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여의도-서초동 총성 없는 ‘삼각전쟁’ 막전막후

‘스르륵~’ 칼 가는 검찰, ‘바르르~’ 떨고 있는 국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청와대와 여의도, 서초동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수부 폐지’를 놓고 끊임없는 공방이 이어져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지부진 하던 중수부 폐지안이 여야 합의로 급물살을 타는가 싶더니 청와대가 검찰 편을 들자 한나라당은 돌변했다. 시간을 더 갖자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청와대와 검찰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 모습이다.

청와대 지원에 수사 탄력 받아 의원 줄소환 예정
거물 브로커 박태규 신병 확보 시 태풍 몰아칠 듯

저축은행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사실상 정치권 초토화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의 검찰소위원회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법제화에 합의했지만, 청와대가 지난 6일 거악(巨惡)척결 차원에서 중수부 폐지에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성역없는 수사’의 추진력을 한껏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는 청와대와 검찰 간에 모종의 교감이 오갔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와 검찰은 이를 부인 했다. 청와대가 검찰의 손을 들어주자 한나라당은 입장을 선회했고 여의도는 ‘노심초사 좌불안석’이다.

중수부 폐지안 놓고
확연한 입장 차이

중수부 폐지를 놓고 청와대와 국회, 검찰은 각각 거악 제거, 검찰 개혁, 서민의 희망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검찰은 정치권 등 외부로부터 바람막이가 되는 중수부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검찰 수사가 독립성을 유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중수부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승진이나 영전을 의식해야 하는 간부가 지휘하는 다른 수사부서는 독립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중수부가 과연 중립적이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중수부가 수사한 사건은 살아있는 권력 대신 과거 권력을 죽이려 한 것뿐이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도 “중수부가 과연 완벽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수사를 했느냐는 국민의 의혹이 과거 정권에서부터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라고 거들었다.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중수부 수사권 폐지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역시 강경하다 못해 비장함이 느껴진다. 검찰은 일선 검찰조직의 역량만으로는 권력형 비리 수사에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는 검사 4~5명씩으로 구성된 특수부와는 구성부터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중수부는 일선지검 부장검사급인 과장들도 직접 수사하고, 소속 검사들도 대부분 특수수사 능력을 인정받은 10년차 이상의 중견들이기 때문에 한 차원 높은 수사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중수부는 총장의 직접 지휘만 받게 돼 있어서, 상부 보고단계를 밟는 일선 지검보다 의사 결정도 빠르다고 주장한다.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복잡해지는 현실 속에서 강력한 수사조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공직자비리조사처, 특별검사제 등을 도입하면 굳이 중수부가 아니더라도 중요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독기 품은 김 총장
“수사로 말 하겠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6일 전국 검사들을 비상대기 시킨 상태에서 긴급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검찰은 수사에 매진, 향후는 수사로 말 하겠다”며 여의도를 향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이어 성명서에 없는 즉흥 멘트로 “항해가 잘못되면 선장이 책임지면 되지 배까지 침몰시킬 이유가 없다”며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발언은 중수부 폐지문제를 놓고 더 이상 정치권에 밀릴 수 없다는 김 총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자신의 거취를 걸고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 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강경 대응은 정치권에 대한 항의 표시와 함께 저축은행 수사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직접 전달, 중수부의 존재 이유를 심판받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 총장은 이와 관련, “저축은행 수사를 끝까지 수행해 서민 피해를 회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성역 없는 수사’로 정치권에 대해 수사 강도를 높이겠다는 또 하나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김 총장의 이러한 발언에 청와대는 “거악 척결을 위한 전국 단위 수사조직은 필요하다”며 힘을 실어줬다. “국회 논의를 지켜보고 있다”며 언급을 자제하던 태도에서 달라진 것이다.

국회 논의를 관망하던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 반대’를 선언한 것은 사개특위 논의가 중수부 폐지 쪽으로 급진전된 데 따른 것이다. 여야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는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와 중수부 폐지 등 검찰 개혁 논의가 뒤섞여 정치적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명확히 선을 그을 필요성을 느낀 걸로 보인다.

 김 총장 “수사로 말 하겠다” 비장함 속 선전포고
‘중수부 폐지’ 합의 번복한 한나라당, 비난 쇄도

청와대가 이 시점에서 검찰 손을 들어준 또 다른 이유는 정권 후반기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필요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저축은행 수사의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검찰을 자극하지 않는 게 좋다고 청와대가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왔다.

