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의혹 ‘그때 그 사람들’ 언행 엿보기

어제는 ‘아!’하더니 오늘은 ‘어?’


지난 대선 이명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었던 BBK 의혹의 다시 수면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BBK가 이 대통령의 것이었다고 주장한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입국,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다. 이후 지난 대선 당시 ‘김경준 기획입국설’을 증명했던 수감 동료의 편지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에 BBK 관련자들의 과거와 현재 ‘달라진’ 행보를 짚어 봤다.

수감 중인 김경준, “BBK는 MB 소유” 청원서
‘기획입국설’ 제기한 홍준표…“오래된 일이라…”

3년 전 정치권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던 ‘BBK 의혹’에 관련된 새로운 의문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하는 수감 동료의 편지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당시 BBK 의혹은 한나라당 대선주자였던 이명박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나 김경준씨의 입국이 당시 여권의 기획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BBK와 관련한 의혹과 선을 그을 수 있었다.

조작된 편지로 불 껐다?

한나라당은 ‘기획입국설’의 물증으로 김씨와 미국 교도소에서 함께 복역했던 신경화씨의 편지를 제시했다. 신씨의 편지에는 김씨의 입국이 당시 여권에 의한 것임을 짐작할 만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다.

한나라당은 이 편지를 근거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 대선 직전 BBK 의혹에 대한 불길을 잠재우는 데 주력했다.

대선이 마무리된 후 검찰은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를 1주일 앞두고 “김경준 입국에 정치권에서 개입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건 관계자 전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최근 이와 관련된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정치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신씨의 동생인 신명씨가 신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던 편지는 자신이 직접 썼으며, 편지를 쓰라고 한 배후가 있다고 주장한 것.

신명씨는 “명예훼손 문제 때문에 실명은 거론할 수 없다”면서도 “(김경준 기획입국설과 관련한) 편지 조작을 강요한 지인은 한나라당과 연계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가족이 사건을 진두지휘”했으며 “중간에 두 사람이 더 개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 임기가 2년이 아니고 1년만 남았어도 지금 청문회 하는 데 가서 떠들고 싶다”면서 “편지 조작을 강요한 이가 내게 가지고 왔던 편지 내용, 검찰 수사 대처 방법 등의 문건을 3곳에 분산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당시 BBK 관련 의혹을 둘러싼 공방전의 주인공들은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지난 2007년 김경준 기획입국설을 제기한 이는 클린정치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던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BBK 관련 의혹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홍 의원은 대선을 엿새 앞둔 12월31일 “김경준씨 기획입국이 진행됐다고 본다”며 “(김씨와 미국에서 함께 수감됐던) A씨가 먼저 국내에 들어와 이명박 후보에게 생채기 내는 역할을 하고 그 다음에 김경준이 들어오도록 기획입국이 시도됐다”는 주장을 폈다.

홍 의원은 그러나 최근 제기되고 있는 기획입국 편지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오래된 일이라 편지를 누구에게 받았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몇십 년이 지난 일도 아니고, 불과 3년 전의 일을 총기 좋은 홍 의원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니 궁색한 변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직전인 2007년 11월 BBK 의혹을 폭로했던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은 최근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07년 11월 당시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열려다 취소한 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이번 입국으로 3년4개월 만에 정치권의 시야에 들어오게 됐다.

에리카 김은 검찰 조사에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라고 주장한 것은 거짓말이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옵셔널벤처스 자금 횡령에 대해서도 “(당시 회사 대표로 있던) 동생(김경준)이 다 한 일로 나는 횡령과 무관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BBK 의혹의 주인공인 김경준씨는 현재 횡령과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8년에 벌금 100억원을 선고받고 영등포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최근에는 에리카 김과 검찰에서 대질조사를 받기도 했다.

김경준씨는 최근까지도 “BBK 실소유주는 이 대통령”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다스의 투자금반환청구소송과 관련, “다스는 이 대통령이 실소유주이므로 이 대통령이 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는 내용의 옥중청원 서류를 제출키도 했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에 따르면, 김경준씨는 영문으로 된 옥중청원 서류에서 “한국의 현직 대통령인 이 대통령이 이 소송의 당사자”라며 이 대통령이 소송의 피고인 BBK, MAF, 원고인 다스, 그리고 LK이뱅크, EBK시큐리티 등 5개사에 전권을 행사하는 실소유주라고 주장했다.

BBK 끝나지 않았다?

김경준씨는 또 “이 대통령은 BBK의 의사 결정에 전권을 행사했으며 강연을 녹화한 동영상을 보면 이 대통령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말했다”며 “다스는 이 대통령이 BBK나 김경준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다스 회장 이상은씨와 김재정씨 등이 EBK의 주요 주주이고 사실상 다스는 이 대통령 소유이며 이 대통령의 지배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특히 “다스는 이 대통령의 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 명의로 돼 있지만 이는 현대차 회장이었던 이 대통령과 현대차에 시트를 납품하는 다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다스라는 회사를 BBK에 이용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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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