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건강은 나라의 안녕 “내가 바로 진정한 ‘어의’로소이다”

<지령800호 기획특집>①‘현대판 허준’ 역대 대통령 주치의 대해부

[일요시사=장미란 기자]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이들은 참모만이 아니다. 혹시 모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대통령을 지키는 경호팀과 질병 혹은 사고 등으로부터 대통령의 건강을 지키는 주치의가 있다. ‘현대판 어의’로 통하는 대통령 주치의는 ‘대한민국 최고의 의사’로 꼽힌다. 그러나 좀 더 살펴보면 대통령의 주치의가 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 갖가지 사연이 흥미롭다. 대한민국 대통령 주치의들의 자취를 모아봤다.

대통령 한의 주치의 3년2개월여 만에 부활
청와대 주름잡는 ‘현대판 어의’에 시선집중


최근 청와대의 주인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또 한명의 ‘어의’가 생겼다. 한의 주치의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한의 주치의는 지난 2003년 2월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양·한방 균형을 위해 도입됐다. 현 정부 들어 폐지됐으나 한의학계의 끈질긴 주장 끝에 다시 부활하게 된 것. 
 
그동안 ‘유일한 대통령 주치의’는 최윤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맡아왔다. 최 교수는 황해 평산 출신으로 대전고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79년부터 32년간 서울대 의대 교수로 근무해왔다. 한국만성질환관리협회장, 대한순환기학회 이사장을 역임키도 했다.

최 교수는 특히 이 대통령의 사돈으로 유명하다. 서울대 의대 내과 전문의이기도 한 장남 의근씨(38)가 이 대통령의 둘째딸 승연씨(38)와 결혼한 것. 또한 최 교수 본인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주치의를 맡아왔으며 이 대통령 취임 보름만인 지난 2008년 3월10일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됐다.

한의 주치의 부활
MB 사돈과 쌍두마차

이 대통령의 한의 주치의로는 류봉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이 내정됐다.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3대째 한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류 원장은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했으며,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방자문위원을 맡았고 2007년부터 국방부 의료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류 원장과 이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대통령 주치의가 되기까지 형평성 문제와 한의학 육성 필요성을 들어 한의 주치의의 부활을 요구해온 한의학계의 노력과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역할이 컸다.
올해 초 ‘한의약 육성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확정한 진 장관이 지난해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한방 주치의를 둘 것을 요구해 수용된 것. 이에 청와대가 대한한의사협회로부터 복수 후보를 추천받아 내정했다는 후문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한의사 주치의 위촉을 통해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건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살피는 주치의, 그들에게는 ‘어의’라는 영광이 함께한다.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과 그 가족의 건강을 돌본다는 점에서 ‘현대판 어의’라는 명예를 얻는다.

명예 외에 이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대우를 받을까. 노태우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최규완 서울대 교수는 “높은 사람 주위에 있다 보니 사람들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가졌을 것’이라는 오해를 산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대통령 주치의는 정기 급여가 없다. 활동비·출장비 등을 지원받기는 하지만 사실상 무급 명예직이라 할 수 있다.

‘현대판 어의’는
차관 대우 무급 명예직 

그러나 대통령 주치의로 선임되면 재임 중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대통령 주치의는 비상근으로 1~2주에 한번 정도 청와대에 들러 대통령의 건강을 확인하고, 대통령의 휴가, 해외순방, 지방방문 시 동행하기도 한다. 평상시에도 긴급 상황을 대비해 상황 발생 시 30분 이내에 청와대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서 활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만약의 경우 청와대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차량 한 대와 운전기사가 상시 제공된다.

대통령 주치의의 가장 큰 권한은 대통령 진료에 관한 최종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건강상태에 관한 것 뿐 아니라 운동, 과로, 음식, 수면에 대해서도 조언 할 수 있고,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속속들이 아는 최측근인 만큼 의료 관련 정책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와 최고 의사’ 인연은?
서울대병원 ‘대통령 주치의’ 만들려 로비 불사

또 다른 권한은 35명 내외의 자문의 선발에 대한 부분이다. 대통령의 건강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청와대 의무실이다. 의무실장·의무대장·간호부장 등 현역 군인 의료진들이 24시간 대기체제를 갖추고 평소 대통령의 건강을 살피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 대통령 주치의는 이들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대통령 주치의가 된다는 것은 본인 뿐 아니라 출신 학교나 병원의 영광이기도 하다. 때문에 때로 대통령 주치의 자리를 두고 보이지 않는 암투가 벌어지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는 대부분 서울대 의대가 독점하다시피 했다. 전두환 대통령의 첫 주치의였던 민병석 교수는 가톨릭의대 병원에서 일했지만 서울대 의대 출신이었다. 이후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은 한용철, 김노경 교수도 서울대 의대에 속해 있었다.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도 서울대 의대 최규완, 고창순 교수가 주치의를 맡았었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 대부분이 거물급 인사의 입원 치료를 도맡아 온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이어졌던 것.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취임 후 관례가 깨졌다. 당시 72세 고령이었던 김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를 주치의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명의’ 
서울대 출신 많아

당시 김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허 교수를 주치로의 임명한데는 서울대 의대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말도 있었다. 야당 총재 시절 서울대 의대에서 홀대받았던 것이 앙금으로 남아 있었다는 것.

