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公約)인 줄 알았더니만 공약(空約)이었군

MB정부 3년 ‘공약 이행’ 실태 집중점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최근 3년을 넘어섰다. 지난 3년은 MB정부를 평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절반의 성적은 남은 2년 반의 향배를 내다보는 지표다. 2007년 대선 공약 이행 수준은 평가의 잣대가 된다. 이 대통령은 92개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중 대표작을 골라 이행 상태를 점검해 봤다.

#1. 한반도 대운하

제1호 실패 공약이다. 거창했던 구상만큼 큰 반발에 발목을 잡혀 명목상 사라져버렸다. 지나치게 서두른 게 패인이었다. 대선 압승에 들뜬 이명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대형 국가프로젝트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국민적 저항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어진 ‘광우병 촛불시위’는 사실상 대운하의 숨통을 끊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결국 지난 2009년 6월 공식 포기를 선언했다. 대신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도 대운하 포석으로 의심받으며 몸살을 앓았다. 그러던 지난 2009년 4대강 예산이 확정되면서 한 차례 고비를 넘겼다.

이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6?2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광역단체장들이 당선된 것. 그러나 이들의 입장 선회로 4대강은 탄력을 받았고 공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대운하 의혹과 시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4대강 사업은 2012년 완료될 예정이다. 4대강 운명이 여기서 끝날지, 아니면 대운하로 이어질지는 그때의 대선 결과에 달렸다는 얘기다.

#2. 세종시

공약 뒤집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첫 사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충북대 특강에서 “행정도시는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대통령이 돼도) 변경할 계획 없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과 당선 이후까지 15회 이상 세종시 공약이행을 약속했다. 취임 2년 차인 2009년 6월까지도 “당초 계획대로 현재 진행 중이고, 나도 정부 마음대로 취소하고 변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인수위 시절부터 대운하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다 ‘미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사업도 ‘원점 재검토’

그러나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2009년 11월 TV로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 처음에는 어정쩡하게 얘기했다가 선거 다가오니 계속 말이 바뀌더라”며 세종시 수정을 공식화했다.

수많은 논란 끝에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국회에서 부결됐다. 그러자 이번엔 ‘MB표 세종시 원안’의 하나로 내놓았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충청권 조성사업도 ‘원점 재검토’ 하겠다고 말을 뒤집었다.

#3. 동남권 신공항 건설

동남권 신공항 건설문제도 공약 뒤집기의 대표적인 예다. 신공항 건설은 지난 2005년부터 본격화됐다. 1990년대 말부터 ‘김해공항 포화론’을 주장한 부산시가 가덕도·녹산·김해·기장 중 한 곳에 신공항을 세우는 계획을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에 제출했으나,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답보 상태였다.

그러던 2005년 10월 영남권 광역지자체들이 ‘영남권 경제공동체 구축’의 일환으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동추진하기로 합의하고 건교부에 이를 건의했다.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요원해 보였다. 대구·경북(TK)은 같은 생활권인 밀양을, 부산은 가덕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다 건교부도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 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해 허남식 부산시장, 영남권 상공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영남권 신공항 건설 검토를 약속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때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는 결국 4년 만에 백지화로 결론 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목은 일각에서 일고 있는 과학벨트 분산배치론에 쏠렸다. 과학벨트 입지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남권의 반발을 의식해 과학벨트를 보상책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충청권 자치단체와 정치권,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만일 과학벨트의 분산배치가 현실화 될 경우, 정권불복종 운동 선언을 하는 등 세종시 수정안 논란의 재판이 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4. 비핵·개방·3000

‘비핵·개방·3000’은 MB정부의 대북정책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를 만들어주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임기 전반기가 지나도록 1단계에도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사실상 폐기 상태나 다름없다. 애당초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이었다는 회의론이 나올 정도다. 이 정책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솔직히 정책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머리 숙이면 돕겠다’며 자존심을 건드리는 정책은 보수세력 결집을 위한 국내 홍보용일 뿐 실효성 있는 정책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약으로 내건 동남권신공항 건설 4년 만에 백지화
민생 관련 공약 이행 수준도 미비…“3년 간 뭐했나”


