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800호 기획특집>④이미지 컨설턴트 긴급제언-정치인 리모델링 프로젝트

보이는 게 전부? “유권자 마음까지 디자인하라”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살피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보이는 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젊게 보이기 위해 염색을 한다든가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의학의 힘을 빌리는 일이 그리 드물지 않게 됐다. 어떤 사람인지 알기 전에 외모로 ‘첫인상’을 가늠하게 되는 만큼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된 것.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옷을 입어야 하며,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를 철저히 분석,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이미지 컨설팅이 정치권의 ‘신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달라진 선거 풍속도…표심 휘어잡을 이미지 컨설팅 뜬다
대선주자에 어울리는 색…박근혜-파스텔, 손학규-주황색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선거 열기가 조기 가열되면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의 행보에서 조급함이 묻어나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유권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자신에게 호의적인 인식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예전보다는 좀 더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변하고 있다. 정치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던 정치 컨설팅이 여의도 정치권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달라진 선거 풍경
표심도 전략적으로!

정치 컨설팅은 선거 및 홍보 전략을 짜고, 선거홍보물, 의정보고서, 자서전 등 정치광고 홍보물을 기획·인쇄·제작하며, 웹사이트 제작 등 온라인 홍보, 여론조사 실시 및 분석하는 일을 총괄한다.

이중 최근 차기 대선주자 각각의 외모와 성격, 이미지, 정치적 상황에 어울리는 개인화된 컬러 기반의 이미지 컨설팅이 소개된 것을 계기로 ‘이미지 컨설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듀오아카데미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표에게 어울리는 색은 ‘여성성을 강조하는 흰색과 파스텔 톤’의 컬러다.

박 전 대표는 인자한 여성의 이미지와 투사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평소 모노톤의 옷을 주로 입고 검은색과 흰색, 회색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육영수 여사를 연상시키는 ‘여성성’이라고 보고 단조롭고 딱딱해 보이는 단색의 컬러보다는 여성의 순수함, 평화, 밝음, 정화, 부드러움 강조하는 흰색과 파스텔톤의 컬러를 ‘어울리는 색’으로 꼽은 것.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진보를 대표하는 컬러인 노란색을 자주 활용한다. 하지만 이 색은 유 대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도전적이지만 관대하고 봉사와 희생을 아끼지 않는 유 대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왜소한 체형의 단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색은 연두색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외모에서 강인함이 풍기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평소 강렬한 마젠타 핑크의 넥타이를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강인함이 지나치게 강조될 우려가 있다고.

듀오아카데미 측은 “손 대표에게 필요한 색은 주황색”이라며 “주황색을 통해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면을 탈피해 보다 너그럽고 사교적이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다”면서 색깔을 활용,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킬 것을 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조해 사용하고 있는 컬러는 녹색이다. 녹색은 친환경 개발을 상징하는 한편, 가장 보수적인 이미지를 나타내기도 해 오 시장이 지향하는 바와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컨설턴트들이 오 시장에게 추천하는 컬러는 하늘색이다. 합리적인 엘리트 이미지가 강한 그에게는 지적인 면을 강조하면서도 안정과 평화를 상징하는 하늘색이 좋다는 것. 

큰 키와 좋은 풍채를 지닌 정몽준 전 대표에게는 원색 계통의 컬러와 검정색 정장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성 지지자가 많은 그에게는 여성들이 선호하고, 큰 체격으로 인한 강한 느낌을 중화해 줄 수 있는 핑크색 톤이 어울린다. 
 
이미지 중요한 정치인
시대는 변하고, 바꿔야 산다

이 같은 컬러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 컨설팅을 제안한 것은 이진하 듀오이미지연구소장이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송영길 인천시장 등 다양한 정치인의 이미지 컨설팅을 진행했던 그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당선의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라며 이미지 컨설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커뮤니케이션 요소의 93%인 비언어적인 요소이고, 이중 55%를 시각적인 요소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남에게 어떻게 보여지고 있는가는 중요하다. 대중의 지지를 얻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인들에게 특히 이런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중요성에 비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전략적으로 이미지를 관리하는 정치인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외국에서는 이미지 컨설팅이 세분화·전문화가 돼있고, 정치인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본인의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와는 다르다는 것.

이 소장은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밖으로 드러내는 일에 어색하다. 특히나 보수적인 정치계는 더욱더 그러하리라 생각된다”면서도 “시대는 변하고 있고, 깨어 있는 글로벌한 젊은 정치인들의 출현으로 이미지컨설팅의 필요성은 더욱더 강조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명숙·정동영·김문수 ‘띄울 수 있는’ 이미지 컨설팅 전략? 
대선주자 패션 키워드…부드러움·친근함 “2차색을 잡아라”

실제로 이 소장은 정치인들의 이미지 컨설팅을 맡았을 때 어색하고 쑥스러워하던 이들이 이미지 컨설팅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확인한 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그 중에는 송영길 인천시장도 있다. 그는 정가에서 ‘황소’라는 별명에 ‘소도둑처럼 생겼다’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큰 체구에 굵은 선을 가진 남성적인 모습 등으로 인해 이 같은 인상을 줬던 것.

그러나 이미지 컨설팅 후 핑크, 노랑, 보라색 등 파스텔톤 넥타이와 옅은 색상의 정장을 입었다. 송 시장을 지지하는 유권자 중에는 여성들이 많았고 이들의 표심을 공략키 위해 여성들이 좋아하는 파스텔톤으로 이미지를 재정비했던 것. 송 시장은 시장 취임식에서 연두색 넥타이를 매기도 했다.

이 소장은 “대부분 사람들은 이미지 컨설팅이라 하면 겉모습만 치장하는 것만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이미지 컨설팅이란 개인이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 이미지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 즉 외적이미지, 내적 이미지, 사회적 이미지를 함께 관리를 의미한다”며 “목적과 목표가 없다면 이미지 컨설팅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지 컨설팅’이라는 부분만을 살피면 차기 대선주자 중 그의 눈에 차는 인물은 없었다. “모두 다 바꿔주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그러나 그중에서도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는 “김 지사는 ‘공무원’, 정 최고위원은 ‘아나운서’라는 자기만의 틀에 박혀있다”며 “조그만 도와드리면 신뢰감을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은 체구의 김 지사에게는 가벼워 보일 수 있는 밝은 색의 컬러보다는 진지하고 카리스마의 무게감을 줄 수 있는 블랙의 컬러를 추천했다. 올 블랙보다 밝은색 셔츠와 넥타이로 매치해 시선을 위로하면 더욱 길어 보이고 젠틀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대권 공략할 색깔
원색보다는 2차색 좋아

안경도 무테보다는 뚜렷하면서 지적이고 세련된 인상을 주기 위한 뿔테나 금속테의 안경을 권했다.

아나운서의 모범적인 이미지가 강한 정 최고위원에게는 정치적으로 강한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해 레드의 와인 계열을 추천했다. 레드는 안색을 밝아 보이게 함과 동시에 따뜻한 느낌과 친근함으로 다가갈 수 있는 컬러이면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컬러다. 기존의 세련된 이미지와  카리스마가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해 레드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을 권한 것.

또한 평소에는 국민들에게 서민적인 정서로 다가갈 수 있도록 편안한 캐주얼 차림과 카리스마를 어필 할 수 있는 컬러와 액세서리로 적절히 활용하는 것을 조언했다.

이 소장은 “정치인들이 지금까지 써오던 원색계통의 컬러를 벗어나 부드러움과 친근함을 동시에 줄 수 있는 2차색(2가지 원색으로 이루어진 색)이 다음 대선주자들의 패션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자신이 가진 고유한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컬러의 선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