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에 실종된 정치권 ‘뜨거운 감자’

속으로 미소 짓는 사람들 “휴~쓰나미 아니었으면…”


일본 대지진이 정치권의 이슈마저 집어삼켰다. 지난 연말부터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던 정치권이다.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 신공항 등 지역과 관련된 현안이 이어졌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에리카 김의 잇따른 입국 이후 불거진 ‘김경준 기획입국 편지 조작설’과 ‘상하이 스캔들’은 정치권을 흔들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연임 문제와 강만수 산업은행지주회장 선임까지 굵직한 이슈들이 빼곡했지만, 모두 뒤로 밀려난 상황이다.

나라 뒤흔든 ‘상하이 스캔들’ 온데간데없어
구문 된 BBK 김경준 기획입국 편지 조작설

대지진이 연일 새로운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지진에 쓰나미까지 겹치면서 붕괴와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위태로운 원자력발전소로 세계의 시선이 고정된 상태다. 대지진의 여파는 바다 건너 여의도 정치권까지 미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왔던 사건·사고들이 자취를 감춘 것.

정치 이슈 행방불명
여의도에서 “꼭꼭 숨어라”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 대지진과 관련, “항간에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정말 천운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뉴스는 대부분 앵커 리포트로 끝나거나 중요하게 배치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최고위원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불가피하지만 국민이 알아야 할 중요한 뉴스가 많다”며 “이 대통령의 측근 오기 인사의 종결판인 강만수가 산업은행지주회장으로 오늘 선임된다. 끝없는 주군의 총애에 강만수가 보답하는 길은 스스로 용퇴하는 것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 대해서도 “청문회 역시 ‘한결 수월해지겠구나’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국민은 방통위원장을 원하지 먹통위원장을 원하지 않는다. 노욕 부리지 말고 초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상하이 스캔들’을 거론하며 “이 사건이 일본 지진 이전엔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대형 사건이었나 싶을 정도로 잊혀져가고 있다”며 “국가적인 치욕 사건인 이 사건은 한 치의 의혹도 없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획입국 편지 조작설에 대해서는 “2008년 대선을 뒤흔든 BBK와 도곡동 땅 진실을 국민은 알고 싶어하고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재해에 쏠린 관심을 틈타 대충 넘기려 하면 안된다”며 “민주당은 꼼꼼히 챙기고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도 지난 15일 박선영 대변인의 현안 브리핑을 통해 “상하이 스캔들, 장자연 사건, 한상률 사건, 에리카 김 사건 등 국내 주요 현안들이 일본의 대재앙이라는 쓰나미에 쓸려 나갔다”며 “어떤 환경에서도 국내 현안을 철저하게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짐과는 달리 대부분의 정치 이슈들은 ‘조용히’ 넘어가는 모양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에리카 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달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 전 청장과 관련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한 전 청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전·현직 국세청 직원과 골프 로비 의혹 당시 참석자, 전군표 전 국세청장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난리통 속에 ‘MB의 남자들’ 화려한 귀환  
강만수·최시중 ‘구렁이 담 넘듯’ 제자리로일본


또한 한 전 청장의 자택과 그림 로비에 사용된 ‘학동마을’을 구입한 서미갤러리 등 3곳을 압수 수색했다. 에리카 김의 횡령 혐의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달 26일과 27일, 지난 9일 김씨를 소환 조사해 김경준씨의 주가 조작 및 횡령 가담 여부와 2007년 대선 당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그러나 한 전 청장과 관련된 그림 로비와 연임 로비,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 과정의 직권 남용,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 소유 관련 의혹 등 여러 혐의 중 그림 로비 의혹에 대해서만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에리카 김에 대해서는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무혐의 처분하고 횡령과 주가 조작 등의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야권은 당장 검찰의 부실수사를 지적하고 나섰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5일 검찰이 한 전 청장과 관련된 수사에서 계좌 추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으며 “일반적인 뇌물 사건에 있어 수사 개시 즉시 당사자는 물론이고 주변인까지 계좌 추적을 벌이는 것이 검찰의 통례”라면서 “한 전 청장에 대한 수사가 의혹을 파헤치는 시늉만 내고 있음이 입증된 것이며, 결국 봐주기 수사로 한 전 청장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 대변인은 또 “일본 대지진에 국민의 관심이 쏠린 틈에 어물쩍 진실을 은폐하려는 검찰의 작태”라며 격분했다. 
 
뒷전으로 밀린 사건들
쉬쉬하며 조용히 넘겨라?

박지원 원내대표도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본 지진의 여파 속에서 국민과 당이 염려했던 한 전 청장, 에리카 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했던 대로 꼬리 자르기 면죄부 수사로 마무리 될 전망”이라며 “지진을 핑계로 수사를 묻으려고 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이 진실을 묻으려고 한다면, 일본 지진의 여파로 (진실이) 땅 속으로 묻힐 것 같지만 언젠가는 또 폭발할 것”이라며 “구제역의 경우처럼 임시방편으로 땅에 파묻었다가 해동이 되면 터져 나오듯 밝혀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그야말로 깃털만 건드리는 형국”이라며 “한 전 청장이 판도라의 상자임을 우리 국민들은 뻔히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 스캔들’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단의 조사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17일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린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일어난 문제와 관련 정부합동조사단이 현지 조사를 실시하는 중에 있어 곧 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결과가 나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깃털 건드린 수사
판도라의 상자 닫힐까

정치권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4월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계획이어서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상하이 스캔들’의 진실뿐 아니라 이 대통령의 ‘보은 인사’에 대한 지적이 강도 높게 제기될 수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번 스캔들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 챙기기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개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일부 장관들의 교체 얘기가 나오면 이 대통령의 인사 문제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강만수 전 대통령 경제특보의 산은금융지주 회장 내정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연임을 두고도 말이 많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 창조한국당 등 야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은 지난 18일 공동성명을 내고 강만수 경제특보의 산은금융지주 회장 임명 취소를 주장했다. 야 4당 정무위원들은 이날 “강 특보가 과거에 재무부에 재직했었고, 기획재정부 장관을 했었다는 이유만으로 산업은행 민영화 추진 등을 위한 적임자라고 볼 수 없다”면서 “강 특보는 이 대통령의 측근이며 경제 과외교사였는지는 모르지만, IMF 경제 위기를 초래한 주범 중 한 사람이며 지난 3년간 서민의 삶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던 ‘실패한 MB노믹스’의 주역으로서 더 이상 공직에서 우리 경제나 금융에 대해 조언하거나 관여해서는 안 되는 인사”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또 “강 특보가 산은지주 회장이 된다는 것은 MB정부 ‘관치금융’의 완결편”이라며 “국내 주요 3대 금융지주사(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의 회장이 이 대통령의 친구와 대학 동문 등으로 선임되어 있는데, 여기에 산은지주까지 대통령의 측근이 되면 관치금융과 정경유착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며, 한국 경제는 퇴행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연임 도전이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최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7일 강행됐지만 본인과 가족들의 땅 투기와 증여세·소득세 탈루 등 10여 가지의 의혹이 제기된 것.

강만수·최시중의 귀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라

민주당은 최 위원장의 낙마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도 난항이 거듭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현행법에 따라 이 대통령은 소정의 날짜가 지나면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23∼24일경에는 임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럴 경우 앞으로 3년간 중요한 방송 정책과 통신 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후보자 본인과 국민이 판단하리라고 믿는다”고 경고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지진에 흔들리고, 쓰나미에 휩쓸렸던 정가 이슈들이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돌아올 수 있다”며 “4월 임시국회와 4·27 재보선에서는 이러한 이슈들이 다시 활개를 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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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