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재벌 농락’ 스토리

XXX 살살 긁어주니 ‘헤벌쭉’

[일요시사=김성수 기자]거액을 날린 ‘최태원 굴욕’ 사건이 회자되면서 재계 사교모임이 주목받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 모임에서 만난 ‘바람잡이’의 꼬드김에 넘어가 ‘베팅’했다는 소문이 나도는 탓이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은 몇 년 전 또 다른 재벌 사교모임 내에서 일어난 사건과 절묘하게 오버랩 된다. 한 멤버가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들을 등친 일이다.

‘최태원 굴욕’ 막후 투자조언자 실체 속속 드러나 
사교모임서 만나…2003년 ‘베스트 사건’ 오버랩

“재벌도 사람입니다.”
대기업 오너를 상대로 한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데 대해 한 재계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서민’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너쯤이면 박식한데다 각 분야의 ‘박사급’인 조언자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금전적으로도 뭐가 아쉬워서 귀를 쉽게 열었는지 도통 납득하기 어렵다.

‘바람잡이’ 해외 잠적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선물 투자로 1000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소문이 돌면서 각종 의혹과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최 회장을 꼬드긴 ‘바람잡이’가 누구인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 거론되는 유력한 용의자는 40대 재미교포 E씨다.
E씨는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공학을, 퍼듀대에서 반도체 물리학을 전공한 미국 명문대 출신 수재다. 1993년 세계적인 반도체업체인 I사 본사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그는 2002년 I사 한국 지사장에 올랐다. 이후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와 외국계 증권사, 국내 대형 투자자문사, 글로벌 IT기업 등을 거쳐 현재 미국계 헤지펀드 H캐피탈에서 국내 마케팅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E씨가 한국 재계 인맥을 넓히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다. 최 회장과도 그랬다. E씨는 평소 친분이 있는 최 회장에게 투자를 권유했고, 곧이곧대로 믿은 최 회장은 거액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E씨는 한국을 떠나 잠적한 상태다.

그렇다면 둘은 어떤 계기로 처음 알게 됐을까.

업계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가장 유력한 ‘접선지’는 재계 사교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다. E씨는 활동 무대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옮길 당시 브이소사이어티의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최 회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 뿐만 아니라 유수의 대기업 오너와 재계 2∼3세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투자 손실을 입은 기업인들이 추가로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브이소사이어티는 ‘로열패밀리’가 주축이 된 대표적인 ‘그들만의 모임’이다. 2000년 재벌 2∼3세들과 젊은 벤처창업자들이 모여 만든 이 모임은 매주 목요일마다 포럼을 개최한다.

다만 단순한 ‘만남의 장’이 아닌 주식회사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창립 당시 21명의 발기인이 각각 2억원씩 모두 42억원을 출자했다고 한다. 멤버는 최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재벌들과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변대규 휴맥스 대표,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등 벤처인들이다.

이들은 서로 ‘호형호제’가 자연스러울 만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치인과 공무원, 기관장 등 비재계 인사에겐 회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최태원 굴욕’사건과 관련해 재계 사교모임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또 다른 사교모임과 과거 여기서 일어난 사건이 회자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은 절묘하게 오버랩 된다.

두 사건 ‘닮은꼴’

전 외국계 은행 직원 C씨는 2000년 재벌 2세들의 모임인 ‘베스트’에 가입해 총무를 맡았다. C씨는 2001년 12월부터 2003년 4월까지 사학재단 S학원 이사장의 아들 L씨 등 회원들에게 다른 은행에 비해 금리가 높고 특별우대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이 있다고 꼬드겨 600억원을 투자하게 했다. C씨의 꾐에 빠져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 수백억원을 날린 L씨는 2003년 C씨를 고소했고, 이듬해 대법원은 C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당시 ‘베스트’상당수 회원들이 피해를 입고서도 이름이 알려질까 두려워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다는 후문이다. 재계 안팎에서 파악한 실제 피해금액은 줄잡아 1000억원대로 추산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소문으로만 떠돌던 재벌 사교모임들의 실체를 벗기는 계기가 됐다. ‘베스트’는 친목 도모와 정보 교류가 목적인 모임이다. 2000년 서울의 특정 명문고 출신의 재벌 2·3세들이 주축으로 결성됐으나 모임 규모가 확대되면서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 고소득자도 주요멤버로 참여했다. 피의자 C씨 역시 미국 명문대학 출신으로 외국계 은행에 근무했기 때문에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재벌 사교모임은 대부분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며 “그렇다고 비밀 모임만 있는 건 아니다. 공개된 모임도 많은데 요즘엔 정보 공유와 경영 세미나 등 교육형 모임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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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