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뜨고 진 인물 열전

진흙 속 진주 ‘빛났다’

4·27 재보선을 계기로 몇몇 인사들이 정치권의 주목을 받게 되거나 시야에서 멀어졌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최문순 전 의원은 재보선 당선을 계기로 인기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반면 김해을 재보선 전면에서 뛰었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 의사를 밝힌 한나라당 지도부는 정가 인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됐다. 이 밖에 이번 재보선을 통해 뜨고 진 인물을 살펴봤다.


출마 하마평 오르며 정치적 가치 재발견
지금은 손 내젓지만 총선 역할론 ‘솔솔’ 

선거는 끝났지만 그 여운은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은 후폭풍에 휩싸였고 승리를 움켜 쥔 이와 쓴잔을 마신 이의 표정은 엇갈리고 있다. 이는 재보선에 직접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출마가 거론됐던 이들 사이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권은 이번 재보선에서 ‘괜찮은’ 정치인을 다수 잃었다. 엄기영 전 MBC 사장과 강재섭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정치권에서 영입에 갖은 공을 들였던 엄 전 사장은 강원도지사 재보선에서 패하면서 정치권 문턱을 넘는데 실패했다. 재기를 노릴 수 있는 내년 총선까지 시간이 남아 있지만 정치권이 기대했던 ‘파괴력 있는 거물급 정치인’의 면모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어졌다.

무일까 인삼일까

지난 18대 총선 불출마로 정치권에서 멀어졌던 강 전 대표의 여의도 복귀도 요원해졌다. 특히 한나라당 강세 지역인 경기 분당을에서 민주당 손 대표에게 지면서 ‘15년 분당 토박이’를 강조했던 5선 중진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강 전 대표는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낙선사례 현수막을 뒤로 하고 여의도 문턱에서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분당을 재보선과 관련, 한나라당의 러브콜을 받았던 정운찬 전 총리의 표정도 밝지 않다. 정 전 총리는 수많은 권유에도 재보선 출마를 고사했다. 전략공천 얘기까지 나왔으나 신정아씨의 자서전 파문 등을 거치면서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항마’로 거론되며 차기 대선주자 명단에 오를 일도 사실상 요원해졌다.

이에 반해 야권은 눈여겨 볼만한 ‘인물’을 찾았다. 지난해 7월 재보선에서 서울 은평을 재보선 출마자로 거론됐던 신경민 전 MBC 앵커가 그중 한명이다.

신 전 앵커는 당시 ‘이재오 대항마’로 급부상하며 정세균 대표가 직접 만나 출마 의사를 타진하고 박지원 원내대표도 “민주주의와 언론을 탄압한 이명박 정부에 맞서 언론자유를 위해 노력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좋은 생각을 갖고 있는 참신하고 좋은 인물을 공천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전략공천에 무게를 실었던 인물이다. 노영민 대변인도 “신 전 앵커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하는 등 영입 논의가 급물살을 탔었다.

그러나 출마 후보들의 반발에 “지켜보는 입장”이었던 신 전 앵커는 결국 “은평을 재보선은 생각지 않기로 했다. 다가오는 정년 뒤 여러 가능성을 찾는 것이 나다운 행보”라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신 전 앵커는 이번 분당을 재보선에서도 손 대표의 분당을 재보선 출마가 결정되기 전 ‘히든카드’로 거론됐다. 차영 대변인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하고, 신 전 앵커도 “출마와 관련한 말을 전해들은 바도 없다”면서 사라지기는 했지만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에서 전 MBC 앵커 출신인 신경민 기자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도 분당을 재보선과 관련, 영입론이 제기됐었다. 비록 조 교수가 출마를 거부하면서 물거품이 되기는 했지만, 손 대표로부터 제안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조 교수는 “(손 대표를) 직접 만난 것도, (분당을 출마) 제안했던 것도, 간단하게 거절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내가 나가야 할 자리가 아니다. 내 능력이나 기질이나 모든 면에서 맞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간단하게 거절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정치권에서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데 대해 학내에서도 여러 가지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러나 신 전 앵커와 조 교수 등 ‘뉴페이스’는 앞으로도 정치권의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영입명단 ‘오르락’

친노인사 중에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 요주의 인물로 떠올랐다.

특히 문 이사장은 김해을 재보선과 관련, 야권단일화의 조율을 맡으면서 정치력을 인정받았다는 평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잠재적인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재보선을 계기로 그가 현실정치에 나설지 여부를 살피는 정치권과 달리 문 이사장은 “정치를 직접 하지 않고 있는 입장”이라며 “요즘 이명박 정부의 심한 실정, 악정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나 정신 등이 다시 부각되니까 그런 관심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잠재적인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데 대해서도 “그런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노무현재단을 통한 정치적 시민운동, 노 전 대통령이 말한 깨어 있는 시민을 키워나가고 세력화하는 것을 통해 우리 정치를 밑바닥에서 부터 바꿔 나가는 일들을 하는 것이 제 역할에 더 맞다”며 “그런 것을 통해 현실정치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내년 총선·대선에서의 ‘역할론’에 대해서는 “진보계 진영이 함께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이룩해야 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제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힘껏 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해을 재보선에서는 ‘친노 대표주자’로 꼽혔으나 친노 진영의 분열을 우려,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 사무국장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 번 거취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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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