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본격 대권주자’ 프로젝트 대해부

“한번 좌회전 후 쭉 직진하라… ‘역동적 복지국가’로”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대권 재수생’ 정동영이 차기 대권을 겨냥해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내년 대선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만 그에게는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 한때 대선후보였다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정치적 입지가 좁아져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2007년 대선에 이어 이듬해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차출돼 출마했다가 패했다. 그 후 탈당을 감행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거센 비난과 함께 돌아와 2009년 재보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며 부활을 알렸지만 민주당에 복당하지 못하고 낭인 아닌 낭인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정동영은 달라졌다. 쏟아지는 비난에 정면으로 맞서 ‘반성문’을 쓰며 사죄했고, ‘담대한 진보’와 ‘부유세’를 주장하며 시원하게 ‘좌회전’도 선언했다. 과연 그는 떠나버린 ‘민심’을 다시 한 번 사로잡을 수 있을까?

담대한 진보 외치며 확실한 ‘좌회전’ 선언
노동문제 해결 위해 24시간 현장 발로 뛰어

이른바 ‘분당대첩’을 승리로 이끈 ‘명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휘청거리고 있다. 사지에서 살아 돌아온 명장치고는 권력누수가 너무도 빠르다. ‘한-EU FTA’라는 후폭풍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승리의 함성’이 사라지기도 전이라 충격의 여파도 생각보다 크다.

손 대표의 리더십과 노선이 흔들리는 사이 ‘손학규 대세론’이 잠시 주춤하고 있다. 또 “조기 대세론은 대선 필패 구도”라는 견제론까지 제기되며 탄력 받은 야권 잠룡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고개를 든 이는 다름 아닌 손 대표의 ‘최고 난적’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손학규 대세론 ‘휘청’
빼앗긴 진보의 힘 되찾자

그는 “서민경제와 중소기업의 파탄, 이어 양극화의 극심한 확대, 이러한 경제적 난국 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0년 동안의 공든탑이 무너지고, 남북관계는 과거로 퇴보했다”면서 MB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담대한 진보’와 ‘역동적 복지’를 외치며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출사표를 던졌다.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혁과 진보의 힘을 빼앗긴 ‘장본인’인 만큼 스스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웠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7대 대선후보로 나섰지만, 결국 쓰디쓴 패배를 경험했다. 역대 최대 표차로 패한 점을 들어 정치권에서는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암담한 관측이 쏟아졌다. 2009년 4월에는 공천에 불만을 품고 당을 탈당했다가 작년 2월 복당하며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쏟아지는 비난과 야유에 그는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담긴 ‘반성문’을 통해 정면으로 사죄하며 엎드렸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는 한편, 차근차근 ‘더 큰’ 미래를 준비해 왔음은 물론이다. 마침내 그는 작년 10월에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2위로 선전하며 화려한 복귀의 신호탄을 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의 대권가도 앞에 놓인 장애물은 산 넘어 산, 한마디로 ‘첩첩산중’ 그 자체다. 대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당 내의 잠룡들과 피 터지는 경쟁을 치러야 한다.

이미 주도권을 잡으며 대세론을 형성한 손 대표는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다. 손 대표의 지지율이 4·27 분당 재보선 직후와 비교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분당 아래 천당’이라 불리던 한나라당의 안방을 탈환한 일등공신이 손 대표인 만큼 가장 먼저 만나게 될 경쟁자임에 틀림없다. 사실상 1차 관문의 최대 난적인 셈이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중도’적인 손 대표와의 차별화를  위해 ‘진보’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FTA 문제를 놓고 정 최고위원은 좀 더 강경한 노선을 주장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FTA 재협상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데 이어 최근에는 국회의원들의 서명까지 받고 있다. 이미 25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들이 여기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그는 복귀 후 ‘좌클릭’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당내 강경론자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최고위원이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점에서 입지를 잘 다져 활용한다면 좋은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관문 최대 난적 손학규
뛰어넘을 수 있을까?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정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에 맞서려면 ‘야권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2차 관문인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친다면 두 번째로 만날 경쟁자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 대표 역시 ‘손학규 대세론’ 이전까지 강력한 야권 대선주자로 점쳐지는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유 대표는 ‘묻지마 지지자’들이 주축인 ‘골수팬’을 확보하고 있다. 유 대표의 이 고정지지층이 세력을 확장시켜 나간다면 언제든지 부활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다.

어렵게 야권 내 경쟁자를 따돌리더라도 역시 끝이 아니다. 그 다음은 바로 여·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라는 험준한 산맥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 난제를 극복하는 해답은 정해져있다. 바로 ‘민심’을 사로잡는 것. 정치인에게 있어 민심을 거역한다는 것은  ‘대역죄’이기 때문이다.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탄탄한 정책과 동시에 실천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 평화와 통일,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 노동문제 해결 등을 실현할 단일정당 건설을 목표로 삼았다. 실제로 이러한 현안들을 이미 행동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담대한 진보’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진보로 향해가고 있다. 중도개혁을 당헌에서 삭제했고, ‘보편적 복지’를 추가했다. 국민들이 진보를 요구하는 것에 부응해 확실하게 ‘좌회전’ 선언을 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아동수당이나 노인연금 등 보편적 복지, 역동적 복지를 위해 소득 최상위 0.1%에게만 부과하는 ‘부유세’를 주장하고 있다.


화끈하게 좌향좌로 틀어
‘복지’ ‘노동’ 카드 꺼내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서 그는 의원들 사이에서 ‘기피 상임위’로 꼽히는 ‘환경노동위’를 자청했다. 이어 노동문제라는 고리로 진보정당과 노동계와의 공감대를 넓혀왔다. 또 지난달 29일 다른 야당 및 양대 노총과 함께 노조법 재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정 최고위원은 전주 버스 파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12m 망루에 올랐다. 그는 민주노총 간부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며 망루에서 내려올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노사가 모두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로 해결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그의 적극적인 노력은 이질감이 심한 양대 노총으로부터도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정 최고위원은 빠른 시대변화에 대처하는 ‘역동적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 ‘트위터’도 일찌감치 시작했고,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특강 등 젊은층과 꾸준히 접촉하고 소통해오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정 최고위원은 연령대별 지지에서 20~30대 지지층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대선에서 최대 이슈가 될 사항으로는 ‘남북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의 경직된 남북관계를 다음 정권에서 주도적으로 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SNS’기반으로 20~30대와 소통 폭 넓혀
‘발로 뛰는 통일행정가’찬사 받으며 발판 구축

따라서 정 최고위원이 민주와 진보를 아우르는 세력기반을 구축하고 그들과 함께 ‘역동적 복지국가’라는 가치비전으로 연합한다면 대권의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것이 바로 차기 대선을 논하는 과정에서 정동영을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 

지난 정권에서 정 최고위원은 개성공단 건설 경험으로 ‘발로 뛰는 통일행정’을 일궜다는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접견한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금의 상황에서 ‘통일’을 대비해 역량 있는 정책을 내세운다면 정 최고위원이 선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역량있는 통일정책 마련해야
야권 대통합 위해 동분서주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기 위해선 ‘연합정치’와 ‘담대한 진보’로 가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전부터 그는 줄기차게 ‘민주-진보 대통합론’을 주창하며, 진보정당에 끈질긴 구애작전을 펼쳤다. 이어 ‘야권통합 단일정당 논의기구’를 띄우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에게 강한 불신을 가졌던 진보진영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철저하게 쇄신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에 그가 제시하는 대안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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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