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건강은 나라의 안녕 “내가 바로 진정한 ‘어의’로소이다”

<지령800호 기획특집>①‘현대판 허준’ 역대 대통령 주치의 대해부

[일요시사=장미란 기자]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이들은 참모만이 아니다. 혹시 모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대통령을 지키는 경호팀과 질병 혹은 사고 등으로부터 대통령의 건강을 지키는 주치의가 있다. ‘현대판 어의’로 통하는 대통령 주치의는 ‘대한민국 최고의 의사’로 꼽힌다. 그러나 좀 더 살펴보면 대통령의 주치의가 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 갖가지 사연이 흥미롭다. 대한민국 대통령 주치의들의 자취를 모아봤다.

대통령 한의 주치의 3년2개월여 만에 부활
청와대 주름잡는 ‘현대판 어의’에 시선집중


최근 청와대의 주인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또 한명의 ‘어의’가 생겼다. 한의 주치의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한의 주치의는 지난 2003년 2월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양·한방 균형을 위해 도입됐다. 현 정부 들어 폐지됐으나 한의학계의 끈질긴 주장 끝에 다시 부활하게 된 것. 
 
그동안 ‘유일한 대통령 주치의’는 최윤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맡아왔다. 최 교수는 황해 평산 출신으로 대전고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79년부터 32년간 서울대 의대 교수로 근무해왔다. 한국만성질환관리협회장, 대한순환기학회 이사장을 역임키도 했다.

최 교수는 특히 이 대통령의 사돈으로 유명하다. 서울대 의대 내과 전문의이기도 한 장남 의근씨(38)가 이 대통령의 둘째딸 승연씨(38)와 결혼한 것. 또한 최 교수 본인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주치의를 맡아왔으며 이 대통령 취임 보름만인 지난 2008년 3월10일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됐다.

한의 주치의 부활
MB 사돈과 쌍두마차

이 대통령의 한의 주치의로는 류봉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이 내정됐다.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3대째 한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류 원장은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했으며,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방자문위원을 맡았고 2007년부터 국방부 의료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류 원장과 이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대통령 주치의가 되기까지 형평성 문제와 한의학 육성 필요성을 들어 한의 주치의의 부활을 요구해온 한의학계의 노력과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역할이 컸다.
올해 초 ‘한의약 육성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확정한 진 장관이 지난해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한방 주치의를 둘 것을 요구해 수용된 것. 이에 청와대가 대한한의사협회로부터 복수 후보를 추천받아 내정했다는 후문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한의사 주치의 위촉을 통해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건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살피는 주치의, 그들에게는 ‘어의’라는 영광이 함께한다.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과 그 가족의 건강을 돌본다는 점에서 ‘현대판 어의’라는 명예를 얻는다.

명예 외에 이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대우를 받을까. 노태우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최규완 서울대 교수는 “높은 사람 주위에 있다 보니 사람들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가졌을 것’이라는 오해를 산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대통령 주치의는 정기 급여가 없다. 활동비·출장비 등을 지원받기는 하지만 사실상 무급 명예직이라 할 수 있다.

‘현대판 어의’는
차관 대우 무급 명예직 

그러나 대통령 주치의로 선임되면 재임 중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대통령 주치의는 비상근으로 1~2주에 한번 정도 청와대에 들러 대통령의 건강을 확인하고, 대통령의 휴가, 해외순방, 지방방문 시 동행하기도 한다. 평상시에도 긴급 상황을 대비해 상황 발생 시 30분 이내에 청와대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서 활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만약의 경우 청와대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차량 한 대와 운전기사가 상시 제공된다.

대통령 주치의의 가장 큰 권한은 대통령 진료에 관한 최종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건강상태에 관한 것 뿐 아니라 운동, 과로, 음식, 수면에 대해서도 조언 할 수 있고,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속속들이 아는 최측근인 만큼 의료 관련 정책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와 최고 의사’ 인연은?
서울대병원 ‘대통령 주치의’ 만들려 로비 불사

또 다른 권한은 35명 내외의 자문의 선발에 대한 부분이다. 대통령의 건강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청와대 의무실이다. 의무실장·의무대장·간호부장 등 현역 군인 의료진들이 24시간 대기체제를 갖추고 평소 대통령의 건강을 살피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 대통령 주치의는 이들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대통령 주치의가 된다는 것은 본인 뿐 아니라 출신 학교나 병원의 영광이기도 하다. 때문에 때로 대통령 주치의 자리를 두고 보이지 않는 암투가 벌어지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는 대부분 서울대 의대가 독점하다시피 했다. 전두환 대통령의 첫 주치의였던 민병석 교수는 가톨릭의대 병원에서 일했지만 서울대 의대 출신이었다. 이후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은 한용철, 김노경 교수도 서울대 의대에 속해 있었다.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도 서울대 의대 최규완, 고창순 교수가 주치의를 맡았었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 대부분이 거물급 인사의 입원 치료를 도맡아 온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이어졌던 것.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취임 후 관례가 깨졌다. 당시 72세 고령이었던 김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를 주치의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명의’ 
서울대 출신 많아

당시 김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허 교수를 주치로의 임명한데는 서울대 의대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말도 있었다. 야당 총재 시절 서울대 의대에서 홀대받았던 것이 앙금으로 남아 있었다는 것.

