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셔야…

<지령800호 기획특집>②전직 대통령 건강상태 긴급점검

지난달 18일 심한 기침증세를 보이며 입원한 후 나흘 만에 갑작스레 퇴원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며칠 뒤인 27일 오후 서울대병원에 재입원했다. 폐에 한방용 침이 발견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직 대통령들의 건강에 부쩍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3명이다. <일요시사>는 이들의 동향과 건강 상태를 진단해 봤다.

‘폐 속 침 제거’ 노태우 전 대통령 퇴원
권력자도 세월의 흐름 당해낼 재간 없어

최근 한의학계는 폐지됐던 대통령 한방주치의가 3년여 만에 부활한 것을 두고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폐에 한방용 침이 발견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제는 침이 어떠한 경로로 몸속으로 들어갔고 누가 침을 놓았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공동조사단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폐 속의 ‘묻지마 침’

현재 생존해있는 전직 대통령 중 가장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이는 노 전 대통령이다.

지난달 18일 심한 기침 증세로 입원했다가 나흘 만에 급거 퇴원한 노 전 대통령은 일주일 만에 다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x-ray 확인 결과 오른쪽 폐에 약 6.5㎝ 길이의 침이 발견됐으며, 지난 28일 오전 전신마취 하에 내시경수술로 침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다.

병원 측은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됐으며 생명에는 지장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침이 누구의 소행으로 어떤 경위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몸속에 들어가게 됐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무면허 불법시술’을 받은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계속 되자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은 건강이 악화돼 혼자서는 거의 거동을 못하고 주변 사람 도움으로 휠체어와 침대를 오간다”며 “이런 과정에서 우연히 침대에 떨어져 있던 침이 피부를 뚫고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2일 노 전 대통령 측에 시술자를 밝히라는 공개 질의를 했고 “답변이 오지 않으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근은 “김옥숙 여사께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치료해 보려고 한다”며 “좋은 한약도 써보고,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오자 이걸 좀 깨우기 위해서 침을 놓았다. 그렇지만 세간에 떠도는 사이비 시술, 불법 시술 이런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미국에서 전립선암 수술 후 서울대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으며 투병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상태가 더 악화돼 혼자 일어서기도 힘들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올 4월 초부터 집중적으로 한방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폐렴증세로 잇따라 입원하면서 한때 위독설까지 나돌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고 소뇌의 크기가 점점 축소되는 희귀병인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으며 기관지 절개 수술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올해로 팔순을 맞이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옥중 생활을 끝낸 후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릴 뿐 공식적인 대외 활동을 거의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선거 때마다 투표에 참여하거나 정치권 인사들의 예방을 받으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지인들과 꾸준히 골프를 다닐 정도로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에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전 전 대통령의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예방한 자리에서 건강을 주제로 덕담이 오가기도 했다.
“아주 건강해 보인다”는 이 장관의 말에 “먹고 만날 노니까”라고 가볍게 응수한 뒤 “산에도 다니고 들에도 좀 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장관이 “심부름도 잘 하고 가끔 찾아와 좋은 말씀을 듣겠다”고 하자, 전 전 대통령은 웃으면서 “다음에 올 때는 술병을 들고 오라”고 말할 정도로 건강함을 과시했다.

또한 올 초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와 새해인사와 덕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새벽에 2시간씩 운동 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해 건강상에 문제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먹고 만날 노니까”

84세로 전직 대통령 중 최고령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아침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가끔 등산을 갈 정도로 무척 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초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측 좌장들과의 새해인사에서 “적당히 먹고 적당히 자고 적당히 운동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3가지 건강유지 ‘비법’을 소개했다.

심지어 지난 2008년에는 무리한 운동으로 늑막에 혈액이 고이는 ‘혈흉’ 시술치료를 받을 정도로 열심히 운동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왕성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입장을 피력할 정도로 정치 현안에 여전히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제6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자리에서는 거동이 편치 않은 듯 인도에 올라오는 턱 하나를 넘기 위해 양쪽에서 부축을 받는 모습을 보였고 이틀 뒤 건강검진 차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김 전 대통령의 입원에 대해 “매년 5월쯤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왔다”며 “특별히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퇴임 이후 저마다 특유의 건강관리로 건재함을 과시해오던 전직 대통령들도 팔순에 접어들며 연로해졌다. 한때 국가의 최고 권력자였던 전직 대통령들도 세월의 무게를 피해갈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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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