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 전쟁’ 50일 돌입 내막

야권대통합·정권교체 ‘두 마리 토끼’ 잡을 이는?

한나라당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시작된 ‘대권·당권 분리’는 민주당에도 적용된다. 이 룰은 지난해 9월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이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잠룡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4·27 재보선 승리 후 정권교체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민주당의 차기 리더 자리는 과연 누가 차지할까.

박지원 “집권 위해 벽돌 놓겠다”     
대권 앞둔 잠룡들은 ‘불출마’ 예상

차기 당대표 후보로는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벽돌 한 장이라도 놓겠다”며 당권 도전 의사를 강력하게 시사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에선 기존 인사 외에 외부인사 영입론도 꾸준히 나온다.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등 ‘잠룡군’ 중에서 대선 경쟁 이탈자가 나올 경우 당권 도전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등 지도부로 선출된 인사는 내년 대선에 도전할 경우 중간에 당권을 내놔야 한다. 대선 1년 전인 올 12월까지는 지도부에서 사퇴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차기 대권 도전이 유력한 손학규 대표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면 민주당은 올 12월 전당대회를 거쳐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당대표는 아무나 하나

이에 각각의 후보들은 내심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 보인다. 그 중 지난 13일 임기를 마친 박 전 원내대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 당시만 하더라도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수위라도 하겠다”고 말했던 그가 불과 2개월 만에 입장을 구체화한 것이다. 결국 그가 말했던 ‘수위’는 ‘당대표’였던 것이다.

그는 원내대표 퇴임 고별만찬에서 “민주당이 정권 한번 잡자. 내가 선봉에 서서 하겠다”면서 “다함께 힘을 모으자. 나도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며 당권 도전의사를 확실히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일부 의원의 ‘선창’으로 유행가를 패러디한 “당대표는 아무나 하나, 민주당에는 박지원뿐이야”라는 노래까지 울려 퍼질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고, 당내 의원들도 박 전 원내대표의 차기 당대표를 지지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퇴임 직전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마무리 활동이 아닌 새 출발을 하는 사람 같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실제로 그는 최근 한 달간 TV 및 라디오 출연과 신문 인터뷰, 기자간담회 등의 형식으로 40여 차례나 언론과 접촉하며 자신을 ‘어필’했다.

이 같은 박 전 원내대표의 행동은 차기 당권주자 중 유력 주자로 각인시키기 위함으로 풀이 됐다.

아울러 “야권이 통합·연합·연대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이런 불행한 역사가 연속되지 않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차기 당권도전 의사를 밝힌 그의 이 같은 움직임이 되레 손 대표의 입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의 자극적 발언들이 손 대표의 존재감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전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대권행보 집중을 위한 ‘조기 전대론’과 관련해 “현재 당헌 당규대로 12월 예정대로 전당대회를 하는 것이 좋다”며 “손 대표도 충분히 당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국민의 검증과 당원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지금이기 때문에 12월까지 진두지휘하는 것이 본인과 당을 위해 좋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한 박 전 원내대표가 당원들 장악하게 된다면 과거 ‘친DJ계’의 정치적 성향이 민주당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편 ‘잠룡군’ 중에서도 당대표가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동영 최고위원과 정세균 최고위원은 현재 대권을 노리며 안팎으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잠룡이라고 모두가 승천할 수는 없는 법. 대선주자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면 이들 역시 행보를 바꿔 당대표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해 10·4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은 ‘담대한 진보의 길’을 선택했다. 민주당 강령에 ‘보편적 복지’를 새겨 넣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부 의원은 우리 당의 강령과 정치노선을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는 지난 대선 패배의 아픔 때문으로 보이며 최근에는 손 대표를 견제하려는 성향도 보이고 있다.

관리형 당대표 찾아라

정세균 최고위원 또한 고심 속에 반전의 기회를 찾고 있다. 성남 분당을 선거 이후 야권 내 차기 세력구도가 손 대표에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당내에선 손 대표가 재보선에서 승리한 이후 정세균 최고위원이 ‘대권’보다는 ‘당권’ 쪽으로 목표를 바꾸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정세균 최고위원 측근들은 “당권 생각이 전혀 없다. 대선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또 다른 후보로는 당의 원로 격인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관리형 당대표가 필요한데, 문 전 부의장이 가장 적임자는 평가다. 

4·27 재보선 승리 후 당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민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차기 당 대표는 당을 이끌어 나감과 동시에 ‘야권대통합’을 이뤄내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된다는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

이미 총성 없는 전쟁은 시작되었다. 야권대통합과 정권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가장 적합한 인물은 누가 될 것인지 벌써부터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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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