실제 김 대통령은 허 교수의 후임도 민간병원 출신인 장석일 박사로 정해 서울대 의대와의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몇 대에 이어져왔던 ‘대통령 주치의 배출 병원’이라는 타이틀을 잃었던 서울대 의대는 정권교체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후 영광을 되찾기 위해 당선인 측 및 인수위에 서울대 인맥을 총동원, 학교 차원에서 움직인 것. 

이러한 노력의 결과일까. 노 대통령은 송인성 서울대 의대 교수를 주치의로 임명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신현대 경희대 한의대 교수를 함께 주치의로 임명, 양·한방 2인 체제를 이뤘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통령 주치의 병원이 되면 병원의 위상이 크게 올라갈 수 있고, 주치의단 구성에도 주도권을 쥘 수 있어 조직의 활력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라고 속사정을 전했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들은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화제를 모아왔다. “자신의 건강이 달려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견이 가장 중요(허갑범 전 대통령 주치의)”한 만큼 사돈인 이명박 대통령과 최윤식 서울대 교수처럼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이가 주치의로 선임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주치의가 정식 위촉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 때인 1963년이다. 종두법을 도입했던 지석영 선생의 종손인 지홍창 박사가 대통령 주치의 1호였다. 지 박사는 박 전 대통령과는 군의관 시절 인연을 맺은 ‘오래된 사이’였다.

1963년부터 1970년까지 주치의를 맡았던 지 박사의 후임에는 당뇨병 등 내분비학 명의였던 민헌기 서울대 내분비내과 교수가 임명됐다.

대통령과 주치의
그들의 특별한 인연

전두환 대통령은 주치의를 두 번이나 바꿨다. 첫 번째 주치의였던 민병석 가톨릭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1983년 아웅산 테러 때 변을 당했다. 이후 한용석 서울대 호흡기내과, 김노경 서울대 종양내과 교수가 차례로 주치의로 임명됐다. 

노태우 대통령의 주치의는 고교 후배인 최규완 서울대 소화기내과 교수가 맡았다.

김영삼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고창순 서울대 교수도 김 대통령의 고교 후배였다. 또한 그는 최측근 보좌진만 참여했던 녹지원 조깅 멤버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주치의였던 허갑범 연세대 내분비내과 교수, 장석일 박사와의 인연은 깊다. 김 대통령은 1990년대 단식투쟁 시절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1998년 대통령 취임 당시 주치의를 맡았던 허 교수와는 1990년 단식투쟁할 때, 두 번째 주치의였던 장석일 박사도 1992년 단식투쟁 시절부터 이어진 사이다.

허 교수는 “1990년대 야당 대표였던 김 전 대통령이 지방자치제 문제로 단식투쟁을 한 후 입원했을 때 담당 의사를 맡아 인연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인연으로 최초의 사립대학병원 출신 대통령 주치의로 남게 됐다. 

허 교수와 김 대통령의 인연은 김 대통령이 서거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김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 37일 동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것. 대통령 등 거물급 인사의 입원 치료는 주로 서울대병원에서 이뤄졌으나 허 교수와의 깊은 인연 때문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던 것이다. 

장 박사는 평민당 총재이던 김 대통령이 9일간 단식투쟁을 할 때 당사 인근에 있던 성애병원 내과 과장으로 있었으며 단식기간 매일 왕진을 다녔다.

대통령 주치의가 되고는 ‘청와대 상주’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됐다. 대통령 주치의는 장 박사를 제외하고는 청와대에서 상주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김 대통령의 북한 방문길에 동행했다. 장 박사는 “김 대통령은 에어컨 바람에 늘 민감했다”며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의 에어컨이 너무 세 (대통령이) 북한 측에 온도를 올려 달라고 했다. 감기 기운이 있기도 했다”고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겐 양방을 담당한 송인성 서울대 소화기내과 교수와 한방을 담당한 신현대 경희대 한방재활의학과 교수가 주치의로 있었다. 이중 신 교수는 최초의 한의 주치의였다.

신 교수의 대통령 주치의 임명에는 노 대통령이 허리병이 큰 역할(?)을 했다는 말도 있다. 그리고 이는 일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신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노 대통령의 건강 비결로 ‘긍정적 사고’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중시하는 성격’을 꼽았다. 지나온 일이나 미래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유머가 많았는데 이런 점들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줬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노 대통령에게 ‘권고한 운동’으로 “전신 건강을 위해 스트레칭 위주의 한방 ‘도인 체조’ 요법을 기본으로 하면서 허리를 보강하는 여러 가지 동작을 아침마다 1시간 이상씩 했다”며 “허리 건강을 위해서는 침 치료와 뜸, 부황이나 약물치료 등을 병용하면서 운동하도록 권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이자 주치의인 최윤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삼호주얼리호 사건 때도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기 위해 오만에 급파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가 석 선장을 한국으로 이송하려 했을 때 이 교수와 석 선장의 이송 방안을 논의했던 것.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대통령 주치의인 최 교수에게 석 선장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것을 부탁했다. 이에 응급의학회 이사장인 서길준 서울대 교수 등 2명과 함께 이 교수와 통화하면서 석 선장이 2000피트 고도에서 11시간 비행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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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