실제로 현실은 정책이 그리는 것과는 정반대로 흘렀다. MB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달렸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사건, 천안함 침몰사건 등의 악재가 잇따르면서 한반도 긴장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그 바람에 북한의 비핵화는 오히려 퇴행했다.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며 핵 불능화를 성실히 이행하는 듯 보였으나 두달여만에 영변 핵시설 불능화 중단을 발표했다. 이듬해 5월에는 2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5. 7% 성장, 300만개 일자리

민생관련 공약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규제완화, 감세, 법질서 확립, 공공개혁으로 세계최고기업환경을 만들고, 과학기술투자를 GDP 5%로 확대하여 신성장동력을 확보함으로써 7%의 성장을 달성하고 300만개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2.87%로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일자리 창출도 마찬가지다. 매해 60만개씩 임기동안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한 것을 고려하면 지난 3년 간 180만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어야 했다. 하지만 3년 동안 증가한 취업자 수는 39만6천명으로 연평균 13만2천명에 불과했다.

#6. 공교육 2배, 사교육비 절반

이 대통령은 또 공교육을 강화, 사교육비를 절반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 2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0년에 들어서야 정부는 “전년 대비 총사교육비 규모가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학생 21만명 감소에 따른 자연감소액(5891억원)이 상당액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질 감소액 역시 사교육비의 주범인 영어·수학이 아닌 사회와 과학에서 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말하는 실질적 사교육비 감소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또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내세웠던 ‘고교 다양화 300’ ‘영어공교육 정책’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구축’ 등의 정책이 이행되고 있음에도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정책들의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영어공교육을 위한 각종 대책과 인력, 예산을 투여했으나 정작 영어 과목 사교육비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7. 국가 책임 영·유아 보·교육 실시


임신-출산-보육-취학 4단계에 걸쳐 의료비, 보육비, 교육비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약도 목표했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해 불임, 난임 부부 의료비 지원이나 임신출산 진료지 지원 등의 정책은 어느 정도 이행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영유아 필수예방 접종의 국가부담은 일부만 시행되고 있을 뿐이며, 만5세 이하 아동 의료비에 대한 외래진료비 본인부담금 경감은 시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보육 정책과 관련해서도 0~5세까지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보육시설 이용금액을 지원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소득하위 70% 이하 계층에게만 공공보육시설 수준의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또 보육시설 미이용자에 대한 양육 수당 지원도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8. 아자아자! 중소기업, 으샤으샤! 자영업자

중소기업 지원이나 대중소기업 상생과 관련된 공약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일부만 이행이 되거나 이행이 되었더라도 중소기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상생 정책의 핵심인 불공정하도급 거래 감시의 경우 납품단가조정협의 의무제나 업종별 중소기업 협동조합 조정신청권 부여 등은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낙인 찍혔다. 또 하도급법 위반 업체에 대한 처벌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정책의 성과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법인세 인하 역시 자본 소유의 규모가 큰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초기 혜택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9. 서민 주요생활비 30% 절감

이 대통령이 서민 주요 생활비 30%를 절감하겠다면서 내세웠던 주요 항목은 기름값, 통신비, 고속도로 통행료, 사교육비, 보육비, 약값 등이다.

이 가운데 통신비, 기름값, 보육비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을뿐 실패하거나 시행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매해 계속되고 있는 물가폭등을 감안하면 애초 내세웠던 주요생활비 30% 절감 효과는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다.

#10.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

이 대통령은 “서민 주거권을 국민 기본권 차원으로 보호하겠다”며 이를 위해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을 연 12만호 공급하고, 수요자 중심의 계획적인 주택공급을 통해 연간 5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MB정부의 임기 3년 동안의 주택 건설 실적은 37만9871호로 애초 내세웠던 50만호 건설 공약 목표에 76%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전인 2006년(46만9503호)과 2007년(55만5792호) 주택 건설 실적보다 감소한 것이다.

신혼부부 주택 공급의 경우 2008년과 2009년 각각 1만3156호, 2만9000호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정부는 2008년 연간 5만호 공급으로 목표를 수정해 발표했다. 그럼에도 주택 공급량은 여전히 수정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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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