실제 김 대통령은 허 교수의 후임도 민간병원 출신인 장석일 박사로 정해 서울대 의대와의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몇 대에 이어져왔던 ‘대통령 주치의 배출 병원’이라는 타이틀을 잃었던 서울대 의대는 정권교체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후 영광을 되찾기 위해 당선인 측 및 인수위에 서울대 인맥을 총동원, 학교 차원에서 움직인 것. 

이러한 노력의 결과일까. 노 대통령은 송인성 서울대 의대 교수를 주치의로 임명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신현대 경희대 한의대 교수를 함께 주치의로 임명, 양·한방 2인 체제를 이뤘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통령 주치의 병원이 되면 병원의 위상이 크게 올라갈 수 있고, 주치의단 구성에도 주도권을 쥘 수 있어 조직의 활력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라고 속사정을 전했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들은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화제를 모아왔다. “자신의 건강이 달려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견이 가장 중요(허갑범 전 대통령 주치의)”한 만큼 사돈인 이명박 대통령과 최윤식 서울대 교수처럼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이가 주치의로 선임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주치의가 정식 위촉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 때인 1963년이다. 종두법을 도입했던 지석영 선생의 종손인 지홍창 박사가 대통령 주치의 1호였다. 지 박사는 박 전 대통령과는 군의관 시절 인연을 맺은 ‘오래된 사이’였다.

1963년부터 1970년까지 주치의를 맡았던 지 박사의 후임에는 당뇨병 등 내분비학 명의였던 민헌기 서울대 내분비내과 교수가 임명됐다.

대통령과 주치의
그들의 특별한 인연

전두환 대통령은 주치의를 두 번이나 바꿨다. 첫 번째 주치의였던 민병석 가톨릭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1983년 아웅산 테러 때 변을 당했다. 이후 한용석 서울대 호흡기내과, 김노경 서울대 종양내과 교수가 차례로 주치의로 임명됐다. 

노태우 대통령의 주치의는 고교 후배인 최규완 서울대 소화기내과 교수가 맡았다.

김영삼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고창순 서울대 교수도 김 대통령의 고교 후배였다. 또한 그는 최측근 보좌진만 참여했던 녹지원 조깅 멤버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주치의였던 허갑범 연세대 내분비내과 교수, 장석일 박사와의 인연은 깊다. 김 대통령은 1990년대 단식투쟁 시절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1998년 대통령 취임 당시 주치의를 맡았던 허 교수와는 1990년 단식투쟁할 때, 두 번째 주치의였던 장석일 박사도 1992년 단식투쟁 시절부터 이어진 사이다.

허 교수는 “1990년대 야당 대표였던 김 전 대통령이 지방자치제 문제로 단식투쟁을 한 후 입원했을 때 담당 의사를 맡아 인연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인연으로 최초의 사립대학병원 출신 대통령 주치의로 남게 됐다. 

허 교수와 김 대통령의 인연은 김 대통령이 서거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김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 37일 동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것. 대통령 등 거물급 인사의 입원 치료는 주로 서울대병원에서 이뤄졌으나 허 교수와의 깊은 인연 때문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던 것이다. 

장 박사는 평민당 총재이던 김 대통령이 9일간 단식투쟁을 할 때 당사 인근에 있던 성애병원 내과 과장으로 있었으며 단식기간 매일 왕진을 다녔다.

대통령 주치의가 되고는 ‘청와대 상주’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됐다. 대통령 주치의는 장 박사를 제외하고는 청와대에서 상주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김 대통령의 북한 방문길에 동행했다. 장 박사는 “김 대통령은 에어컨 바람에 늘 민감했다”며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의 에어컨이 너무 세 (대통령이) 북한 측에 온도를 올려 달라고 했다. 감기 기운이 있기도 했다”고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겐 양방을 담당한 송인성 서울대 소화기내과 교수와 한방을 담당한 신현대 경희대 한방재활의학과 교수가 주치의로 있었다. 이중 신 교수는 최초의 한의 주치의였다.

신 교수의 대통령 주치의 임명에는 노 대통령이 허리병이 큰 역할(?)을 했다는 말도 있다. 그리고 이는 일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신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노 대통령의 건강 비결로 ‘긍정적 사고’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중시하는 성격’을 꼽았다. 지나온 일이나 미래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유머가 많았는데 이런 점들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줬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노 대통령에게 ‘권고한 운동’으로 “전신 건강을 위해 스트레칭 위주의 한방 ‘도인 체조’ 요법을 기본으로 하면서 허리를 보강하는 여러 가지 동작을 아침마다 1시간 이상씩 했다”며 “허리 건강을 위해서는 침 치료와 뜸, 부황이나 약물치료 등을 병용하면서 운동하도록 권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이자 주치의인 최윤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삼호주얼리호 사건 때도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기 위해 오만에 급파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가 석 선장을 한국으로 이송하려 했을 때 이 교수와 석 선장의 이송 방안을 논의했던 것.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대통령 주치의인 최 교수에게 석 선장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것을 부탁했다. 이에 응급의학회 이사장인 서길준 서울대 교수 등 2명과 함께 이 교수와 통화하면서 석 선장이 2000피트 고도에서 11시간 비행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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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