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실실’ 한나라당 ‘쇄신론’ 들여다보니

반성했나 싶었더니 ‘계파갈등’ 부채질 슥~슥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한나라당에 또 다시 ‘당 쇄신 방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4·27 재보선 참패의 여파다. 당내엔 ‘변해야 산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지난 2일 예정됐던 원내대표 경선을 나흘 뒤로 미루고 연찬회를 개최해 ‘환골탈태’ 작업에 착수했다.

친이-친박 입장차만 확인한 연찬회
위기만 닥치면 ‘쇄신카드’ 꺼내들어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고배를 마셨다. ‘천당아래 분당’이라 불리던 ‘분당을’과 당의 ‘텃밭’이라 여겨졌던 ‘강원도’를 야당에 내준 것. 당 내부에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 대선도 어려워 공멸한다는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지난 2일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연찬회를 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번 연찬회는 당의 체질 개선과 민심수습을 위해 열렸다.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끝장토론’이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알맹이’는 온데 간데 없었다. 이번 연찬회는 오로지 ‘친이와 친박·소장파’ 로 구분되는 계파간의 이견만을 확인한 채 갈등으로 끝을 맺었다.

‘친이 vs 친박·소장파

포문은 소장파 의원들이 먼저 열었다.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청와대를 비판하고 나선 것. 이와 함께 ‘주류 2선 퇴진’을 주장하며 친이계에 총부리를 정조준했다.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의 김성태 의원은 “당을 청와대와 정부의 거수기로 만든 주류의 2선 퇴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성식 의원도 “이재오 특임장관이 교육부장관 등 다른 자리로 옮기는 식으로 당원들에게 공간을 열어주고 인사권을 놓아주는 방향으로 갈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주장에 친이계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친이계 안경률 의원은 “집단 지도체제인 만큼 모두의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이재오 장관의 핵심측근인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주류 퇴진론’에 “공천을 직접 한 것도 아닌데 그런 주장은 책임전가”라고 반박했다.
‘박근혜 역할론’도 논란거리가 됐다. 먼저 친이계가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계파가 없어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박 전 대표와 이 특임장관이 당의 공동대표를 맡아 당력을 모아 화합하고 단결하자”며 ‘공동대표제’를 제안했다.

친이계 정미경 의원도 “박근혜, 정몽준 전 대표와 이 특임장관 3명의 주연배우가 모두 나와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해 당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수뇌부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요청했다.

이는 다시 친박계와 소장파의 반발로 이어졌다. 정 의원의 발언에 소장파인 김성식 의원은 “유력한 대선주자를 끌어들여서 총선판을 모면해보려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받을 수 있다”며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친박계도 대선 출마자가 1년 6개월 이내에 선출직 당직을 맡아선 안 된다는 당의 규정에 따라 박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에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쇄신론은 연례행사?

한나라당에 불거진 쇄신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B정부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2008년 촛불시위 때부터 2009년 4·29 재보선 참패 후, 2010년 6·2 지방선거 참패 후에도 쇄신 주문이 쇄도했다. 그 때마다 한나라당은 쇄신작업에 나섰지만 결국 뜻을 모으지 못했다.

당의 위기가 올 때마다 ‘쇄신론’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매번 ‘계파 해체’ ‘청와대 책임론’ 등 같은 말만 되풀이될 뿐 진지한 자기반성도 없고, 위기를 극복할 공감 가는 대책도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적절한 대안은 없었다. 친이계는 “친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며 발끈했고, 친박계 의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소장파 의원들도 내년 총선 공천을 의식한 탓인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응급실 중환자 수준’이라는 자체 진단을 내렸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것 같다’라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쇄신론도 헛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내를 가득 메우고 있다. 당장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이 또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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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