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등골 빼먹는 ‘물가 5적’ 리스트 대공개

고물가에 허리 못 펴는데 등에 짐까지 ‘털썩’

[일요시사=송응철 기자]꽃 피는 봄이 왔지만 우리경제는 여전히 ‘겨울’이다. 매서운 한파에 서민들은 정신없이 옷깃을 여미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동서식품, 해태제과, 농심, CJ, BAT코리아가 최근 가격인상을 단행한 소식이 들려왔다. 모두 서민생활과 관련된 제품들이다. 서민들은 눈물이 쏙 빠질 지경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기업이 하나 같이 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경쟁사들의 가격 인상을 유도, ‘인상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쩔 수 없었다”는 이들의 항변에도 서민들의 마음은 가벼워지는 지갑과 반비례로 무거워지고 있다.


동서식품 ‘안 올리겠다’더니 커피값 10% 올려 
CJ 설탕값 10%, 농심 신라면 블랙 편법 인상

#동서식품
동서식품은 지난달 25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9.9% 인상키로 했다. 가격인상 조율에서 허용된 범위인 10%내에서 최대 폭이다. 이번 가격인상 배경에 대해 동서식품은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최근 1년 새 123% 올라 원가부담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번 가격인상을 보는 서민들의 표정엔 불만이 가득하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동서식품 제품 매출원가는 8032억원으로 전년대비 3.8% 증가하는데 그쳤다. 제품 매출원가에서 70% 비중을 차지하는 커피 원두의 시세가 123%나 올랐는데도 정작 제품 매출원가는 3.8%만 늘어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동서식품은 지난해 최대 흑자를 냈다. 동서식품의 영업이익률은 15.3%로 최근 3년간 가장 좋았다. 당기순이익률도 12.5%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원가 부담으로 어쩔 수 없이 가격인상을 단행해야 했다는 동서식품의 주장이 무색하다.

동서식품은 지난 2009년까지 매년 물가상승률을 초과해 맥심커피 가격을 인상해 왔다. 평균 인상률은 6%다. 최고 9.2%까지 인상하기도 했다. 동서식품이 커피값을 좌지우지할 수 있던 것은 시장구조 때문이다. 인스턴트커피 시장은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가 양분하고 있다. 하지만 동서식품의 시장점유율은 76%로 21.7%인 한국네슬레를 크게 웃돈다. 사실상 독점기업인 셈이다. 결국 커피값을 올리는 건 동서식품 마음먹기에 달렸단 얘기다.

#해태제과
해태제과도 지난달 6일부터 24개 과자류 가격을 평균 8% 인상했다. ‘오예스’ ‘홈런볼’ ‘에이스’ ‘맛동산’ 등 하나같이 간판급 과자들이었다. 서민들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하지만 안 좋은 소식만 있던 건 아니다. 인심도 썼다. 해태제과는 가격인상안을 발표하면서 ‘땅콩그래’ ‘썬키스트 캔디’ ‘와플칩’ 등 4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6.6% 인하하겠다고 했다. 소비자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실소가 터져 나왔다. 매출이 많은 인기상품을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비인기 상품 일부의 가격을 내리는 ‘생색내기용’ 아니냐는 것. 물가잡기에 발 벗고 나선 당국의 압박을 우회적으로 비켜가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흘러 나왔다.

사태는 해프닝에 그쳤고 이내 잠잠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분노가 재점화 됐다. 앞서 지난 3월말 주요 대형마트에서 해태제과의 주요 품목 가격을 평균 14~15% 인상 한 사실이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 970원이던 생크림홈런볼컵(51g)이 1360원으로 40.2% 오르고 초코홈런볼컵(51g)도 40.2% 오른 1360원으로, 970원짜리 롤리폴리(72g)와 롤리폴리딸기(72g)도 1360원으로 인상폭이 40.2%에 달하면서 체감물가 지수를 높게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국민과자라고 할 수 있는 맛동산(8팩)이 2980원에서 3980원으로 거의 4000원 대에 육박하고 해태 구운양파(8팩)도 2980원에서 3980원으로 각 33.6%나 가격이 비싸졌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인상폭은 15%를 훌쩍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해태제과 측 관계자는 “그동안 밀가루, 설탕, 원유 상승 등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체감지수를 감안해 오래 동안 인상을 미뤄왔다”며 “이번에도 제조가는 8%만 인상했을 뿐이며 14~15% 인상률은 유통업체에서 정한 판매율 인상으로 제조사인 해태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농심
이처럼 식품들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쐐기를 박은 것은 지난달 15일 출시된 농심의 ‘신라면 블랙’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신라면 블랙’은 개당 1320원으로 기존 신라면(584원)에 비해 약 2.3배 비싸다.

