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상득-이재오 ‘신권력 삼국지’

‘한 지붕 세 가족’이 부르는 ‘오월동주가(吳越同舟歌)’

[일요시사=장미란 기자] 한나라당에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4·27 재보선 이후 당내 권력지형도가 요동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의원총회에서 당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더니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본격적인 징조들이 엿보이고 있다. 비주류인 황우여-이주영 원내사령탑 출범 이면에 친이·친박계로 양분됐던 당내 계파 구도의 변화와 새로운 연대의 축이 읽히고 있는 것. ‘빅뱅’을 앞둔 한나라당의 속을 들여다봤다.

당 쇄신에 힘 합친 소장파·친박계 ‘황우여 원내대표’
이상득 “자연스러운 선택” 당내 변화 기류에 동조


차기 대선주자이자 한나라당의 4·27 재보선 패배와 대통령특사를 계기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여권의 6선 중진인 이상득 의원, ‘정권의 2인자’로 꼽히는 이재오 특임장관. 현재 여권의 최대 주주로 꼽히는 3인을 중심으로 당내 권력지형도가 꿈틀거리고 있다.

박근혜·이상득·이재오
3대 주주 ‘태풍의 눈’으로

당초 한나라당 권력구도는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가 비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친이계인 이 의원과 이 장관의 보이지 않는 권력다툼 속에 희비를 달리해왔다.

이 의원과 이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 같이 뛰었다. 그러나 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여러 차례 충돌을 거듭했다. 수도권 친이계를 중심으로 이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던 1차 반란은, 이 대통령이 이 의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마무리됐다. 이 의원은 여권 핵심으로 자리를 굳혔고 이 장관은 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나 유학에서 돌아온 이 의원이 다시 이 대통령의 곁으로 돌아오면서 여권의 분위기도 급변했다. 이 의원은 국민권익위원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재보선에 출마, 금배지를 달고 특임장관까지 돼 여의도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는 ‘정권의 2인자’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다.

반면 이 의원은 4·29 재보선에서 ‘막후정치’ 논란에 휩싸이면서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이 의원이 빠진 자리에 자연스레 이 장관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그러나 ‘친이계’라는 한 울타리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돕기 위해 중요한 순간순간 힘을 합쳐왔다.
하지만 최근 때로는 반목하고 때로는 손을 잡았던 이들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금이 가고 있다. 그리고 원내대표 경선이 그 변화의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황우여 의원이 이주영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 4기 원내대표-정책위의장에 당선된 것.

황 의원은 이날 경선에서 재적의원 172명, 출석의원 157명 중 90표를 얻어 64표를 얻은 안경률 의원을 제치고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이는 ‘비주류의 반란’으로 칭해진다. 1차 투표에서 64표를 얻었던 황 의원이 2차 결선투표에서 90표를 얻기까지 황 의원을 지지했던 수도권 소장파는 물론 이병석 의원을 지지했던 이상득계와 친박계의 표까지 흡수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박근혜 손잡은(?) 형님
묘한 분위기 포착돼

황 의원의 당선에 당 안팎이 들썩이고 있지만 이 의원의 반응은 차분했다. 그는 지난 7일 대통령특사로 남미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황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에 대해 “이변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황 의원의 당선을 친이계 몰락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동감하지 않는다”며 “친이계, 친박계와 관계없는 선택으로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 예측이 빗나간 경우도 많지 않았느냐”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당내에서 흐르고 있는 변화의 기류에 대해서만큼은 확인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손을 잡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과 이 장관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각각 이병석 의원과 안경률 의원을 지원했다. 1차 투표에서 이병석 의원이 떨어지고 실시된 결선투표에서 이 의원측이 안경률 의원을 밀었다면 승기는 안경률 의원에게로 기울었을 것이라는 것. 그러나 이 의원측은 황 의원을 선택했고 이것이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당내 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갈등을 중재했던 이가 바로 이 의원”이라며 “친박계가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워오는 와중에도 이 의원과는 협력관계를 형성해왔다”는 점을 새삼 거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당 안팎에서는 친이계 내부에서 권력다툼이 벌어지고 차기 대권에 대한 말들이 나올 때마다 이 의원과 박 전 대표가 손을 잡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말이 적지 않았다. 이른바 ‘이상득-박근혜 연대설’이 끊이지 않았던 것. 그리고 결국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이 의원과 박 전 대표 측의 ‘느슨한 연대’가 확인되지 않았냐는 주장이다.

