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등골 빼먹는 ‘물가 5적’ 리스트 대공개

고물가에 허리 못 펴는데 등에 짐까지 ‘털썩’

[일요시사=송응철 기자]꽃 피는 봄이 왔지만 우리경제는 여전히 ‘겨울’이다. 매서운 한파에 서민들은 정신없이 옷깃을 여미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동서식품, 해태제과, 농심, CJ, BAT코리아가 최근 가격인상을 단행한 소식이 들려왔다. 모두 서민생활과 관련된 제품들이다. 서민들은 눈물이 쏙 빠질 지경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기업이 하나 같이 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경쟁사들의 가격 인상을 유도, ‘인상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쩔 수 없었다”는 이들의 항변에도 서민들의 마음은 가벼워지는 지갑과 반비례로 무거워지고 있다.


동서식품 ‘안 올리겠다’더니 커피값 10% 올려 
CJ 설탕값 10%, 농심 신라면 블랙 편법 인상

#동서식품
동서식품은 지난달 25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9.9% 인상키로 했다. 가격인상 조율에서 허용된 범위인 10%내에서 최대 폭이다. 이번 가격인상 배경에 대해 동서식품은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최근 1년 새 123% 올라 원가부담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번 가격인상을 보는 서민들의 표정엔 불만이 가득하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동서식품 제품 매출원가는 8032억원으로 전년대비 3.8% 증가하는데 그쳤다. 제품 매출원가에서 70% 비중을 차지하는 커피 원두의 시세가 123%나 올랐는데도 정작 제품 매출원가는 3.8%만 늘어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동서식품은 지난해 최대 흑자를 냈다. 동서식품의 영업이익률은 15.3%로 최근 3년간 가장 좋았다. 당기순이익률도 12.5%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원가 부담으로 어쩔 수 없이 가격인상을 단행해야 했다는 동서식품의 주장이 무색하다.

동서식품은 지난 2009년까지 매년 물가상승률을 초과해 맥심커피 가격을 인상해 왔다. 평균 인상률은 6%다. 최고 9.2%까지 인상하기도 했다. 동서식품이 커피값을 좌지우지할 수 있던 것은 시장구조 때문이다. 인스턴트커피 시장은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가 양분하고 있다. 하지만 동서식품의 시장점유율은 76%로 21.7%인 한국네슬레를 크게 웃돈다. 사실상 독점기업인 셈이다. 결국 커피값을 올리는 건 동서식품 마음먹기에 달렸단 얘기다.

#해태제과
해태제과도 지난달 6일부터 24개 과자류 가격을 평균 8% 인상했다. ‘오예스’ ‘홈런볼’ ‘에이스’ ‘맛동산’ 등 하나같이 간판급 과자들이었다. 서민들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하지만 안 좋은 소식만 있던 건 아니다. 인심도 썼다. 해태제과는 가격인상안을 발표하면서 ‘땅콩그래’ ‘썬키스트 캔디’ ‘와플칩’ 등 4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6.6% 인하하겠다고 했다. 소비자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실소가 터져 나왔다. 매출이 많은 인기상품을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비인기 상품 일부의 가격을 내리는 ‘생색내기용’ 아니냐는 것. 물가잡기에 발 벗고 나선 당국의 압박을 우회적으로 비켜가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흘러 나왔다.

사태는 해프닝에 그쳤고 이내 잠잠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분노가 재점화 됐다. 앞서 지난 3월말 주요 대형마트에서 해태제과의 주요 품목 가격을 평균 14~15% 인상 한 사실이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 970원이던 생크림홈런볼컵(51g)이 1360원으로 40.2% 오르고 초코홈런볼컵(51g)도 40.2% 오른 1360원으로, 970원짜리 롤리폴리(72g)와 롤리폴리딸기(72g)도 1360원으로 인상폭이 40.2%에 달하면서 체감물가 지수를 높게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국민과자라고 할 수 있는 맛동산(8팩)이 2980원에서 3980원으로 거의 4000원 대에 육박하고 해태 구운양파(8팩)도 2980원에서 3980원으로 각 33.6%나 가격이 비싸졌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인상폭은 15%를 훌쩍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해태제과 측 관계자는 “그동안 밀가루, 설탕, 원유 상승 등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체감지수를 감안해 오래 동안 인상을 미뤄왔다”며 “이번에도 제조가는 8%만 인상했을 뿐이며 14~15% 인상률은 유통업체에서 정한 판매율 인상으로 제조사인 해태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농심
이처럼 식품들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쐐기를 박은 것은 지난달 15일 출시된 농심의 ‘신라면 블랙’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신라면 블랙’은 개당 1320원으로 기존 신라면(584원)에 비해 약 2.3배 비싸다.

