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한나라당 ‘7·4 전당대회’ 막후

‘킹메이커’ 적임자 “바로 나요~ 나~”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지난달 25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는 의원총회를 개최, 다가오는 전당대회 ‘룰’을 논의했다. 그 결과 ‘7·4 전당대회’는 현행 당헌·당규를 적용하되 선거인단 규모만 대폭 늘리는 선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이제 ‘룰’과 ‘일정’은 결정 났다. 당권장악을 노리는 이들은 저마다 각자의 필승카드를 가다듬으며 경선 승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속속 들려오는 거물들의 불출마 소식에 전에 없이 싱거운 정당대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내년 총선과·대선을 앞두고 ‘킹메이커’의 자질을 갖춘 ‘관리형 대표론’이 대두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 총선·대선 앞두고 ‘관리형 대표’ 예상
대선 주자급 후보들 줄줄이 불출마 선언

한나라당 비대위가 지난달 25일 의원총회에서 공개한 당헌 개정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대권·당권 분리 개정 여부에 대한 찬반 의견이 각각 50.9%, 47.3%로 ‘현행 유지’ 의견이 근소하게 앞섰다.

또한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거에 대해서도 ‘현행 유지’(60.0%) 의견이 ‘분리 선출’(38.2%)을 크게 웃돌았다. 선거인단 확대 규모는 ‘책임당원 14만명 수준’(44.7%)이 ‘유권자의 0.6%인 23만명’(30.1%)로 앞질렀다.

이는 지난달 19일 박근혜 전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간의 회동에서 나온 결과와 일치해 주목을 끌고 있다.

당권·대권 분리 현행유지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바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면서 “‘분리하자’는 의견이 70∼80%는 나와야 가능할 텐데 ‘분리 51% 대 통합 47%’로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인 한 의원도 “설문조사 결과대로 가닥이 잡혀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전대 경선룰 중 가장 논란이 돼온 ‘대권·당권 분리 규정’이 현행대로 유지됨에 따라 대권주자를 노리는 이들의 전원 불참 전망이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그간 ‘대권·당권 분리 규정’ 현행유지 자세를 굳건히 지켜며 당대표 출마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피력했었다.

이재오 특임장관 역시 “비대위 결정과 상관없이 지도부 경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장관의 이러한 ‘장관직 사퇴-당 복귀’ 행보는 지난 2008년과 비슷한 양상이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 갈등이 심해지자, ‘토의종군(土衣從軍, 백의종군보다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뜻)’을 선언한 바 있다.

이 장관의 한 측근은 “이 장관은 지금 자신이 또 다시 한 번 토의종군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당분간 물 밑에서 정치행보를 계속할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장관이 당대표 대신 대선 후보 출마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당헌 개정을 통해 이번 경선에 출마해 입지를 다지고자 했고, 최근 ‘전략적 연대’를 형성한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박 전 대표와 이 특임장관의 불출마가 기정사실화되자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세들이 당 전면에 나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던 이들은 경쟁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앞서 나갈 경우 뜻하지 않은 후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대표를 찍고 대권을 노렸던 정 전 대표는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큰 자산이지만, 동시에 아주 큰 ‘그늘’이다”며 “박 전 대표는 본인이 (당헌을) 만들었다고 해서 고치려 하지 않는데, 상식에 어긋나면 바꿔야 되는 것 아니냐. 박 전 대표가 너무 세다.”고 비난했다.

한편 정두언 전 최고위원도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만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고 백의종군 하겠다”고 불출마 의사를 공식 선언했다. 정 전 최고위원이 소장그룹의 분열을 막기 위해 ‘자기희생적 결단’을 한 측면이 강하지만, 소장그룹 내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정략적 측면도 적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소장그룹 내 후보 중 한명인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이 유력한 당권주자들의 연이은 불출마 소식에 최근 여러 후보들이 새로 거론되고 있다. 홍준표, 나경원 전 최고위원과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높은 인지도와 검증된 지도력을 바탕으로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며, 쇄신론을 주장하고 있는 소장파 남경필 위원장과 원희룡 전 사무총장도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치 1번지’인 종로에서 3선을 하고 ‘수도권 대표론’을 설파하고 있는 박진 의원과 친박계의 유승민 의원도 출마의지를 피력했다.

소장파의 리더격인 남 위원장은 원내대표 경선 때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황우여 원내대표가 당선됐고 최근 정두언 전 최고위원의 지원을 받아 다소 유리한 입지를 선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이계 내부에서는 계파별로 갈리는 양상이다. 친이재오계는 김무성 전 원내대표를, 친이상득계는 원 의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전대의 키는 친박계가 쥐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친박계가 유 의원과 함께 누구를 지원할 것인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히는 대목이다.

‘킹메이커’ 자질론 대두

한나라당 한 보좌관은 “대권주자군과 당권주자들 모두 반드시 당선 되겠다는 입장보다는 자신의 입지를 높여 차차기를 노리는 경향도 없지 않다”며 “다만 내년에 큰 선거가 겹치는 특성상 이번 당 대표는 ‘킹메이커’로서의 자질 여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준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 선거를 앞둔 만큼 ‘관리형 당 대표’가 주요 선정 포인트가 될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지난달 말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며 “나는 박 전 대표의 보완재이지, 대체재가 아니다”고 말한 홍준표 전 최고위원은 공개적으로 박 전 대표의 ‘킹메이커’를 자청하고 나서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당 대표 경선은 계파간 ‘대리인’을 앞세운 경쟁이 될 수밖에 없고, 선출된 대표 역시 관리형으로 힘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 달여 남짓 남은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권을 잡고, 대권 재창출의 문을 열어젖힐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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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