입범죄 기승
방범장치 불티


최근 반려동물 호텔만큼이나 인기를 끌고 있는 게 펫시터다. 펫시터는 타인의 반려동물을 위탁 받아 일정 기간 돌봐주는 사람을 말한다. 많은 반려동물을 거의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반려동물 호텔보다 맞춤형으로 돌봐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호텔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차가 없는 사람이 반려동물과 멀리 이동할 때 이용 가능한 펫미업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SK플래닛 11번가에서 추석 연휴를 맞아 펫미업 택시 서비스 이용권을 정가 대비 50%에 제공하는 등 이색상품이 나올 정도. 

차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안전벨트는 물론 배변패드 등이 갖춰져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이 주목하면서 신사업으로 떠올랐다.

반려동물과 함께 동반 여행을 떠나는 비율도 늘었다. 숙박O2O인 ‘여기어때’에 등록된 반려동물 동반 숙소는 지난해 7월 70여곳에서 올해 7월 210여곳으로 1년새 3배가량 증가했다. 반려동물 동반 호텔에서는 반려동물 베드 겸 쿠션, 식기, 물그릇, 배변판 등을 제공하고 있다. 

가평에 있는 한 펜션에는 온수풀이 구비된 애견수영장과 놀이터는 물론, 훈련 기구까지 마련돼 있어 펫팸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벌초·차례 등 명절에 직접 챙겨야 했던 일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도 점차 확대 중이다. 가족의 규모가 줄고 일정이 바빠지면서 조상의 묘 관리를 대행업체에 맡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전문가가 예초기를 들고 산소의 풀을 베다 큰 부상을 입거나 벌집을 건드려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늘면서 그 수요는 더 많아지고 있다. 또 예초기를 빌려 벌초를 하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한 점도 대행서비스가 각광을 받는 이유다.


벌초에 상차림
대행서비스 인기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의 벌초 대행 서비스인 ‘산소 관리 서비스’의 지난해 이용건수는 1만8308기로 전년대비 39%가 늘었다. 전국 300여개 지역 농협과 산림조합은 물론 사설 대행업체도 500곳에 이른다. 

농협의 경우 이용료가 1기당 6만∼10만원이지만 분묘가 있는 지역이나 위치·거리·봉분 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조상의 묘 관리는 업체에 맡기는 것을 두고 부정적인 시선이 있긴 하지만 이용자들의 전체적인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차례 상차림 대행업체도 예약이 폭주 중이다. 편리성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용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모든 음식을 직접 조리해 배달해 주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차리기만 하면 된다. 
 

지난해 기준 차례상 대행서비스의 가격은 20만원 초반대로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추정한 4인 가족 기준 명절 차례상 준비 비용(24만∼33만원)과 비교해도 저렴한 편이라 앞으로도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성형외과·극장 물만나
‘혼추족’ 잡으려 마케팅

명절 대행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고수익 단기 아르바이트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추석 장을 보는 주부들을 겨냥한 제수용품 판매와 상차림 음식을 시연하는 등의 초단기 실속 아르바이트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 

추석선물 판촉·배달·상하차 업무에 사람을 구한다는 게시물은 온라인 카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짧고 굵게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명절 기간 일을 선택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경기불황 속 용돈을 마련하려는 대학생·취준생뿐 아니라 귀향하지 않는 직장인에 주부까지 가세했기 때문. 명절 단기 아르바이트는 일반 아르바이트보다 시급이 높은 데다 임금도 즉시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아르바이트생 16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이 추석 단기 아르바이트를 희망하는 이유는 ‘평소보다 시급이 높아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40.7%)였다. 

하루 8시간 노동을 최저시급인 6470원으로 계산하면 5만1760원이지만 명절 기간 마트 단기 근무를 하면 최저 5만5000원서 10만원이 넘는 일급을 받을 수 있다.

