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정몽준 ‘전략적 연대’ 속내

손발 척척 찰떡궁합 “지금은 반박(反朴)시대”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얼마전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외동딸 결혼식에 유일하게 참석한 정치인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최근 전략적 연대로 서로 간에 내뱉는 말 한마디도 ‘칭찬일색’이다, 박근혜 전 대표엔 비판을 이어가며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 경기도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기량을 뽐낸 김 지사와 킹메이커로 ‘이회창 대세론’을 뒤엎으며, 반전을 일궈냈던 정 전 대표의 ‘찰떡궁합’ ‘환상의 호흡’이 대권까지 이어질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짝짓기하고나니 입맞춤도 자연스레
김 지사의 반박기류는 독재시절부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는 지난달 30일 7·4 전당대회 경선규칙 관련, 핵심 쟁점이었던 당권·대권 분리 규정과 대표·최고위원 선출 방식을 현행 당헌·당규를 유지한다는 것으로 최종 결론지었다. 즉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고, 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 선출하는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

비대위의 이같은 결정은 당권·대권 통합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의 견해에 반하는 한편,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 고수와는 일치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세론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며, 따라서 당분간 친이계인 두 사람이 뭉쳐서 서로 힘을 실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략적 동맹’ 맺은 두 잠룡
친이계 새로운 구심점 역할

그동안 김 지사와 정 전 대표는 당이 어려울 때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박근혜 역할론’을 주장했다. 이어 당권?대권을 분리하는 현 당헌?당규를 유지해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입장을 거세게 비판했다. 최근에는 아예 전략적 연대를 맺고 같은 목소리를 내며 박 전 대표 공격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달 19일 초청특강을 위해 경기도청을 방문 김 지사와 만나 “대권·당권을 분리하면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최고위원 9명중에 선출직 7명은 대선 경선에 못 나간다”면서 “상식에 맞지 않고 당의 현실에도 안 맞는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김 지사도 “7명의 발을 묶으면 리더십이 어디서 나오고 누가 주류 리더십이 되겠느냐”고 동조한 것.

정 전 대표는 특히 기자간담회에서 “김 지사와 언론을 통한 간접대화를 통해 큰 문제에 관해 의견이 같다는 것을 알고 다행스럽게 생각했다”고 김 지사를 높이 평가했다. 이어 김 지사가 (대권출마) 결단을 하면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김 지사도 “특강 내용이 정말 좋았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정 전 대표가 당대표로서 땀 흘리며 저를 직접 도와줬다”며 정 전 대표의 호의에 답례를 보냈다.

일각에서는 지지율이 낮은 김 지사와 정 전 대표가 ‘박근혜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했으며, 전략적 연대를 통해 친이계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4·27 재보선 패배로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특임장관의 당내 입지가 좁아졌고, 당내 주류였던 친이계 역시 힘을 잃었다. 이에 두 사람이 동맹을 통해 친이계를 재정비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도 두 사람을 중심으로 흩어졌던 조직이 다시 모이면서  ‘당권·대권 분리 규정 완화’에 한 목소리를 냈다. 비대위에 참가하고 있는 원유철·이명규·권영진·박영아·신지호·차명진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은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대선 6개월이나 1년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동맹 후 반박 수위 높여
김 “박근혜 선덕여왕보다 세”

동맹을 맺은 이후로 두 사람의 박 전 대표에 대한 비판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달 25일 청주대학교 특강에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큰 자산인 동시에 아주 큰 그늘”이라고 말했다. 7.4 전당대회 규정과 관련, 박 전 대표가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현행 당헌당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데 대해 “박 전 대표는 본인이 만들었다고 해서 고치려 하지 않는데, 상식에 어긋나면 바꿔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 지사도 “박 전 대표의 권력이 과거 신라시대 선덕여왕보다 더 세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달 25일 중국 베이징 방문 중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그땐 씨족, 부족장들이 권력을 갖고 있어 여왕이 마음대로 할 수 없었지만 지금 당은 박 전 대표의 한마디에 마음대로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지사는 지난 28일도 필리핀 마닐라 출장 중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 전 대표는 대세론에 안주하고 있다”며 “선거의 여왕이 나와서 웃고 다니면 대역전이 일어나나?”라며 반문했다.


