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검찰, 편파수사 심각

현정권엔 ‘관대’ 반대파엔 ‘가혹’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검찰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이 잦다. 검찰이 현정권 실세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는 관대하고, 정권에 비판적인 세력에는 가혹한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죽은 권력에만 손을 대고, 살아있는 권력에는 손 안 대는 검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편파적인 수사 행태로 비난 받는 검찰
‘무소불위’ 권력, 검찰 개혁 한 목소리

현정권에 관계된 이들에 대한 사건과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부실·소극적 수사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내부 비리, 정치 수사, 부실 수사, 법무장관 수사개입 파문까지 현 정권에서 검찰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정경유착’이 고질적으로 지속되어 “이명박 정부의 가장 든든한 우군은 검찰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제어할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법과 질서의 확립을 위한 최고의 법 집행기관인 검찰이 엄정한 수사로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검찰 자신이 사건의 당사자로 전락하고 있다.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 등의 사건으로 검찰의 권위와 명예는 바닥을 쳤고, 검찰이 MB정부시절 다룬 주요 사건에는 편파수사와 부실수사 등의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MB를 위한 검찰’

검찰은 그들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 지난해 4월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모씨는 20년 넘게 전·현직 검사들에게 향응·접대를 해왔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사회적 비난이 고조되자 민간위원 다수가 참여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러나 모든 수사권은 검사들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에 주어졌다. 조사결과 형사 처분 대신 징계권고로 사태를 수습했다.

같은 시기 전직 부장검사가 재직 당시 후배검사가 담당하던 사건과 관련, 청탁과 함께 그랜저 승용차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파문이 계속되자 두 사건 모두 재수사 결정이 내려졌다. ‘스폰서 검사’ 파문은 여야 합의로 특검이 도입됐다. 국정감사 때 등장한 ‘그랜저 검사’ 사건은 김준규 검찰총장의 지시로 특임검사가 재수사를 했다. 전직 부장검사 정모씨는 그랜저 외에 현금수수 사실까지 드러나며 구속기소 됐다.

그런가 하면 MB정권 들어 정부 실세와 관련된 수사는 번번이 ‘편파수사’와 ‘부실수사’에 그치고 있다.

최근 검찰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권력형 비리 혐의를 모두 무혐의 처분한 채 일부 개인 비리만 문제 삼아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끝내면서 ‘부실수사’ ‘짜 맞추기 수사’ 논란이 더욱더 커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월24일 한 전 청장이 귀국한 뒤 1주일이 지난 후에야 한 전 청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건의 성격상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1주일은 한 전 청장이 증거를 인멸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검찰은 ‘늑장 압수수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처음부터 한 전 청장을 조사하겠다는 의지가 없어보였다. 정권의 눈치만 살폈던 것이다. 그림 로비의혹, 인사 청탁 비리 등 화재가 되었을 때도 검찰은 침묵했었다. 그 흔한 출국금지조치 조차 취하지 않아 2009년 3월 검찰의 수사를 앞두고 아무런 제재 없이 미국으로 떠났다.

한 전 청장을 둘러싼 의혹 중 연임로비, 그림로비, 내부 인사 청탁 비리, 기업 뇌물수수 등은 신속하고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수사의 기본이라는 게 한 전직 검찰 관계자의 지적이다. 그러나 수사를 재개한 지 2주일 뒤에야 계좌추적에 들어갔다. 한 전 청장 입국 당시부터 ‘기획입국설’이 나돌았지만 그래도 검찰의 엄정한 수사에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은 다시 한 번 검찰의 한계를 절감했다.

한편 에리카 김에 대한 검찰 수사도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씨는 한 전 청장과 하루차이 터울을 둔 지난 2월25일 돌연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김씨는 동생 김경준씨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BBK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BBK 및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김씨의 횡령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하는 것으로 일단락 했다.

“중수부 폐지 안 돼”

또 검찰은 민간인 불법사찰을 수사하면서 사찰을 지시하고 정기적 보고까지 받았다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대신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총리실 직원 6명만 기소했다. 사찰 실무자의 수첩에서 ‘BH(청와대) 지시’라는 메모가 나오고, 청와대 비서관이 총리실 직원에게 대포폰까지 줬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추가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귀남 법무장관이 일선 검찰에 직접 수사를 지휘한 정황까지 드러나 큰 파문이 일었다.

검찰은 정부 비판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기 위한 ‘억지 수사’도 마다하지 않고 정부에 반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집요하고도 가혹한 수사를 벌였다.

인터넷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구속기소 했으며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대학 강사를 구속하려 했으나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자 불구속 기소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과 MBC <PD수첩> 제작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등도 안팎의 비판을 무릅쓰고 기소했으나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검찰 권력을 제어할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지난 20일 사법제도 개혁 관련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중수부 폐지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어떤 이유와 근거로든 중수부 폐지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검찰은 피의사실 공표죄의 확대 적용, 재정신청 대상 확대, 기소 검사 실명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혀 국회와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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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