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VS 네티즌 ‘혈투’ 벌인 사연

소송 운운 입 틀어막으니 “무서워서 말이나 하겠나”

하나금융지주가 혈투를 벌였다. 상대는 네티즌 1명이다. 이 네티즌이 하나금융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쓴 게 원인이었다. 발끈한 하나금융은 네티즌에게 명예훼손을 언급하며 으름장을 놨다. 둘의 싸움을 지켜보는 네티즌들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해당 네티즌의 주장이 모두 하나금융지주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서다. 

토론방 네티즌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 엄포
“내부통합 안돼” 주장…“틀린 말 아닌데?”
 

최근 한 포털사이트 토론 게시판에 ‘라이거어퍼컷’이라는 네티즌이 쓴 ‘하나금융은 비빔밥이 될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네티즌은 하나금융이 13년 동안 3개의 은행을 인수·합병한 사실을 들며 운을 뗐다. 과거 단자사로 출범해 지난 1991년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하나은행은 1998년 6월 강제 퇴출된 충청은행을 인수하고, 1999년 1월 보람은행과 합병했으며, 다시 2002년 12월 서울은행과 합쳐 현재에 이르렀다.

이어 이 네티즌은 “(하나금융이 벌인) M&A는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잉태하고 있었다”며 “하나, 서울, 보람, 충청은행은 ‘하나’라는 이름처럼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각 출신 은행별로 나뉘어졌다”고 지적했다.

“비빔밥 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이 네티즌은 “하나은행이 출신 은행별로 인사·급여·근무지역 등에서 차등을 주었기 때문”이라며 “하나금융에 일명 ‘성골문화’로 불리는 폐습이 있다”고 전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내부적인 융화도 이루지 못한 하나금융이 또다시 외환은행을 인수하려 한다”며 “하나금융은 몸집불리기에 급급해 하지 말고 내부 결속을 통해 조직의 위기를 넘기길 권고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이 네티즌을 두고 보지 않았다. 바로 법무팀을 투입시켰다. 하나금융 법무팀은 네티즌의 글에 단 답글을 통해 “하나금융지주 및 그 자회사 등의 신용과 명예를 훼손하고 영업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즉시 형사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를 취하고자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명예훼손적인 게시물을 즉각 삭제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그동안 이 네티즌이 작성한 모든 글은 해당 토론방에서 모습을 감췄다. 하나금융도 자신들의 경고글을 삭제했다. 해당 네티즌은 글 삭제배경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협박으로 인한 자진 삭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네티즌들은 하나금융의 이같은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허위사실이라면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반박을 하면 되는데 무턱대고 고소하겠다는 것은 협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틀린 말도 아닌데 왜 과민하게 반응하느냐는 비아냥도 들려온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금융은 예전부터 ‘따로 논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는 ‘HSBC은행’이라는 하나은행의 별칭에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국내에도 진출해 있는 영국계 글로벌 대형은행인 HSBC를 지칭하는 게 아니다. 하나은행(H) 서울은행(S) 보람은행(B) 충청은행(C)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해 온 하나은행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아직도 출신 은행 간 결합이 미흡한 현실을 꼬집는 의미로 하나은행 안팎에서 쓰이는 말이다.

하나금융 경영진들은 “여러 이질적인 집단이 모인 만큼 개방적인 분위기가 기업문화”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은행 출신의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성골(하나은행) 출신에 비하면 서울은행 출신은 상대적으로 연봉도 적고 진급도 느리다”고 털어놨다. 이로 인한 성골과 비성골들의 사이엔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몸집 불리기보다 내실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 역시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금융회사의 무리한 외형 확장 자제, 건전 내실 경영을 유도하고 있다.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은 “규모 이전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대형화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쟁력이 우선이다”라고 밝힌 바 있으며,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또한 “덩치만 키우는 은행 대형화가 능사가 아니다”라며 은행 대형화를 위한 합병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외에도 OECD, 한국금융연구원,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등에서도 은행 대형화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낸 바 있다.

귀담아 들을 비판

하나 같이 하나금융이 귀담아 들을만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은 이 같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채 협박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측 관계자는 “해당 네티즌은 이전에도 김승유 회장을 비하하는 등 20여개의 비판글을 올린 바 있다”며 “이번 일만을 문제 삼은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합병한 은행 어디에서나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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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