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극비 독대’ 정몽준 노림수

준비된 잠룡 승천 위해 여의주 물었나?

이명박 대통령과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달 19일 청와대에서 70여분간 단독으로 면담했다. 정 전 대표가 여당 내 유력한 대선주자라는 점과 그의 경쟁자 박근혜 전 대표에게 유럽 특사를 맡긴 민감한 시기에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들은 왜 만났을까.


MJ, MB와 ‘단독 밀담’ 직후 정치행보 가속화
친이 대권연대 가능성…‘박근혜 견제론’도 고개

정몽준 전 대표가 차기대권 의사를 분명히 밝힌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가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전 대표는 한·미 의원외교협의회장 자격으로 이 대통령과 미치 매코넬 미국 상원 공화당 대표 일행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뒤 이 대통령과 독대했다. 두 사람의 단독 면담은 지난해 11월 월드컵 유치 문제와 관련해 정 전 대표가 청와대를 방문한 이후 5개월 만이다. 이날 독대는 정 전 대표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등 외교현안과 함께 4·27 재보선 상황과 내년 총선 및 대선 전략, 향후 국정운영 방향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청와대 측은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지극히 의례적인 만남으로 크게 정치적인 의미를 두고 볼 필요는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미묘한 시점에 왜?

다만 두 사람의 단독 면담은 한나라당 차기 대선주자를 놓고 정 전 후보와 경쟁하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이 대통령이 ‘유럽 특사’를 맡긴 상황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미묘한 시점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정 전 대표에게도 예우를 갖춰 박 전 대표에 준하는 ‘선물’을 안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회동 후 만족감을 표시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둘 다 박 전 대표의 존재감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로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조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정 전 대표를 통해 박 전 대표를 견제하고, 정 전 대표는 친이계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고 싶다는 입장에 이 대통령의 전향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MB-MJ’ 관계에 친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정 전 대표의 거침없는 친이 행보도 눈에 띈다. 정 전 대표는 지난달 8일 당내 친이계 최대 규모인 ‘함께 내일로’의 모임에 참석,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한 결의에 동참했다. 이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언에 박 전 대표가 강도 높게 비판한 것과 달리 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했다.

정 전 대표는 유력 대권주자 중 한명이다. 이번 ‘MB-MJ’ 단독면담이 주목받는 이유다.

정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통령 선거에 나갈 후보들은 1년 반 전부터 선출직 당직에 출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당을 이끌 이렇게 많은 분들을 금지시키는 것이 합리적 규정인지, 사실 오래 전부터 생각을 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당권을 찍고 대권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3일 전주대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는 자리에선 “앞으로 더 큰 경영을 위해 최선을 다해 슈퍼스타가 되라는 격려와 채찍이라고 믿는다”며 “새로운 정치를 창업하는 슈퍼스타가 되리라는 자신이 생긴다”고 밝혀 대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4.27 재보선 패배를 2030세대와의 소통부족으로 판단, 6월 중순까지 제주대와 경북대, 강원대 등 각 지역 대학을 돌며 특강을 벌이는 ‘강연 정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이전까지 민감한 정치적 발언은 되도록 삼가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젠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과 독대를 가진 직후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자신과 대권을 놓고 경쟁할 박근혜·이재오·오세훈 ‘3룡’이 주 타깃이다.

정 전 대표는 지난 4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제기되는 당 쇄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참패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 전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빅딜’ 성사됐나

그는 “박 전 대표가 당 운영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박 전 대표가 의도적으로 당과 거리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장관에 대해서도 “여당과 행정부에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후면에 있지 말고 전면에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 전 대표의 일격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오 시장이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 “현실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자 “현실적으로 우리 자체의 핵무기 개발은 불가능한 만큼 북핵폐기를 위해 전술핵을 재배치하자고 제안해 온 당사자로서 오 시장의 발언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전 대표는 “북핵 폐기를 위해 6자회담이 10년 가까이 진행되어 왔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핵무기는 사용하지 않더라도 보유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절대무기, 정치무기”라며 “오 시장의 발언은 오히려 북한 김정일이 좋아할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과 정 전 대표의 인연은 남다르다. 이 대통령은 현대가 가신이었고, 정 전 대표는 현대가 일원이다. 정 전 대표의 부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대권의 꿈’을 품었을 당시 먼저 정치권에 발을 디딘 이 대통령의 외면으로 한때 서먹서먹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윈윈’을 위해 서로 절실한 관계가 됐다. ‘MB-MJ’는 과연 어떤 밀담을 나눴을까. 무슨 빅딜을 주고받았는지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는 요즘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