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로 본 MB-박근혜 ‘밀월시대’ 전모

현재권력, 미래권력 전세역전…‘손에 손잡고’ 간다

[일요시사=장미란 기자]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로 길을 나섰다. 청와대의 대통령 특사 제안을 수락,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9박11일 동안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네덜란드, 포르투갈, 그리스 등 유럽 3개국 방문길에 오른 것.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각을 세웠던 박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과의 충돌을 피한 후 이어진 특사 일정인지라 정치권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박 전 대표의 귀국 후 진행될 이 대통령과의 회동은 4·27 재보선 패배의 직격탄을 맞은 여권의 상황과 맞물려 정가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세 번째 ‘대통령 특사’ 떠나는 박근혜 전 대표
9박11일 유럽 3개국 ‘준대통령급’ 방문 일정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 명찰을 다시 찼다. 현 정부 출범 후 세 번째로 대통령 특사로 외국 방문길에 나선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트위터를 통해 “수교 50주년인 유럽 3개국을 대통령 특사로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3개국 중엔 6·25전쟁에 참전한 나라도 있다. 구제역 발생 시 백신 긴급 지원, 삼호주얼리호 구출, 리비아에서 우리 동포들의 구출 등을 도와준 고마운 나라들”이라며 “다녀와서 다시 인사 드리겠다”고 ‘출국 인사’를 했다.

세 번째 특사 방문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박 전 대표의 대통령 특사는 현 정부 출범 후 세 번째다. 지난 2008년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지난 2009년 8월에는 유럽연합과 헝가리, 덴마크 방문길에 올랐었다.

그러나 이번 순방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청와대로부터 대통령 특사 제안을 받기 전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되자 박 전 대표는 강도 높은 발언으로 이를 비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에서 “지역구인 고향에 내려가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입장을 이해한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는 것도 아마 이해할 것”이라며 “이 문제를 가지고 크게 마찰이 생겼다, 충돌이 생겼다는 보도는 안 해도 된다”고 충돌을 피해갔다.

이어 박 전 대표의 대통령 특사 수락으로 지난해 8월21일 이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 후 이어져왔던 화해무드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또한 여러 정치적 상황과 연계, 특사 방문의 의미와 그 이후 파장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 제의를 받고 이를 수락, 발표된 시점이 4·27 재보선 직전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가 총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지면서 향후 국정 운영에 중요한 지표가 될 4·27 재보선을 앞두고 ‘미래권력’인 박 전 대표를 배려하며 이번 선거에 소극적인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을 선거장으로 이끌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희룡 사무총장이 “박 전 대표를 지지하면서 투표하지 않으려는 분들 가운데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는 사례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재보선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결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과 맞물려 해석된 것.

‘박근혜 특사’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도 이와 비슷하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의 대통령 특사에 ‘고도의 정치술’이라며 “친박 성향의 유권자를 이번 재보선에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비쳐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재보선 직전 박 전 대표를 대통령 특사로 임명한 것은 “일종의 사이드 어택”이며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는 반칙”이라는 것이다.

차영 대변인도 “박 전 대표는 선거는 나 몰라라 하고 선거는 책임지지 않겠다고 하다가 해외 출장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미래권력의 발걸음 정치적 위상 업그레이드

이번 대통령 특사가 차기 대권과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빈급’에 해당하는 대통령 특사 일정을 수행하며 유럽 주요국가의 정상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레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는 것.

9박11일간 유럽 3개국 순방 일정에 동행한 언론사의 수가 박 전 대표의 달라진 위상을 짐작케 했다. 지난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10여 곳, 지난해 8월 대통령 특사로 유럽연합, 헝가리, 덴마크를 방문했을 때는 2개에 불과했던 동행 언론사가 24개 언론사에 기자 28명으로 대폭 늘어난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이번 특사 방문에서 정치 현안이나 차기 대권과 관련된 발언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고 방문국이 우리와 밀접한 국가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 같은 대규모 동행 취재는 이례적이다.
 
여권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정몽준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였던 지난해 3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10여개 언론사가 동행했으며,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미국 방문 일정을 동행 취재한 언론은 오 시장이 취재기자 12명이었으며, 김 지사의 미국 방문을 동행 취재한 곳 중 중앙 언론사는 단 1곳이었다.

지난달 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 때 30개 언론사 기자들이 동행 취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에 맞먹는 혹은 ‘준대통령급’ 예우를 받은 것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은 4·27 재보선 패배 후 여권 내 권력지도가 대규모 지각변동을 겪으면서 박 전 대표의 당내 입지가 크게 오를 수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재보선 직후인 지난달 28일 대통령 특사를 위해 유럽 방문길에 오르면서 재보선 후폭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을 벗어났지만 4·27 재보선 참패의 후폭풍에 휩싸인 한나라당 안팎에서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재보선 후폭풍 피하고 향후 정국 ‘역할론’ 주목

‘박근혜 역할론’은 친이·친박계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고 있다. 친이 진성호 의원은 “박 전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 정몽준 전 대표 등이 조금 더 전면에 나서야 한다”면서 “특히 박 전 대표가 어떻게 전면에 나설 것인가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친박 이한구 의원도 “주류와 비주류가 대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활동을 좀 더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이기고 대선에서 이겨서 재집권 하는 게 가장 절실한 문제”라며 “이렇게 하면 박 전 대표의 역할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허태열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는 재보선 참패에 의해 앞으로 봇물을 탈 것”이라며 “총선을 이기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가 안 나오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고 전했다.

23개 언론사 27명 ‘메머드급 취재단’도 동행 
재보선 패배 후 MB-박근혜 회동 시선집중


박 전 대표도 이 같은 역할론에서 등을 돌리고 있지 않다. 그는 지난달 28일 유럽특사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4·27 재보선 참패에 대해 “한나라당 전체의 책임이며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함에 따라 구성될 당내 비상대책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는 “아직 구체적인 것은…”이라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당에서 많은 토론이 있지 않겠느냐”고 여지를 남겼다.

‘이제까지 당 운영은 지도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당무개입 불가 입장을 밝혀왔던 것과는 다른 반응이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여태까지도 제 위치와 입장에서 노력해 왔지만 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를 맡아 재보선 후 사분오열하고 있는 당을 재정비하고 민심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행 당헌·당규는 당권·대권을 분리토록 하고 있지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와는 거리가 있는 만큼 박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것.

아예 차기 대선주자들도 당권을 맡을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해 조기 전당대회에 박 전 대표가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5월 중 청와대 회동, 박근혜-MB 결론은?


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가 당직을 맡던 그렇지 않던 당을 추스르는데 나서주기만 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청와대의 반응이다. 미래권력이 커지는 것을 현재권력이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은 특사 결과보고를 위해 5월 중 진행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에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구체적인 발언은 전해지지 않더라도 분위기는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 여부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아마도 다녀온 후 보고 형식으로 만남이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이에 빠르면 5월께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양자회동이 열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박 전 대표가 특사 방문에서 돌아오기 전 이 대통령의 출국 일정이 잡히면 5월 중순 이후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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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