여론의 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쓴 프리미엄 제품이더라도 주식 대용으로 쓰이는 라면 가격이 기존의 2배를 넘는 것은 무리라는 것. 일각에선 농심이 라면 가격 인상이 어려워지자 값비싼 프리미엄 브랜드를 이용해 가격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정부가 집중 관리하는 52개 ‘MB물가지수’에도 포함돼 있어 상대적으로 통제를 받아 왔다.

3년간 기획해 온 야심작이고 ‘가치에 합당한 가격’이라는 게 농심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원성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러자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리뉴얼이나 업그레이드를 통한 제품 가격인상에 편법이나 불공정행위 여부가 있는지 관련법을 잣대를 가지고 면밀히 들여다 보겠다”고 경고했다.

경고는 곧 현실이 됐다. 공정위가 농심의 편법 가격인상 의혹에 대한 집중 조사에 나선 것. 지난달 19일 공정위는 농심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현장조사에서 공정위는 ‘신라면 블랙’의 가격책정 자료와 성분내역 자료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태제과 과자값 평균 10%, 인기 상품 16% 
BAT코리아 담뱃값 8% 인상…정부 부탁 외면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2일부터 설탕 출고가를 평균 9.8% 인상했다. 공장도 가격 기준으로 백설탕 1kg은 1309원(이하 부가세 포함)에서 1436원으로 9.7%, 15kg은 1만6928원에서 1만8605원으로 9.9% 인상된다.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해 12월 9.7% 인상 이후 3개월 만이다.

CJ제일제당의 설탕값 인상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정부는 설탕을 ‘52가지 생활필수’ 품목에 선정해 특별관리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이 같은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설탕값을 인상하겠다는 CJ제일제당의 의지는 확고했다. ‘내 코가 석자’라는 게 제일제당의 항변이다. 원재료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해 수익성 악화를 감당할 수 없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설탕뿐만이 아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8일부터는 밀가루 제품의 출고가를 8.5~8.7% 올렸다. 20㎏ 중력분은 1만5700원에서 1만7030원으로, 1㎏ 중력분은 980원에서 1065원으로, 1㎏ 강력분은 1160원에서 1260원으로 각각 올랐다. 이외에 지난 3월31일부턴 백설유 콩기름, 튀김전용유 가격도 3~9.4% 올렸다. 하나 같이 서민생활과 밀접한 제품들이다.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에도 서민들은 연신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BAT코리아
식품 외에 담뱃값도 올랐다. BAT코리아가 28일부터 던힐, 켄트, 보그 등의 담배가격 8%를 인상한 것. BAT코리아는 담배값 인상의 배경에 대해 “2005년 대비 담배잎 가격이 60%, 인건비 30% 가량 상승하면서 최근 2년간 영업이익이 34%나 감소했다”며 “이번 인상은 원자재값 상승과 물가인상률에 따른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BAT코리아는 2009년 초 2008년 매출이 5989억원이며 순익 77억원을 기록했다. 순매출액의 5% 내외가 상표사용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00억원 규모의 수익을 낸 셈이다.

이번 인상은 대표적 규제산업인 담배업계의 관행에 비춰 ‘반란’에 가깝다는 게 정부 안팎의 지적이다. 세금 등의 조정이 이뤄질 때 일제히 올리던 관행과 달리 내부 사정에 따라 개별회사별로 올리는 초유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주주에 대한 안정적인 배당금 지급을 위해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BAT코리아는 2010년 당기 순이익 122억원 전부를 100% 지분을 갖고 있는 ‘British American Tobacco p.l.c’에 배당금으로 지불한 바 있다.

정부는 업계에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애연가들이 직접 나섰다. 엽연초 생산협동조합은 최근 BAT코리아의 담배 가격 인상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조합 측은 국산 잎담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사의 순이익을 모조리 해외로 유출하는 BAT코리아의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국산 잎담배 사용 등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불매운동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BAT코리아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고개를 돌렸다. 이 같은 행태에 조합 측 관계자는 “원가부담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담배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배만 불리겠다는 비윤리적인 처사”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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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