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김문수 방미 성적표

물 건너 펼쳐진 라이벌전…승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나란히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지난 17일 출국해 각각 7박8일 일정을 마치고 24일 귀국한 것. 이들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나란히 재선에 성공한 수도권 지자체장인데다 친이계가 주목하는 차이 대선주자다. 게다가 이번 방문에서 차기 대선에 대한 의중을 드러내면서 이들의 ‘방미 성적표’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차기 대선주자 중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손꼽힌다. 그러나 차기 대선을 둔 당내 경선에서 친이계 대표주자로 나설 인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최근 “킹메이커는 되지 않겠다”며 차기 대권에 대한 의중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개인의 정치력 뿐 아니라 대중적인 인지도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한 발 앞서 있다.

공교롭게도 일정이…

오 시장과 김 지사의 정치적 출발점은 다르다. 그러나 이들은 비슷하게 정치 이력서를 채워가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해 각각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등 수도권 지자체장이 됐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는 재선에 도전, 연임에 성공했다.

나란히 차기 대선주자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30%대의 지지율로 선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4~5%의 지지율을 보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를 따르고 있는 것.

이들이 난 17일 나란히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오 시장은 미국 보스턴과 볼티모어, 워싱턴 등을 찾아 하버드대 강연과 매사추세츠 주, 메릴랜드 주와 각각 바이오산업 협력방안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키 위해서, 김 지사는 미국 뉴욕, 디트로이트, 로스앤젤레스와 캐나다 밴쿠버 등을 돌며 5개 기업과 2억1200만 달러 규모의 경기도 투자협약을 맺기 위해서다.

서로 다른 일정을 잡았지만 묘하게 겹치는 동선이 있다. 한반도 외교·안보 문제를 주제로 한 현지 석학들과의 만남 등이다.

오 시장은 19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세계적 석학인 조셉 나이 석좌교수를 만나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이 다소 경직돼 있다”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논했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에서) 원칙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만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선 포용도 필요하다”면서 보수 일각에서 주장하는 ‘전술핵 도입’에 대해서도 “현적·이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2일에는 워싱턴 방문 중 차기 미국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을 만나 한반도 안보 문제를 논의키도 했다. 

나란히 7박8일 미국 방문길 오른 오 시장·김 지사  
‘투자유치’ ‘대권행보’…누구 귀국보따리가 더 클까


김 지사도 19일 미국 최고의 싱크탱크로 꼽히고 있는 미국외교협회(CFR) 초청으로 한반도의 미래와 김정일 이후 북한체제, 한미 FTA를 통한 경제협력 문제 등 양국 주요 현안 등에 관한 초청연설을 가졌다.

이 같은 행보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 시장과 김 지사의 방미 일정이 대권행보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들이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한 의중을 드러내는 발언을 나란히 쏟아내면서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었다.

오 시장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특강 뒤 학생들이 대선 출마 여부를 묻자 “서울시장직을 충실히 달성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정치 환경은 늘 유동적이고, 시대 상황도 변화하기 때문에 뜻한 바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해 여운을 남겼다.

그는 이어 “복지 포퓰리즘이 성장잠재력을 잠식하고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그동안 문제점을 제기해온 나로선 큰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해 대선 출마 의지를 한층 분명히 했다.

그동안 서울시장 임기를 채우겠다고 강조하며 차기 대선과는 거리를 둬 왔던 오 시장의 발언에 정치권의 술렁임은 커져가고 있다.

김 지사도 같은 날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김 지사는 이날 내년 대선에 나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나라를 구하는 일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는 ‘대권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확인 질문에는 “지금 내가 대선에 나간다, 안 나간다고 공개 선언하는 것이 뭔 의미가 있느냐”며 확답을 피했지만 대선주자로서 주안점을 주는 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이 국가안보, 두 번째는 일자리 창출이며, 세 번째는 복지”라고 말해 대권 도전에 대한 뜻을 거듭 피력했다.
대권행보로 비춰질 수 있는 두 지자체장의 행보에 정치권은 이들의 ‘방미 성적표’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같은 기간 얼마만큼의 성과를 안고 돌아왔는지에 주목하고 있는 것.

하지만 오 시장과 김 지사 측은 정치권의 과도한 관심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오 시장의 미국 방문 일정은 지난해부터 잡은 것이고 김 지사의 일정도 이전부터 추진해 온 투자유치 활동의 연장선에서 진행되는 등 우연의 일치로 미국 방문길이 겹친 것인데 일일이 비교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

선물 크기 “차이나네”

그러나 투자유치 활동의 성과는 당장 ‘성적표’로 드러난다. 이번 출장에서 그동안 진행해 온 투자유치 활동의 결실을 거둔 김 지사는 밴쿠버와 뉴욕, 디트로이트 등에서 현지기업 5곳과 2억1200만 달러 상당의 투자유치 MOU를 체결했다.

오 시장도 매사추세츠주 및 메릴랜드주와 바이오산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투자유치를 위해 미국 기업인 등을 대상으로 한 ‘서울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투자유치의 ‘씨앗’을 뿌리기 위한 면이 두드러졌다.
 
차기 대권행보로 비춰지기도 한 외교·안보 일정에 대한 정치 성적표가 나오는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현재 오 시장의 지지율은 5.2%로 차기 대선주자 중 5위, 김 지사는 4.0%의 지지율로 7위에 머물렀다”며 “이들이 본격적인 차기 대권행보가 미국 방문길에 시작됐으니 국내 정치권에서 보여줄 다음 행보로 대권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라며 귀추를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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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