실제 이 장관이 경선 후 사석에서 “배신당하는 것은 한번으로 족하다” “희생양도 한번이지, 희생양이 직업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 ‘이상득 배후설’을 키웠다. 이러한 발언들이 이상득계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 것.

이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자신의 의중이 포함됐다는 ‘개입설’을 일축했다. 그는 9일 “설령 내가 지시했다고 해도 의원들이 내 말을 듣겠냐. 가만히 있는 사람을 놓고 왜 그런 억측들을 쏟아내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장관 측도 이 장관의 ‘배신’ 발언에 대해 “이 의원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장관의 측근인 권택기 의원은 “현 정부 탄생과 함께 배지를 달고서 안정적 국정운영에 협조하고 당의 중심을 잡자는 사람들이 미래권력을 향해 가는 것을 보고 한 말”이라고 했다.

다음 시대의 정치
‘기회’ 잡는 건 누구?
 
하지만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당내 권력을 둔 변화의 ‘시작점’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정가 인사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친이계도 이상득계와 이재오계에서 소장파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류를 보이고 있고 중립지대로 향하는 친이·친박계의 숫자도 만만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출범한 ‘새로운 한나라’가 대표적이다.

쇄신을 추진하기 위한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는 이날 공식 발족했다. 출범하자마자 친박계 인사 10여 명을 포함, 44명이 참여하면서 당내 최대 계파모임인 ‘함께 내일로’에 이어 두 번째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회원을 더 늘릴 예정이니 ‘첫번째 세력’이 되는 것도 꿈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6선 그 이상 노리는 이상득 차기 대권 킹메이커?
숨죽인 이재오 당내 측근 약세에 반격 기회 노려

즉, 친이·친박계로 권력지형이 양분됐던 이전에 비해 친이재오계와 친이상득계, 중도·소장파, 친박계 등으로 권력구도가 다변화되고, 또한 ‘연대’의 형식을 취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 가운데서 이 의원도 이 장관도 박 전 대표도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큰 충격을 받은 이 장관은 당분간 침묵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경선 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도 나오지 않은 채 지역구에서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에 ‘특임장관 사퇴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분간 장관 업무에 충실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치권은 이 의원이 5월 이내에 전후해 ‘새로운 역할’에 대한 구상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으로 받은 타격이 적지 않지만 60여 명에 이르는 친이재오계의 결속력을 확인한 이상 그의 ‘역할’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김무성 전 원내대표도 “권력이동이 있었지만 이 장관은 여전히 실체”라며 “이 장관이 설 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설 자리를 안 만들어 주고 흔들면 당이 분열된다”는 말로 그의 새로운 역할을 예고했다.


역할 찾는 대주주들
여권 대지진 일어날까

차기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 의원도 ‘멀리 보고’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집권이 시작된 후 ‘동생(이 대통령)을 위해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형님(이 의원)이 정치를 (이 대통령보다) 먼저 해서 6선까지 됐다. 동생이 대통령이니 자기 인생은 좀 양보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여기고 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총선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차기 대선에서 친이계 대선주자나 박 전 대표 모두 ‘손’을 내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킹메이커’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도 이번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박 전 대표는 올해 들어 서서히 날개를 펴고 있다. 싱크탱크를 출범하는가 하면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직을 맡아 활동 영역을 넓혔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로 그의 주가는 날로 치솟고 있다.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구원투수론’이 힘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대통령특사로 떠났던 유럽 방문길 말미에 “내년에는 중요한 선거들이 있고 하니 아무래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정치행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가 조만감 다시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의 귀국 후 이어질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이 대통령과 이 장관의 ‘회동’과 7월4일 개최키로 잠정 결정된 한나라당의 전당대회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것.
한 정치컨설턴트는 “급변하는 정치 상황에 따라 한나라당 내 계파들간 전략적 연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중립·소장파와 친박계, 이재오계의 연합구도가 형성됐지만 차기 당권을 둔 셈법은 또 다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민심이 한나라당에 바라는 바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읽고 있냐는 점과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해법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나라당의 앞날을 좌우할 연대의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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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