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4.27 재보선 먹구름 드리운 속사정

“이러다 내년 총선 대선까지 ‘개밥그릇’ 될라”

한나라당이 선거 불안감에 휩싸였다. 민주당의 몫이었던 자리가 많이 나온 데다 거물급 인사들이 뛰어들면서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던 4·27 재보선에 먹구름이 끼었기 때문이다. 악재가 가랑비 내리듯 선거판을 적시면서 상황은 ‘안개정국’이 되어가고 있다. 재보선은 물론 총선에 대한 불안한 전망이 잇따르면서 한나라당이 느끼는 위기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한나라당 안팎 “재보선이 불안하다” 앓는 소리
지역구 의원 122명 ‘총선 여소야대’ 전망키도

4·27 재보선이 한발 한발 다가오면서 자신감에 찼던 한나라당이 목소리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번 재보선은 강원도, 분당, 김해 등 한나라당 강세 지역에서 치러지는데다 엄기영 전 MBC 사장, 강재섭 전 대표, 김태호 전 지사 등 거물급 정치인의 출마로 한나라당의 우세가 점쳐졌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움트기 시작한 한나라당 참패론이 몸집을 키워가면서 재보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흔들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선거 불안감’은 각종 여론조사와 당내 인사들의 발언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달 24일 김해을 유권자에게 후보 개인에 특정하지 않고 여야 단일후보에 대한 투표 의사를 묻자 53%가 야권 단일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이는 34.2%에 불과했다.

선거 전망 ‘빨간불’

또한 한나라당 유력 후보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민주당 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 국민참여당 이봉수 전 특보와 각각 맞대결하는 것으로 가정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가 김 전 지사를 앞선다는 결과가 나와 한나라당에 충격을 안겨줬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김해을과 분당에서 야권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안 대표는 “홍준표 최고위원도 분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특별한 악재가 없다라고 가정한다면 손 대표가 유리한 흐름을 타고 있는 것 아닌가 전망하고 있다”며 “분명히 거대한 변화의 흐름, 지각변동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민심이반”이라며 “여러 가지 물가상승이나 연평도 사태, 또 대통령의 선거공약 자기부정, 여러 가지 헤아릴 수 없는 악재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분당을 재보선과 관련, “한나라당 입장에서 본다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급변했다”면서 임태희 비서실장이 71.1%의 득표를 보였던 18대 총선과 이재명 시장후보가 44.6%, 유시민 후보가 42.8%의 득표를 보였던 지난해 지방선거 등을 비교한 것을 예로 들었다.

안 대표는 “지난번 조사에서 한나라당 텃밭으로 보이는 분당을에서도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가 ‘매우 잘한다’가 12.2%, ‘매우 잘못한다’가 30.7%가 된다. 이런 민심의 흐름이 어떤 특정 지역에만 국한돼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 한나라당의 재보선 참패 가능성을 높게 봤다.

당 주요 인사들도 재보선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홍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김해을, 분당을, 강원도를 직접 방문하고 주변 이야기를 들은 것 등을 근거로 “세 지역 다 시계 제로”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아직 순천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면 사실상 4·27 재보선 전패 가능성은 언급한 것이다.

이러한 전망을 한 것이 홍 최고위원만도 아니다.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지난달 18일 4·27 재보선과 관련, “어느 한 지역도 속단하고 예단하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강원도와 김해을은 박빙으로 내다보면서 야권이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게다가 김 부소장이 분당을 재보선과 관련해 ‘상당한 변수’로 지적했던 손 대표의 출마도 현실이 돼 한숨을 깊게 했다.

여권 덮친 총선 공포감

한나라당의 불안감은 4·27 재보선을 넘어 총선·대선을 향하고 있다. 총선은 아직 1년여 남아있지만 지역구에서는 벌써부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만큼 민심의 체감도도 높다는 것.

전여옥 의원은 차기 총선·대선과 관련, ‘여의도발 정치기상예보’에서 “서울 수도권예보는 ‘한나라당 압승의 부담 아래 40석을 절반만 사수해도 대단한 것’”이라며 “벌써부터 ‘참패하거나 덜 지거나’의 차이라는 예측이 여의도에 가득하다”고 전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이 일 잘한다고, 지지율이 높다고 하지만 시중에선 전부 욕한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총제적인 위기”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총선·대선 다 진다. 특히 수도권은 위기감이 크다. 총선에서 당선될 서울 의원은 10명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얘기가 나오는데, 정말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차기 대선에 대해서도 “갈등 수습이 잘 안 되면 여권 내부 분열이 올 수 있고, 그러면 어려워진다. 우파가 단결해야 한다. 잘못된 공천으로 분열되면 필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5일에도 “우리에게 큰 위기가 엄습해 오고 있는 것을 확연히 느낀다”며 4·27 재보선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들의 시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근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 1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0명(66%)이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데 실패, 여소야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는 지난 6일 “물가, 전세난 등 민심이 좋아질 여건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정국이 여권에 더욱 불리하게 진행될 수 있음을 시인했다.

박 특보는 한나라당이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현실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에 중요한 선거가 있고 정권 재창출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현실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총선·대선에 대한 비관론이 4·27 재보선의 패배로 일부 현실화 될 경우,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고 내부 악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을 덮친 선거 공포감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