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목줄 잡힌 대기업 리스트

‘NPS 데스노트’ 펴보니…없는 재벌 없네!

[일요시사=박민우 기자]정부의 ‘재벌 통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그 ‘행동대장’격으로 국민연금(NPS)이 나선다.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목줄을 쥐고 흔들겠다는 것이다. 재계는 크게 반발하면서도 내심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토론회.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폭탄 발언’을 했다. 곽 위원장은 “오너 중심의 독단적 기업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공적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견제하겠다” 엄포

그는 “대기업들의 거대 관료주의를 견제하고 시장의 취약한 공적 기능을 북돋을 수 있는 촉진자가 필요하다”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등 경영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곽 위원장의 발언은 정부가 국민연금을 내세워 대기업을 견제하겠다는 일종의 ‘엄포’였다. 겉으론 기업의 사회책임 강조로 보이지만, 사실상 임기 말 ‘재벌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계 즉각 반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각각 성명서를 내고 “정치논리에 따른 관치 목적의 지배구조개선이나 지나친 경영권 간섭은 경영안정화를 훼손해 기업가치 저하로 연결되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연금이 목줄을 쥐고 있는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언제 어떤 식으로 압력이 들어올지 몰라 노심초사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기금 적립액이 무려 324조원에 이른다. 이중 17%인 55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한 상태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1804개 상장사 가운데 국민연금(국민연기금 포함)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292개사(16.2%)다. 이들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 130억546만주(보통주) 중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은 7억6938만주로, 지분율은 평균 5.92%로 나타났다.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170개사. 3% 이상∼5% 미만이 109개사, 단순투자 수준인 3% 미만이 13개사였다.

국민연금은 국내 재계서열 1위인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7.94%), 삼성엔지니어링(8.03%), 삼성전기(6.82%), 삼성화재(5.01%), 삼성SDI(7.11%), 삼성중공업(5.04%), 제일모직(7.66%), 제일기획(6.19%), 호텔신라(6.12%) 등이 국민연금을 주요주주로 모시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3.38%)보다 많은 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쥐락펴락 주의보’ 5% 이상 지분 상장사 170개
삼성, 현대차, LG, SK 등 재계 상위사 ‘손아귀’

국민연금은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계열사 지분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5.95%), 기아차(5%), 현대제철(6.06%), 현대모비스(5%), 현대건설(6.95%) 등이다. LG그룹은 LG전자(6.05%), LG화학(5.68%), LG생명과학(9.43%), LG하우시스(7.03%), LG디스플레이(6.5%), LG상사(9.66%), LG패션(8.43%) 등이다. SK그룹은 SK(4.84%), SKC(6.36%), SK케미칼(6.24%), SK이노베이션(7.58%), SK네트웍스(6.83%), SK브로드밴드(7.57%) 등이다.

포스코와 하이닉스, KT의 경우 국민연금 손아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각 5.33%, 9.11%, 7.7% 지분율로 최대주주에 등극해 있다.

또 ▲한진그룹(한진 5.13%·대한항공 8.19%·한진해운 7.04%) ▲롯데그룹(롯데삼강 7.66%·호남석유 6.13%·케이피케미칼 6.29%) ▲CJ그룹(CJ 6.2%·CJ CGV 9.07%·CJ제일제당 8.48%·CJ인터넷 5.04%) ▲한솔그룹(한솔제지 5.02%·한솔케미칼 9.1%·한솔테크닉스 5.8%) ▲LS그룹(LS 9.28%·LS산전 7.47%) ▲GS그룹(GS 5.03%·GS글로벌 3.89%) ▲KCC그룹(KCC 5.87%·KCC건설 5.02%)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4.26%·현대종합상사·7.6%),등에도 국민연금이 투자했다.

국민연금은 한화(6.14%), 코오롱인더스트리(6.85%), STX엔진(3.77%), 웅진코웨이(5.05%), LIG손해보험(9.44%), 현대그린푸드(9.06%), 엔씨소프트(6.05%), 한라건설(8.58%), 세아제강(6.51%), 한진중공업(8.2%), 한미약품(8.2%), 대우조선해양(4.96%), 일진전기(6.31%), 효성(3.88%), S-Oil(4.99%), OCI(5.1%), NHN(5.03%), 고려아연(6%) 등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발목잡기’ 시작됐다

국민연금은 다수의 금융권 지분도 보유 중이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신한금융지주(6.09%), KB금융지주(5.02%), 하나금융지주(8.17) 등 3곳에서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다. 이밖에 BS금융지주(5.08%), 외환은행(3.97%), 전북은행(4.3%) 등의 주요주주에 올라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이들 대기업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3월11일과 18일 열린 현대차와 현대제철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건에 잇달아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의 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총 2153건의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174건에 대해 ‘NO’를 외쳤다. 국민연금의 반대표 비중은 2005년 2.7%, 2007년 5.0%, 2009년 6.6%, 지난해 8.1% 등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국민연금이 목줄을 쥐고 있는 기업들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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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