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청와대가 여태 가만있다가 여야가 중수부 폐지에 합의하자 반대하고 나선 것은 레임덕을 걱정해 검찰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이날 중수부 폐지 반대 입장을 여당인 한나라당에 전달한 점은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국회 논의과정에서 중수부 폐지를 막아 달라”고 요청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사개특위 위원들 사이에서 “논쟁이 첨예한 사안에 청와대가 당에 특정 방향으로 지침을 내린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7일 대검 중수부 폐지 반대를 둘러싸고 민주당이 제기한 청와대-검찰간 ‘빅딜설’을 일축했다. 청와대는 저축은행 수사 수위를 놓고 제기된 청와대와 검찰의 사전 교감설은 ‘아니면 말고’식의 전형적 구태정치라고 비판하면서도 사법개혁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식 반응은 자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 시대에 청와대가 검찰 수사의 수위를 놓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고, 또 검찰이 그런 지시를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면서 “이치에 닿지 않는 얘기에 말할 가치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갈 길 바쁜 검찰
의원 비리수사 가속화

청와대가 힘을 실어줬지만 검찰로서도 마냥 웃고만 있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국회가 중수부 폐지 등 개혁안을 최종 확정하기 전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중수부는 정치권의 중수부 폐지 논의 시한이 이달 중으로 예정된 만큼 늦어도 2~3주 안에 이른바 ‘비리 몸통’을 규명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에 수사의 칼날은 본격적으로 정치권을 직접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3월 중순 본격 수사에 착수해 한 달반 동안 1단계 수사를 진행해 21명을 기소했다. 지난달부터는 부산저축은행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동시에 비호세력과의 유착의혹을 파헤치는 데 전력했다. 최근까지 금융감독원 전·현직 임직원 10여명을 구속 또는 기소하고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과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잇따라 구속했다.

때문에 이후 전·현직 정치인과 그 주변 인물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삼길(53·구속기소)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과 통합민주당 임종석 전 의원 혹은 보좌관에 대한 소환이 우선 점쳐진다. 본인들은 금품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강원저축은행의 비리를 적발한 금융감독원 관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우제창 민주당 의원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친동생 박지만씨와 신 명예회장 간 두터운 친분관계로 인해 지만씨가 저축은행의 각종 이권을 위해 정치권과 금융감독 당국에 선을 댔을 것이라는 의혹에도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 기소한 윤여성씨에게서 10년 전부터 로비창구역할을 하며 정·관계 고위층 인사들과 접촉한 정황을 포착하고 로비 대상자 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또 윤씨 외에 해외로 달아난 소망교회 출신의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신병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박씨는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의 신병확보가 비리 몸통 규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박씨가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캐나다의 수사기관과 공조해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한나라당 배신
민주당 연일 비난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 반대 입장을 한나라당에 전달하자 현행유지로 가닥을 잡고 중수부 폐지안에 대한 합의를 뒤집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사개특위 검찰관계법소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대검 중수부 폐지안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민주당은 기존 합의안대로 중수부의 수사 기능 폐지를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합의 무효를 선언하며 충돌했다. 앞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대검 중수부 유지 주장이 압도적 우위를 보인 점이 반영된 결과다.

소위는 찬반 논쟁 끝에 당초 합의한 폐지안과 함께 한나라당의 ‘현행 유지’ 입장을 소수 의견으로 특위 전체회의에 넘겼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선회로 인해 최종 합의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이에 민주당은 한나라당에게 “청와대 거수기 노릇을 하느냐”며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당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비꼬며 “검찰개혁의 첫걸음인 중수부 폐지 법안을 여야가 합의한 대로 6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는데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우리나라가 검찰공화국이 돼서는 안된다. 사법제도로 국민에게 봉사해야지 억압하고 탄압해서는 안된다”고 검찰에 포화를 퍼부었다.

특위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오는 30일 예정대로 활동이 종료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거대여당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경우 중수부 수사권 폐지는 사실상 18대 국회에서 물 건너갈 것으로 보여 청와대와 검찰, 국회간의 총성 없는 전쟁의 승자는 검찰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검찰은 미소 짓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몇 명의 의원이 소환될지 여의도는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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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