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1년 임기에 10년 공약?

어차피 못 지킬 ‘공약’, 표심이라도 ‘공략’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과학비즈니스벨트 등의 문제로 최근 한국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잘못된 공약’이 부른 병폐는 지역 간 이기주의와 맞물리면서 연일 좌충우돌 형국이다. 여기에 4·27 재보선에 나선 여야 후보들의 지역 개발 공약이 또 다시 공약(空約)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선거철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남발되고 있는 공약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실현 가능성 ‘의문’ 공약 쏟아져
포퓰리즘 행태 지속, 후유증 우려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각종 지역개발 공약이 쏟아지는 등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행태가 지속돼 또 다른 후유증이 우려된다. 특히 이번에 선출되는 분당을과 김해을 지역의 국회의원은 임기가 1년에 불과해 대규모 지역개발 등은 사실상 실현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범정부차원의 지원정책도 부지기수다. 내용도 여야 가리지 않고 엇비슷해 차별성을 찾아볼 수 없다. 또 다시 표를 얻기 급급해 지키지 못할 약속만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전·현직 당대표가 출전, 재보선 최대 접전지인 분당을에서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상황을 반영, 강재섭 손학규 후보 모두 아파트 리모델링을 핵심공약으로 내놓았다.

지난 3월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따라하기에 급급하다”며 공세를 취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우리의 공약을 베꼈다”고 반박하며 리모델링특위를 만들고 강 후보를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선거용 특위가 급조된 것이다.

거물들의 ‘통 큰’ 공약

강 후보는 노후아파트 리모델링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수직증축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수직증축 규제 완화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안이지만 증축을 통해 늘어난 가구 수를 일반 분양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이유로 국토해양부 측에서 지난해 말 불허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국민주택 기금을 활용한 장기저리 자금지원, 세대 내 증축시 취득세 면제 및 이주기간 중 재산세 감면 등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지역 교통여건 개선을 위해 신분당선에 미금역 설치도 약속했다.

손 후보는 자연친화형, 주민참여형 아파트 리모델링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차별화를 들고 나섰다.

강 후보는 또 영어전용도서관 건립, 구미동 하수종말처리장 부지를 이용한 전원형 고등학교 건립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손 후보는 만5세 이하 어린이집ㆍ유치원비 100% 지원, 학급당 학생 수 25명 이하 축소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여야 거물들이 접전을 벌이는 만큼 범정부적으로 추진할 정책도 공약에 등장했다. 강 후보는 긴급자금(의료비, 장제비 등)이 필요한 노인에게 국민연금을 담보로 노후 긴급자금을 대출하는 정책을, 손 후보는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 강화 등을 주장했다.

1년 임기의 의원이 이 많은 공약들을 언제, 어떻게, 어떠한 재원으로 실행할 것인지 의문시된다.

또 다른 격전지인 김해을에서는 창원, 부산으로 출근하는 유권자들이 많은 만큼 여야 후보 모두 교통 관련 공약을 내걸었다.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와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 모두 창원 제2터널 조기완공과 비음산터널 조기착공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후보는 부전-마산간 복선전철을 조기 착공할 것도 약속했다.


김해에 위치한 중소기업을 위한 공약 대결도 치열하다. 김 후보는 복합산업단지인 김해테크노밸리 추진을, 이 후보는 김해산업진흥 공단과 김해비즈니스파크 조성, 풍력·태양광 클러스터 추진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전라남도 순천시는 6명의 후보 중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와 무소속 허상만, 조순용, 구희승, 김경재 후보 등 총 5명이 광양만권 3개시(순천, 여수, 광양) 통합 추진을 주요 공약으로 내새웠다. 김선동 후보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원도심 활성화구역 선정, 신도심 주거난 해소를 위한 공공장기임대주택 건설, 순천대 의대 유치를 제시했다. 허 후보는 65세 이상 어르신 무료진료를, 조 후보는 순천대 의대 유치, 구 후보는 순천·여수 간 박람회 관광특구 지정, 김경재 후보는 통역고등학교 및 전남도청 분청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우리도 공약 낼 줄 압니다”

유일하게 광양만권 통합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은 박상철 무소속 후보는 순천 교육혁신도시 기반조성과 건강장수촌 특화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화개발을 통해 생태건강 도시로 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4·27 재보선을 앞두고 너나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장밋빛 약속만을 늘어놓고 있다.

‘아니면 말고 식’ 공약 남발은 정치 불신을 가중시키고 대의 정치의 공멸을 앞당긴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후보들이 지역 주민들의 숙원과 기대를 감안해 공약을 제시하는 노력 자체를 탓하기는 어렵다지만, 최근 동남권 신공항 공약 백지화 논란 등으로 공약의 진정성이 중시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민들도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 감당키 어려운 약속들만 내놓고 있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는 한편 선거공약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에 후보자들은 표를 얻기 위해 실현성도, 실천의지도 없는 황당한 공약을 남발하지 말고 진정으로 나라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고 실현 가능한 공약들을 내세워야 된다는 것이 정치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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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