전략적 연대로 대권까지 갈 수 있을까?
킹과 킹메이커, 역할분담에 관심 쏠려

이어 그는 “나는 한나라당이 대세가 아닌 상황에서 대권 주자급이나 실질적 지분을 가진 사람들이 총출동해 사활을 걸면 해볼 만하다는 해법을 이미 제시했다”며 “박 전 대표의 총선 대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만약 없다면 ‘이지고잉’하자는 것 아닌가”라고 거듭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 전 대표 역시 비대위의 결정이 결국 박 전 대표의 의중대로 끝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공세수위를 높였다.

정 전 대표는 지난 달 31일 한나라당 대구시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가 당을 도와주기로 했으면 당내로 들어와서 도와주는 것이 상식에 맞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면서 내년 총선에서는 당을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

그는 또 박 전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의 비공개 회동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당 바깥에 있으면서 원내대표가 당 밖에서 박 전 대표를 만나고, 당에 전달하는 형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당대회를 통해 새롭게 구성될 지도부가 열심히 일했는데도 대선후보 경선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런 규정은 제왕적 총재 시대에 있던 것으로 지금의 한나라당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반대하던 김문수
박근혜 견제 목소리 여전

김 지사의 반박기류는 젊은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반대목소리를 내며, 민주화운동을 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지사는 1969년 당시 경북고 3학년 때 3선 개헌 반대운동에 참여했다가 무기정학을 받았다. 1974년에는 ‘불온 세력의 조종으로 공산정권 수립을 추진했다’는 혐의로 180명이 구속 기소된 ‘민청학련사건’에 연루돼 서울대에서 제적됐다. 1980년대 서울지역노동운동연합의 핵심 조직원으로 활동했고, 1990년대 민중당 노동위원장을 지냈다.

하지만 그가 좌파에서 전향한 것은 1994년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면서부터다. 그는 소련에서 여자들이 성(性)을 팔정도로 비참한 삶에 “혁명적 리더십으로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거짓이었다”고 전향이유를 밝혔다. 이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찬양의 목소리까지 아끼지 않으며 전폭적인 ‘우향우’로 돌아섰다. 

그러나 그는 박 전 대표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이고, 정치적으로는 유일하게 후광을 독점적으로 상속했다. 한나라당 대표도 했고, 국회의원이고, 매력도 있다. 그러나 과연 (현재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단정하긴 어렵고, 본인이 잘 아실 것”이라며 견제의 목소리를 유지했다.

두 잠룡 역할분담 어떻게?
일시 우군인가 ‘지속 동맹군’인가

여권 한 관계자는 ‘2002월드컵’과 ‘현대’라는 후광을 갖고 있는 정 전 대표가 ‘지명도’ 면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경기 도지사 재임에 성공한 김 지사가 ‘선호도’ 면에서는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근혜 대세론’에 대항해 대권까지 가기 위해서는 ‘역할분담’을 통해 전략적 동맹을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략적 연대를 맺은 두 사람 모두 대권을 꿈꾸고 있기에 역할분담이 관건이라고 본 것이다. 즉 누가 ‘킹’으로 나서고, 누가 ‘킹메이커’로 양보하느냐는 것.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이들 두 사람이 역할분담에 실패하면 동맹은 깨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지사는 당이 어려울 때 모두 다 전면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서는 “저와 서울시장이 (7.4 전당대회) 경선에 나가면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도지사를 열심히 해야하는 게 맞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전 대표의 경우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에 성공해 킹메이커 역할로 당시 ‘이회창 대세론’을 뒤집은 바 있다. 하지만 선거일을 불과 하루 남겨놓고 ‘노무현과 후보단일화 파기’를 선언해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한나라당 7.4 전대룰이 당권?대권 분리로 굳어진 가운데, 내년 대선을 앞둔 차기 당권은 킹메이커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대권을 꿈꾸는 두 사람 중 누가 ‘킹메이커’로 선뜻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동맹관계가 한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대 이후 대권 경쟁구도가 본격화되면 결국 갈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대권을 꿈꾸고 있기에 동맹관계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며 “총선 정국에 접어들면 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두 사람이 전략적 연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 두 사람이 동맹으로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대권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그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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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