추석연휴 동안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고향집에도 내려가지 않고 혼자 있길 자처하는 이들도 있다. 이른바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새로운 세태라고 볼 수 있다. 

1인 가구는 자신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 업계에선 이들을 잡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당장 혼추족의 증가로 호텔업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혼자 호텔에 묵으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호캉스(호텔+바캉스의 합성어)’족이 늘었기 때문이다. 

호텔업계에선 혼추족을 겨냥한 패키지 구성에 나섰다. 그랜드힐튼 서울호텔은 1인 북맥(책과 맥주의 합성어) 패키지를 선보였는데 예약이 폭증 중이라고 밝혔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도 1인 예약 손님을 위한 싱글즈 패키지를 내놨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스파 서비스와 칵테일 등을 제공한다.

유통업계도 혼추족의 증가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혼추족을 위한 1인 명절음식 세트를 내놓은 것은 물론 소포장 셀프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AK플라자에서는 ‘명절음식 DIY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삼색나물, 동태전과 쇠고기 완자전 등 제수용 전, 송편과 같은 명절음식 중 원하는 상품을 골라 세트로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편의점 업계도 혼추족의 증가로 도시락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한 대형 편의점 업체의 추석 연휴 기간 도시락 매출은 무려 580%나 급증했다. 추석 대목을 노리는 편의점 업계는 혼추족의 입맛을 잡기 위해 제품 늘리기에 나섰다.

추석 대목을 맞이한 곳으론 성형외과도 빼놓을 수 없다. 연휴 기간을 이용해 간단한 성형수술·안과수술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성형외과는 이들을 위해 연휴 기간에도 진료를 하는 등 본격적인 ‘대목 맞이’에 나섰다. 

특히 이번에는 최장 10일을 쉴 수 있기 때문에 연휴 첫날 수술을 받고 남은 기간 푹 쉬면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들은 연휴 동안 정상 진료는 물론 야간 진료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장가 역시 추석 성수기를 대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추석 연휴는 영화 산업 최대의 대목이다. 가족, 연인 단위 고객은 물론 1인 고객들도 긴 연휴 기간 극장가를 찾기 때문이다. 한국영화로는 조선 인조14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남한산성>이 선봉에 선다.

1인 가구 잡아라
셀프 선물세트도

<광해, 왕이 된 남자> <관상> <사도> 등 추석 연휴 흥행 영화의 계보를 잇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외화로는 최근 주연배우가 내한한 <킹스맨: 골든서클>이 있다. 1편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된 속편으로 극장가를 노리고 있다. 영화계는 굵직한 국내외 영화간 대결로 추석 관객몰이를 기대 중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속기사> 추석 연휴 ‘스미싱’ 주의보
‘아차’ 순간 다 빠져나간다

여행사, 유통업계뿐 아니라 인터넷 사기꾼들도 추석 연휴를 대목으로 잡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액 결제를 유도하는 피싱 사기 수법인 스미싱 주의보가 내렸다. 명절을 맞아 선물세트를 주문하거나 항공권을 예매한 사람들을 노린 범죄다.

‘OO통운인데 OOO고객님이 주문한 선물세트의 배송지가 불확실해 정정을 부탁한다’는 내용과 인터넷 주소가 섞인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식이다.

아무 인터넷 주소 클릭 금지
선물 주문자 노린 범죄 늘어

실제 선물세트를 주문해놓은 고객이 무심코 인터넷 주소를 누르면 그 순간 숨겨진 악성코드가 작동해 저장된 지인들의 연락처나 사진, 금융거래에 사용되는 공인인증서까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빼앗기게 된다.

‘추석맞이 상품권·숙박권·항공권 떨이’ 등의 문자에 속아 돈을 실제로 입금하면 다시 되돌려 받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지난 추석의 경우 연휴 전후로 2주간 212건의 피해가 접수돼, 한 해 평균보다 16%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메시지 인터넷 주소는 절대 누르지 말고 휴대전화 소액결제 기능을 사전에 차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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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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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