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별들의 전쟁’ 그 후…

MB 레임덕 가속…박근혜-손학규 ‘대권전쟁’ 막 오른다

4·27 재보선 성적표가 나왔다. 민주당은 환호성을 질렀고,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담한 재보선 결과에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번 결과를 정부·여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을 것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총사퇴했고 청와대는 개각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차기 대선주자들도 재보선 후폭풍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조기레임덕이 가속화 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팽배하다.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 ‘웃고’ 한나라당 ‘울고’
대권 승부수 띄운 손학규 축하선물 한보따리 


이번 4·27 재보선 최고의 승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다. 직접 출마한 분당을 재보선에서의 승리로 민주당 뿐 아니라 본인의 정치 인생도 ‘화려한 봄’을 맞았다.

손 대표는 분당을 재보선 출마로 대권 승부수를 띄웠다. ‘경기도의 강남’이라고 불릴 만큼 한나라당의 세가 강한 분당을 재보선에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일이었다. 당 안팎의 출마 압박에 측근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직접 나선 것은 정치 생명을 건 도전이었다. ‘선당후사’를 강조했지만 사실상 대권과 관련, 배수의 진을 친 것.

손 대표는 출마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을 바꿔야 한다는 제 신념에 분당구민에게 동의를 구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며 이 같은 의지를 드러냈다.

위험 감수한 손학규
꿩 먹고 알까지 ‘꿀꺽’

낙마하면 당대표의 지원을 받아야 할 재보선 전체에 악영향을 줬다는 비판까지 감수해야 할 처지였다. 이에 대해 그는 “장수가 직접 최전선에서 싸우는 것이 강원지사와 김해을 선거 승리의 길”이라고 답하며 분당을 재보선 유세 중간 중간 강원도지사 재보선까지 챙겼다.

고난 끝에 낙이 찾아왔다.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 분당을 재보선에서 51.0%의 득표로 48.3%를 얻은 강재섭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

손 대표는 지난달 28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쁨보다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며 “저 개인의 승리가 아닌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내일을 향한 희망의 승리”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강원도지사 재보선에서도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51.0%의 득표로 46.6%를 얻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눌러 이겼다. 민주당이 순천 재보선에서 무공천, 야권연대를 위해 양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승리는 더 커진다.

손 대표가 지난 28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순천 재보선에서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가 승리한 것에 대해 “우리가 공천을 하지 못하는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었지만, 야권연대의 승리로 보답을 받았다”며 “이번 재보궐 선거의 승리는 온전히 당의 승리이고, 당의 승리는 야권과 연대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손 대표는 ‘원외 당대표’의 한계를 넘어 원내에서도 목소리를 키우는 등 당내 기반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자리를 꿰차며 차기 대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 동반 추락 현상이 재보선 결과로 인해 가속화 될 수 있으며, 이와 반대로 야권과 야권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손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의 기회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친노 분열 책임
고개 숙인 유시민

승승장구하고 있는 손 대표와 달리 유 대표의 표정은 어둡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 있는 김해을 재보선에서의 패배로 ‘노무현의 후계자’라는 위상에 타격을 입으면서 대권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야권연대 과정에서 ‘벼랑 끝 협상’으로 친노 진영을 분열시켰다는 책임론이 그를 옥죌 것으로 보인다. 친노 진영과의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이봉수 후보를 지원, 김해을 야권 단일후보로 세웠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대선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유 대표는 당초 노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야권을 압도하고 한나라당 후보를 이겨 노 전 대통령의 ‘정통 후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원내에 진입, 내년 총선·대선의 발판을 놓겠다는 구상이었다.

참여당이 김해을에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이겼다면 이러한 ‘장밋빛 미래’가 현실이 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유 대표도 대선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유 대표의 지지율은 “아직 확장성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지지율이) 20~30%는 나와야 과반이 될지 하는 확장성을 따지지 한 자리 숫자를 겨우 넘는 이런 지지율 가지고 확장성을 얘기하긴 그렇다”며 “2위라도 의미가 있는 2위여야지…”라고 자평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

그러나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김 전 지사가 51.0%의 득표로 48.9%를 획득한 이 후보를 누르면서 무거운 책임론만이 그의 앞에 놓였다.
유 대표는 재보선 결과가 나온 지난 28일 새벽,자신의 트위터에 “정말 고맙습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라는 글로 무거운 심경을 대신했다.