여론의 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쓴 프리미엄 제품이더라도 주식 대용으로 쓰이는 라면 가격이 기존의 2배를 넘는 것은 무리라는 것. 일각에선 농심이 라면 가격 인상이 어려워지자 값비싼 프리미엄 브랜드를 이용해 가격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정부가 집중 관리하는 52개 ‘MB물가지수’에도 포함돼 있어 상대적으로 통제를 받아 왔다.

3년간 기획해 온 야심작이고 ‘가치에 합당한 가격’이라는 게 농심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원성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러자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리뉴얼이나 업그레이드를 통한 제품 가격인상에 편법이나 불공정행위 여부가 있는지 관련법을 잣대를 가지고 면밀히 들여다 보겠다”고 경고했다.

경고는 곧 현실이 됐다. 공정위가 농심의 편법 가격인상 의혹에 대한 집중 조사에 나선 것. 지난달 19일 공정위는 농심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현장조사에서 공정위는 ‘신라면 블랙’의 가격책정 자료와 성분내역 자료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태제과 과자값 평균 10%, 인기 상품 16% 
BAT코리아 담뱃값 8% 인상…정부 부탁 외면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2일부터 설탕 출고가를 평균 9.8% 인상했다. 공장도 가격 기준으로 백설탕 1kg은 1309원(이하 부가세 포함)에서 1436원으로 9.7%, 15kg은 1만6928원에서 1만8605원으로 9.9% 인상된다.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해 12월 9.7% 인상 이후 3개월 만이다.

CJ제일제당의 설탕값 인상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정부는 설탕을 ‘52가지 생활필수’ 품목에 선정해 특별관리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이 같은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설탕값을 인상하겠다는 CJ제일제당의 의지는 확고했다. ‘내 코가 석자’라는 게 제일제당의 항변이다. 원재료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해 수익성 악화를 감당할 수 없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설탕뿐만이 아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8일부터는 밀가루 제품의 출고가를 8.5~8.7% 올렸다. 20㎏ 중력분은 1만5700원에서 1만7030원으로, 1㎏ 중력분은 980원에서 1065원으로, 1㎏ 강력분은 1160원에서 1260원으로 각각 올랐다. 이외에 지난 3월31일부턴 백설유 콩기름, 튀김전용유 가격도 3~9.4% 올렸다. 하나 같이 서민생활과 밀접한 제품들이다.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에도 서민들은 연신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BAT코리아
식품 외에 담뱃값도 올랐다. BAT코리아가 28일부터 던힐, 켄트, 보그 등의 담배가격 8%를 인상한 것. BAT코리아는 담배값 인상의 배경에 대해 “2005년 대비 담배잎 가격이 60%, 인건비 30% 가량 상승하면서 최근 2년간 영업이익이 34%나 감소했다”며 “이번 인상은 원자재값 상승과 물가인상률에 따른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BAT코리아는 2009년 초 2008년 매출이 5989억원이며 순익 77억원을 기록했다. 순매출액의 5% 내외가 상표사용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00억원 규모의 수익을 낸 셈이다.

이번 인상은 대표적 규제산업인 담배업계의 관행에 비춰 ‘반란’에 가깝다는 게 정부 안팎의 지적이다. 세금 등의 조정이 이뤄질 때 일제히 올리던 관행과 달리 내부 사정에 따라 개별회사별로 올리는 초유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주주에 대한 안정적인 배당금 지급을 위해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BAT코리아는 2010년 당기 순이익 122억원 전부를 100% 지분을 갖고 있는 ‘British American Tobacco p.l.c’에 배당금으로 지불한 바 있다.

정부는 업계에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애연가들이 직접 나섰다. 엽연초 생산협동조합은 최근 BAT코리아의 담배 가격 인상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조합 측은 국산 잎담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사의 순이익을 모조리 해외로 유출하는 BAT코리아의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국산 잎담배 사용 등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불매운동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BAT코리아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고개를 돌렸다. 이 같은 행태에 조합 측 관계자는 “원가부담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담배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배만 불리겠다는 비윤리적인 처사”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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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