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최규선 인생사

치밀한 사업가인가 타고난 사기꾼인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김대중정부 시절 ‘최규선 게이트’로 떠들썩했던 최규선씨. 최근 그의 이름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로 또다시 철창신세를 지게된 것. DJ맨에서 사업가로의 변신까지.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들여다본다.

1960년 전남 나주서 태어난 최규선씨는 부친이 버스터미널을 운영했기 때문에 상당히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최씨의 아버지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친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는 외대 재학 중이던 1981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통일교 재단을 통해 유학을 가게 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유학간 지 1년 만인 1982년 그는 위스콘신대 국제학생회장이 됐다.

‘게이트’ 떠들썩

최씨는 당시 미국으로 망명 온 김 전 대통령을 다른 한국 유학생 학생회장 서너명과 함께 시카고의 한 호텔서 만나 이때부터 ‘DJ맨’이 됐다.

최씨는 1986년 대학 졸업후 귀국, 김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났다. 대학원 진학 시험 준비를 핑계로 귀국했지만 사실은 1987년 대선에 출마한 김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김 전 대통령 곁에는 박지원 뉴욕 한인회장, 유종근 럿거스대 경제학과 교수가 있었고 최씨와 유종근씨는 이때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1988년 최씨는 선거운동 시 종종 이용했던 서울-광주 간 비행노선서 만난 두 살 연상의 스튜어디스 손미혜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의 석사 과정에 입학, 스칼라피노 교수의 조교였다.

그러나 스칼라피노 교수가 소속된 버클리 동아시아 연구소는 “최씨가 1996년 5월 ‘평화와 분쟁학’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한 기록은 있으나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스칼라피노 교수도 최씨가 학부 학생이었음은 인정했지만 대학원 지도학생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버클리대 동문회 관계자는 “최씨는 공부보다는 수시로 한국을 드나들며 사람 만나는 일에 몰두해 유학생 사회에 수수께끼 인물이라는 평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최씨와 마이클 잭슨과의 인연도 미스터리다. 그는 지난 1992년 5월 LA의 센트럴시티서 마약퇴치 운동을 위한 자선기금 모금파티가 열린 자리에서 마이클 잭슨을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최씨는 마이클 잭슨이 만난 지 석 달째 자신을 생일파티에 초대했다고 주장했다.

사기·횡령·배임…또 다시 철창행
DJ정부 최대 스캔들 주인공의 몰락

마이클 잭슨은 최씨에게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라도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자신이 주선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최씨와 여러 차례 만났다는 한 기업인은 “최씨가 술자리서 흥이 나면 마이클 잭슨과 친분을 쌓게 된 얘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고 말했다.

최씨가 김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994년. 최씨는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미국에 유학 중인 홍걸씨를 한번 만나보라”고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측은 이를 부인했다. 최씨는 1996년 다시 귀국해 그해 10월, 마이클 잭슨의 한국 공연을 주선했다.
 


최씨는 또 1996년 당시 신한국당의 2인자였던 최형우 고문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내무부장관서 막 물러나 대권행보를 시작한 최 고문에게 그는 뛰어난 영어실력으로 접근해 특보가 됐다. 그러나 그가 일부 기업체에 최형우 의원 특보라면서 금품 협찬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져 그의 특보 활동은 서너달 만에 막을 내렸다.

최형우 고문 특보서 물러난 최씨는 1997년 대선운동이 시작되자 김 전 대통령의 특보로 활동했다. 그는 1997년 3월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 때 만델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의 딸 진지 만델라를 참석시키면서 섭외능력을 인정받아 대외담당 보좌역으로 일하게 됐다.

그는 1997년 12월말 김 전 대통령이 당선자가 된 직후 마이클 잭슨을 통해 세계적 펀드매니저인 퀀텀펀드의 조지 소로스 회장의 입국과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로부터 국내 투자를 유치하는 등 IMF위기 때 긴요한 수완을 발휘, 그의 진가를 드러냈다.

당시 그는 시티은행의 최대주주인 알 왈리드 왕자를 통해 시티은행의 제일은행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공으로 최씨는 당선자 비서 5인 중 1명이 됐다. 당시 당선자 비서 5인방은 이강래, 박금옥, 장성민, 고재방, 그리고 최규선이었다. 그러나 비서 5인방 중 최씨는 유일하게 청와대 입성에 실패했다. 당시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언질로 내심 청와대 정황실장 자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낙마 이유와 관련해 최씨는 자신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되자 “시건방지다”는 이유로 동교동계로 대별되는 가신들의 텃세와 음해에 밀려 밀려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씨가 청와대 비서실 멤버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언행에 신뢰성이 없고 경력도 불분명한 데다 이권 개입설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8년 6월 최씨는 외자유치 커미션과 관련된 문제로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당 총재 보좌역 자리도 내놓게 됐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즈음 최씨의 미국 내 사기행각이 청와대에 알려졌고 이것이 그를 권력 핵심부로부터 멀어지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최씨는 1999년 당시 민주당 실세 권노갑 민주당 고문을 병문안 가는 방식으로 접근, 특보로 기용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 최씨는 권 고문 비서관에 승용차를 선물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최씨의 권 전고문 특보 직함마저도 대통령 특보 등을 자처하고 다니다가 문제가 돼 단기간에 그쳤다.

사우디 왕자와 친분…투자 이끌어
마이클 잭슨이 생일파티에 초대도

1999년부터 벤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최씨는 2000년초 김홍걸씨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크게 한 판을 벌이려 했다. 그는 2000년 2월 알 왈리드 사우디왕자로부터 10억달러(1조3000억원)를 끌어들여 왈리드 왕자를 회장으로 하고 자신이 사장을 맡으며 김홍걸씨를 애널리스트로 하는 벤처투자회사를 만들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김홍일 전 의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홍걸씨는 김 전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해 7월 최씨와 함께 포스코 유상부 회장을 만나 벤처창업에 대한 도움을 받는 등 독자노선을 걷던 와중에 ‘최규선 게이트’가 터지면서 동반몰락의 길을 걷게 됐고 그의 화려했던 정치편력도 막을 내리게 됐다.

최씨는 2015년 코스닥 상장회사인 (주)루보를 인수해 사명을 (주)썬코어로 변경하고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2016년에는 (주)썬테크놀로지스의 대표이사가 되기도 했다. (주)썬테크놀로지스는 철강 산업에 필요한 압연 제조 공정의 핵심 부품인 주조 압연롤 전문 생산 업체로 일부 대형롤뿐만 아니라 중, 소형롤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들어 그의 이름이 다시금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이유는 사기와 횡령·배임.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는 지난달 24일 4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0억원을 선고하고 최씨를 법정 구속했다.

최씨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와 이동식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맺고 받은 공사 대금 2700만달러를 7차례에 걸쳐 빼돌리는 등 회삿돈 총 43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금 사업은?

재판부는 “최씨는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하면서 회삿돈을 빼돌렸고 피해 회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최씨가 금감원 등에 위조된 증거를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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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