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별들의 전쟁’ 그 후…

MB 레임덕 가속…박근혜-손학규 ‘대권전쟁’ 막 오른다

4·27 재보선 성적표가 나왔다. 민주당은 환호성을 질렀고,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담한 재보선 결과에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번 결과를 정부·여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을 것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총사퇴했고 청와대는 개각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차기 대선주자들도 재보선 후폭풍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조기레임덕이 가속화 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팽배하다.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 ‘웃고’ 한나라당 ‘울고’
대권 승부수 띄운 손학규 축하선물 한보따리 


이번 4·27 재보선 최고의 승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다. 직접 출마한 분당을 재보선에서의 승리로 민주당 뿐 아니라 본인의 정치 인생도 ‘화려한 봄’을 맞았다.

손 대표는 분당을 재보선 출마로 대권 승부수를 띄웠다. ‘경기도의 강남’이라고 불릴 만큼 한나라당의 세가 강한 분당을 재보선에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일이었다. 당 안팎의 출마 압박에 측근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직접 나선 것은 정치 생명을 건 도전이었다. ‘선당후사’를 강조했지만 사실상 대권과 관련, 배수의 진을 친 것.

손 대표는 출마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을 바꿔야 한다는 제 신념에 분당구민에게 동의를 구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며 이 같은 의지를 드러냈다.

위험 감수한 손학규
꿩 먹고 알까지 ‘꿀꺽’

낙마하면 당대표의 지원을 받아야 할 재보선 전체에 악영향을 줬다는 비판까지 감수해야 할 처지였다. 이에 대해 그는 “장수가 직접 최전선에서 싸우는 것이 강원지사와 김해을 선거 승리의 길”이라고 답하며 분당을 재보선 유세 중간 중간 강원도지사 재보선까지 챙겼다.

고난 끝에 낙이 찾아왔다.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 분당을 재보선에서 51.0%의 득표로 48.3%를 얻은 강재섭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

손 대표는 지난달 28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쁨보다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며 “저 개인의 승리가 아닌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내일을 향한 희망의 승리”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강원도지사 재보선에서도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51.0%의 득표로 46.6%를 얻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눌러 이겼다. 민주당이 순천 재보선에서 무공천, 야권연대를 위해 양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승리는 더 커진다.

손 대표가 지난 28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순천 재보선에서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가 승리한 것에 대해 “우리가 공천을 하지 못하는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었지만, 야권연대의 승리로 보답을 받았다”며 “이번 재보궐 선거의 승리는 온전히 당의 승리이고, 당의 승리는 야권과 연대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손 대표는 ‘원외 당대표’의 한계를 넘어 원내에서도 목소리를 키우는 등 당내 기반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자리를 꿰차며 차기 대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 동반 추락 현상이 재보선 결과로 인해 가속화 될 수 있으며, 이와 반대로 야권과 야권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손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의 기회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친노 분열 책임
고개 숙인 유시민

승승장구하고 있는 손 대표와 달리 유 대표의 표정은 어둡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 있는 김해을 재보선에서의 패배로 ‘노무현의 후계자’라는 위상에 타격을 입으면서 대권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야권연대 과정에서 ‘벼랑 끝 협상’으로 친노 진영을 분열시켰다는 책임론이 그를 옥죌 것으로 보인다. 친노 진영과의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이봉수 후보를 지원, 김해을 야권 단일후보로 세웠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대선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유 대표는 당초 노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야권을 압도하고 한나라당 후보를 이겨 노 전 대통령의 ‘정통 후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원내에 진입, 내년 총선·대선의 발판을 놓겠다는 구상이었다.

참여당이 김해을에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이겼다면 이러한 ‘장밋빛 미래’가 현실이 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유 대표도 대선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유 대표의 지지율은 “아직 확장성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지지율이) 20~30%는 나와야 과반이 될지 하는 확장성을 따지지 한 자리 숫자를 겨우 넘는 이런 지지율 가지고 확장성을 얘기하긴 그렇다”며 “2위라도 의미가 있는 2위여야지…”라고 자평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

그러나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김 전 지사가 51.0%의 득표로 48.9%를 획득한 이 후보를 누르면서 무거운 책임론만이 그의 앞에 놓였다.
유 대표는 재보선 결과가 나온 지난 28일 새벽,자신의 트위터에 “정말 고맙습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라는 글로 무거운 심경을 대신했다.