정치권은 유 대표가 출마 의사를 밝힌 내년 총선까지 상당한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치명상 입은 여권
박근혜 역할론 주목

이번 재보선에 ‘그림자’만 비친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후폭풍은 어김없이 찾아들었다. “재보선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거리를 뒀지만 직·간접적인 영향력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 것.

박 전 대표는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을 맡아 강원도를 찾았다. 특위 활동에만 전념했을 뿐 재보선 일정은 소화하지 않았지만 강원도 방문만으로도 선거에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 하지만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재보선 후보로 나섰던 엄 후보의 패배로 박 전 대표의 ‘후광효과’도 빛이 바랬다.

하지만 재보선 후 전체적인 정국 변화를 봤을 때는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많다.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무참히 패하면서 차기 대선주자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권은 재보선 후폭풍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키로 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특임장관실에서 시행한 국정 지지도 여론 조사 결과를 인용,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5%~50%대”라며 “대형 측근 비리나 친인척이 개입된 돌발사건이 없는 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던 이 대통령의 레임덕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위기의 여권’ 구원투수로 주목
눈물 삼킨 유시민, 책임론 휩싸인 이재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대통령 특사 파견과 5월 회동 소식 이후 추락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한 것처럼 ‘박근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여권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 진성호 의원은 지난 28일 “박 전 대표가 어떻게 전면에 나설 것인가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며 ‘박근혜 역할론’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도 “다음 총선에서 이기고 대선에서 이겨서 재집권 하는 게 가장 절실한 문제”라며 “이렇게 하면 박 전 대표의 역할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허태열 의원 역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는 재보선 참패에 의해 앞으로 봇물을 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관련, 총선 출마자 중 ‘친박’을 표방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박근혜 대세론’까지 나올 정도로 박 전 대표의 독주체제가 굳어졌던 대선가도에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손 대표가 야권 대표주자로 자리를 굳히고 ‘박근혜 대항마’로 나설 기반을 갖추게 된 것. 야권 지지층이 손 대표를 야권 대표주자로 인정할 경우 야권에서 지지할 특정 대선주자를 찾지 못해 박 전 대표에게로 향해있던 야권 지지층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또한 김 전 지사의 생환도 차기 대권구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무총리’감으로 거론됐던 김 전 지사가 원내에 입성하면서 다시 한 번 여권 차기 대선주자로 주목받게 된 것. 김 전 지사는 특히 당 지도부의 지원 없이 ‘나홀로 선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정계복귀에 성공, 몸값을 높였다.


재보선 부채질 하다
불똥 맞고 ‘아야야~’

이재오 특임장관은 4·27 재보선 책임론에 휩싸였다. 분당을 재보선과 관련, 공천 파문의 중심에 섰던 이 장관은 한나라당이 강세 지역이었던 분당을에서 지면서 책임론에 휩싸이게 됐다. 한나라당 강세지역이었던 분당을을 둔 권력암투로 판을 키우면서 손 대표의 출마를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선거 개입 논란도 남아있다. 이 장관은 재보선 전 친이재오계 인사들과의 잦은 회동으로 선거 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일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을 포함해 36명의 현역 의원들이 참석했던 친이재오계의 회동에서는 4·27 재보선 전략이 논의됐다. 당시 이 장관은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어느 한 지역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을 회동 배경을 거론하며 “오늘은 계파모임 성격을 벗어난 승리를 위한 작전회의”라고 말했다.

선거 막판 김해을 재보선에서는 ‘특임장관실 수첩’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민참여당이 입수한 ‘특임장관실’ 수첩에 김해을 선거 상황과 전략, 조언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었던 것. 수첩에는 이모씨, 정모씨 등 특임장관실 시민사회팀 소속 직원들의 이름이 적혀 있어 특임장관실의 선거 불법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특임장관실은 “특임장관실 직원이 김해을 지역에 내려간 일이 없다”면서 “특임장관실 수첩은 9000부를 찍었고, 외부에 6500부가 배포돼 수첩만으로 특임장관실이 개입됐다고 보기어렵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후보로 김해을 재보선에 나선 김 전 지사의 승리로 상당부분 희석되긴 했지만, 김 전 지사가 패했다면 책임론이 제기됐을 부분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장관은 4·27 재보선 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도 “민심을 정말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향후 한나라당의 대응에 대해 “당에서 비대위 만들어서 잘한다고 하니까 수습 방안은 절차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정도의 반응만을 보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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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