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 노동계 시선고정 까닭

민주당 날개 달고 한나라 날개 꺾이고?

4·27 재보선을 시작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노동계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작년에 개정된 노동법 재개정을 위한 노동계의 움직임에 정치권도 귀추를 주목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용득 위원장 취임 직후 ‘반(反)한나라당’ 행보로 급선회더니 급기야 2007년 맺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공식파기하며 노동조합법 전면 개정을 위한 투쟁계획을 확정했다. 크고 작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노동계의 움직임에 각 정당의 희비가 엇갈리는 건 당연지사.

“민주당 믿어보겠다”
 
지난 3월10일 여야가 눈도장을 받기위해 한국노총을 방문했지만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정책연대를 형성하고 있던 한나라당에게 싸늘하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는 우호적 분위기 속에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당시 노총의 한 관계자는 “위원장이 바뀌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일방적 지원은 끝났다. 노동법 재개정투쟁과 내년 총선·대선 과정에서 반 한나라당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해 노동계의 정책연대 형성에 큰 변화가 올 것을 암시했다.

지난달 29일 ‘민주당-한국노총 지도부 간담회’에서 이 위원장은 손 대표를 향해 “이제 민주당을 믿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손 대표는 “믿어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사실상 2007년부터 공조해온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가 공식적으로 파기되는 순간이었다.

이 위원장은 “3년 전 대한민국 노사관계, 특히 한국노총과의 노사관계는 매우 안정적이었으며, 국민들도 박수를 보내 주시는 바람직한 선진국 수준의 노사관계였다”며 “정부가 노동에 문외한을 쓰면서 노사관계와 노사정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나 지금은 노사불안으로 인해 한국사회가 매우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해 민주당과 반MB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인상을 보였다.

민주당, 선거 전 노동계와 손잡고 표심 확보
한나라당 “표 의식한 포퓰리즘” 맹비난 해


그는 이어 “노사관계는 자율을 원칙으로 해야 되는데 정부가 자꾸 끼어들면서 노사관계를 흐트러뜨려놓았고 한국사회를 희망에서 불안으로 바꾸었다. 노조법 개악으로 인해 이렇게 망가졌는데 이제 민주당을 믿겠다. 민주당에서 우리 한국노총의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손 대표는 “이용득 위원장이 민주당을 믿겠다고 했는데 참으로 고맙다. 한국노총과 손을 잡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회, 하나로 통합되는 조화로운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또 “노조의 약화가 이명박정부 노동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노동조합이 힘을 갖고 노동자의 권익이 향상되어야 사회가 균형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한다는 노사관계의 제대로 된 인식과 역사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2월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한 한국노총이 재보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민주당과 공조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노총 측에서는 한나라당 대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켜줄 수 있는 ‘힘’이 필요했고,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노동계의 지지가 필요한 민주당으로서도 한국노총의 ‘구애’가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시의 적절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이에 화답하듯 정년60세 법제화, 고용보험기금 운영 개선, 공기업 정책 개선, 외환은행 하나금융 인수 반대 등에 대해서는 한국노총의 입장에 동의하며 개정요구안이 입법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향후 노동관련 제반 문제를 상시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공동 논의의 틀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시행도 안 해보고 재개정?

하지만 한나라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민주당과 한국노총의 연대 움직임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노사정 대타협을 기초로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를 받아들여 노동법 개정을 통과시켰는데 민주당이 시행도 하기 전에 법을 재개정하자는 것은 정략적 발상이고 노동단체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고 지적했다.

홍 최고위원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은 지난 7일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과의 간담회에서 노동조합법 전면 재개정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4·27재보선부터 반노동자정당 심판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1처장은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어제 5000명이 모인 출정식(전국노조대표자대회)에서 ‘한나라당 심판하자’, ‘야권 단일후보 밀어주자’ 등의 주장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처장은 노조법 전면 재개정 요구안으로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지급 보장, 타임오프제 전면 폐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폐지 등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노조법의 문제는 1996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로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함께 총파업을 하고 이듬해 민주당과 정책연대를 했을 때와 비교할 수 있다. 절차상으로 여당이 강행 처리했고 내용에도 위헌소지가 있다”며 야당과의 정책연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노동계의 ‘개정 노동법 무력화 시도’ 등을 불법 행위로 간주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키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노동계의 이같은 ‘친(親)민주 반(反)한나라’ 움직임이 오는 4·27재보선은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노동계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으로서는 호재임이 분명하고 노동계와의 정책연대가 끊어진 한나라당은 악재로 다가올 것으로 관측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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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