정치권은 유 대표가 출마 의사를 밝힌 내년 총선까지 상당한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치명상 입은 여권
박근혜 역할론 주목

이번 재보선에 ‘그림자’만 비친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후폭풍은 어김없이 찾아들었다. “재보선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거리를 뒀지만 직·간접적인 영향력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 것.

박 전 대표는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을 맡아 강원도를 찾았다. 특위 활동에만 전념했을 뿐 재보선 일정은 소화하지 않았지만 강원도 방문만으로도 선거에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 하지만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재보선 후보로 나섰던 엄 후보의 패배로 박 전 대표의 ‘후광효과’도 빛이 바랬다.

하지만 재보선 후 전체적인 정국 변화를 봤을 때는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많다.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무참히 패하면서 차기 대선주자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권은 재보선 후폭풍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키로 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특임장관실에서 시행한 국정 지지도 여론 조사 결과를 인용,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5%~50%대”라며 “대형 측근 비리나 친인척이 개입된 돌발사건이 없는 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던 이 대통령의 레임덕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위기의 여권’ 구원투수로 주목
눈물 삼킨 유시민, 책임론 휩싸인 이재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대통령 특사 파견과 5월 회동 소식 이후 추락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한 것처럼 ‘박근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여권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 진성호 의원은 지난 28일 “박 전 대표가 어떻게 전면에 나설 것인가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며 ‘박근혜 역할론’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도 “다음 총선에서 이기고 대선에서 이겨서 재집권 하는 게 가장 절실한 문제”라며 “이렇게 하면 박 전 대표의 역할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허태열 의원 역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는 재보선 참패에 의해 앞으로 봇물을 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관련, 총선 출마자 중 ‘친박’을 표방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박근혜 대세론’까지 나올 정도로 박 전 대표의 독주체제가 굳어졌던 대선가도에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손 대표가 야권 대표주자로 자리를 굳히고 ‘박근혜 대항마’로 나설 기반을 갖추게 된 것. 야권 지지층이 손 대표를 야권 대표주자로 인정할 경우 야권에서 지지할 특정 대선주자를 찾지 못해 박 전 대표에게로 향해있던 야권 지지층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또한 김 전 지사의 생환도 차기 대권구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무총리’감으로 거론됐던 김 전 지사가 원내에 입성하면서 다시 한 번 여권 차기 대선주자로 주목받게 된 것. 김 전 지사는 특히 당 지도부의 지원 없이 ‘나홀로 선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정계복귀에 성공, 몸값을 높였다.


재보선 부채질 하다
불똥 맞고 ‘아야야~’

이재오 특임장관은 4·27 재보선 책임론에 휩싸였다. 분당을 재보선과 관련, 공천 파문의 중심에 섰던 이 장관은 한나라당이 강세 지역이었던 분당을에서 지면서 책임론에 휩싸이게 됐다. 한나라당 강세지역이었던 분당을을 둔 권력암투로 판을 키우면서 손 대표의 출마를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선거 개입 논란도 남아있다. 이 장관은 재보선 전 친이재오계 인사들과의 잦은 회동으로 선거 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일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을 포함해 36명의 현역 의원들이 참석했던 친이재오계의 회동에서는 4·27 재보선 전략이 논의됐다. 당시 이 장관은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어느 한 지역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을 회동 배경을 거론하며 “오늘은 계파모임 성격을 벗어난 승리를 위한 작전회의”라고 말했다.

선거 막판 김해을 재보선에서는 ‘특임장관실 수첩’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민참여당이 입수한 ‘특임장관실’ 수첩에 김해을 선거 상황과 전략, 조언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었던 것. 수첩에는 이모씨, 정모씨 등 특임장관실 시민사회팀 소속 직원들의 이름이 적혀 있어 특임장관실의 선거 불법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특임장관실은 “특임장관실 직원이 김해을 지역에 내려간 일이 없다”면서 “특임장관실 수첩은 9000부를 찍었고, 외부에 6500부가 배포돼 수첩만으로 특임장관실이 개입됐다고 보기어렵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후보로 김해을 재보선에 나선 김 전 지사의 승리로 상당부분 희석되긴 했지만, 김 전 지사가 패했다면 책임론이 제기됐을 부분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장관은 4·27 재보선 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도 “민심을 정말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향후 한나라당의 대응에 대해 “당에서 비대위 만들어서 잘한다고 하니까 수습 방안은 절차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정도의 반응만을 보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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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