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건설 부도설 진상

아니 땐 굴뚝서 연기 왜?

“건설사 블랙리스트에?” 부도임박 소문 퍼져
여신, PF, CP 등 이상무…“문제없다” 일축

STX그룹이 발칵 뒤집혔다. 갑자기 부도설이 돌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비상장 계열사인 STX건설이 부도에 임박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져나가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회사 측이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떨어진 주가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STX그룹에 날벼락이 떨어진 이유가 뭘까. 그 원인을 찾아봤다.

STX그룹은 요즘 축제 분위기다. 5월1일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있어서다. STX그룹은 지난 10년간 눈부신 성과로 재계 서열 10위권에 안착한 만큼 그 위상에 걸맞은 제대로 된 대형 행사와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 와중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터졌다. STX건설의 부도설이 증권가에 돈 것이다. 잔칫집은 순식간에 초상집이 됐다.

부도설은 지난달 28일 불거졌다.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건설사의 ‘줄부도’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STX건설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곧바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어 STX조선해양, STX엔진, STX메탈, STX팬오션 등 계열사 주식이 곤두박질쳤다. 이날 무려 1000억원에 달하는 STX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계열사 주식 곤두박질

기업으로선 소소한 루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부도설이라면 더욱 그렇다. STX그룹도 즉각 루머 진화에 나섰다.

STX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하면서 루머를 퍼트린 유포자 색출에 나섰다. 그룹은 “최근 LIG건설의 법정관리와 관련해 국내 건설사에 대한 근거 없는 블랙리스트가 회자되면서 해당 기업의 이미지 및 투자자들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STX건설 역시 부도설 루머로 그룹 전체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근거 없는 루머로 인한 투자자들 피해를 감안해 루머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해 강력한 대응 및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뜬금없이 STX건설 부도설이 나돈 이유가 뭘까.

일단 분양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STX건설은 대구 범어동, 아산 배방읍, 수원 이목동 등에서 미분양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입주한 대구 범어동 ‘STX칸’은 299가구 중 73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지난 2월 입주한 아산 배방읍 아파트는 797가구 중 159가구가 남았다. 지난해 10월 분양을 실시한 수원 이목동 아파트도 아직 털어내지 못했다.

건설업계에선 STX건설이 저조한 분양 성적을 보이면서 경영난 루머에 휩싸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TX건설은 지난해부터 민간 주택사업을 크게 늘린 탓에 그룹 매출 비중이 절반 미만으로 줄어들었고,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빚도 크게 늘어났다.

2006년까지만 해도 ‘무차입’상태였지만, 지난해 9월 말 현재 총 차입금이 총자산의 40.3%인 2037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특수목적회사(SPC) 등에 대한 지급보증 총액(우발부채)도 1636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당장 STX건설 자금 사정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STX건설의 금융권 일반 여신은 1400억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은 약 4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부도설, 자금난설, 사채유입설, 임금체불설, 사정설 등 각종 근거 없는 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가 심하다. 피해기업들은 하나같이 각종 루머의 진원지로 여의도 증권가 또는 명동 사채시장을 지목하고 있다. 이도 아니면 건설경기 침체를 틈타 투기세력에 의해 조직적으로 만들어진 유언비어로 의심한다. 건설경기가 바닥인 요즘, 이래저래 건설사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진원지 끝까지 추적

STX 채권단도 이 정도라면 흔들릴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채권단 측은 “STX건설의 금융권 여신이나 PF 대출 규모가 1조원을 상회하는 다른 건설사에 비해 크지 않다”며 “그룹에서도 공식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최근 재벌 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처하면서 루머가 확산돼 부도설로 와전된 것 같다”고 전했다.

부도설의 또 다른 배경을 기업어음(CP) 때문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3월 말 만기도래하는 115억원 규모의 CP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가 될게 없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STX건설에 만기가 돌아오는 CP가 115억원 가량 되지만 상환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STX건설은 뚜렷한 위험징후가 없어 모니터링 대상에도 빠졌다”고 설명했다.

STX그룹 측은 “설령 STX건설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룹의 지원 의지나 자금여력이 충분하다”며 “STX건설이 그룹의 신성장동력 부문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만약 제동이 걸린다면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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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