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묻지마’ 친박 열풍 이유

“박근혜 없인 살아도 못 살아!”

여기저기서 ‘커밍아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알고 보면 나도 친박’이라는 외침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예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는 것. 총선을 앞두고 이러한 분위기는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4·27 재보선 패배의 후폭풍을 벗어나지 못한 한나라당에게 박 전 대표는 유일한 ‘구원투수’이기 때문이다.

4·27 재보선 후 정치 위상 달라진 박근혜 
총선 앞둔 출마자들 “나도 친박” 커밍아웃

“지금은 박근혜 시대이지 않느냐.”

정말 그렇다. 정치권에서만큼은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바람이 거세다.

지금은 ‘박근혜 시대’

여권 차기 대선주자이자 지난 대선 이후 차기 대권가도에서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는 그의 주가는 여전히 상종가다. 특히 4·27 재보선으로 당 안팎에 변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여권에서 한나라당이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절박함이 당을 감싸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이 잇따라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대선이후 산산이 흩어졌거나 조용히 명맥을 이어오던 것들이 전국에 걸쳐 조직화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친박 커밍아웃’을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월박’ ‘주이야박’ 등 그동안 조심스럽게 거론됐다던 말들이 ‘현실’이 됐다.

이달 초 인천공항의 풍경이 이를 대변한다. 이날은 대통령 특사로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친 박 전 대표가 귀국하는 날이었다. 새벽부터 인천공항은 북새통을 이뤘다. 박 전 대표를 마중 나온 친박계 한나라당·미래희망연대 의원들과 지지자들로 들썩였기 때문이다.

이날 박 전 대표를 마중 나온 이들은 한나라당 서병수 최고위원과 김영선·김옥이·김선동·서상기·유정복·이성헌·이한성·조원진·허원제·현기환 의원 등과 미래희망연대 노철래·김정·송영선·윤상일 의원, 김용환·이규택 전 의원 등이었다.

이성헌 의원은 이 같이 많은 인사들이 몰리자 “계파를 초월해서 새로운 계파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 발언을 자세히 살펴보면, 혹은 의원들의 면면을 살피면 당초 ‘친박계’가 아닌 ‘친이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속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 언론사가 올해 초 한나라당 계파 지형도를 분류한 결과에서도 친박계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1년 전 50여 명에 머물렀던 친박계가 67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것.

친이계로 분류됐던 일부 의원들은 사석에서 “내가 왜 친이인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정치성향이 친이계로 분류된데 대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또한 “차기는 박 전 대표가 아니냐”며 애정공세를 펼친 이들도 적지 않다.

정치권은 이러한 분위기가 올해 말까지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 중 ‘박근혜의 사람’임을 강조하고 나선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

이 중 한 관계자는 “의원들의 시선이 향해 있는 곳은 내년 총선”이라며 “4·27 재보선 후 당 쇄신이 마무리되고 나면 공천을 위한 줄서기 행보가 속도를 낼 것”으로 짚었다.

그는 “어수선한 상황이라 지역구를 찾아 지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늘고 있다. 이 중 공통된 것이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라며 “민심이 그렇게 흘러가니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하는 이들이 상당하다”고 최근 정가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점에서 당 쇄신을 주장하고 나선 ‘새로운 한나라’가 주목받고 있다. 초·재선 소장파 의원 33인으로 깃발을 올렸던 ‘새로운 한나라’는 중립·소장파는 물론 친이·친박계 의원까지 참여, 44인의 모임으로 출범했다.

새로운 한나라는 “지금까지는 초·재선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다녔지만 앞으로는 변화의 선봉에 서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이 시선을 보내는 것은 ‘당 쇄신’이다. 또한 당 쇄신의 결과물이자 출발점이 될 7월 전당대회에서 ‘민의를 반영하는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하고 있다.

‘중립지대’ 향하는 이유?

간사를 맡고 있는 정태근 의원은 “지금 젊은 대표주자들이 후보단일화를 통해 당의 지도부를 바꾸기 위한 단합을 해야 한다”며 “새로운 한나라 모임이 젊은 후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후보를 단합해서 낼 수 있는 노력을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새 당대표는 청와대와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 당을 보다 친 서민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사람, 계파 간 화합을 이뤄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새로운 한나라를 통해 ‘탈계파’, 계파색을 줄이고 말을 갈아타려는 이들이 있지 않겠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가 한 인사는 “중립·소장파는 물론 친이·친박계까지 한 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일어나면서 친이계 혹은 중립·소장파로 분류됐던 이들이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새로운 한나라를 ‘계파세탁’의 용도로 활용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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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