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 맞은 여의도 ‘의원들 발걸음’ 따라가 보니

“내가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야”

2월 임시국회 후 국회가 ‘봄방학’을 맞았다. 지난해 말 예산안 강행 처리와 구제역 사태, 임시국회까지 숨 가빴던 정치 일정과 동남권 신공항,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논란 등을 뒤로 하고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된 것. 그러나 미뤄뒀던 해외 방문과 지역구 관리로 오히려 더 바빠진 이들이 적지 않다.

2월 임시국회 후 국회가 ‘봄방학’을 맞았다. 지난해 말 예산안 강행 처리와 구제역 사태, 임시국회까지 숨 가빴던 정치 일정과 동남권 신공항,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논란 등을 뒤로 하고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된 것. 그러나 미뤄뒀던 해외 방문과 지역구 관리로 오히려 더 바빠진 이들이 적지 않다.

국회가 휴지기를 맞았다. 4월 임시국회 준비와 4·27 재보선으로 마음 편히 쉴 처지는 못 되지만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은 갖게 됐다.

미뤄뒀던 해외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이 시기다. 국회의장단은 오늘 5월 서울에서 열릴 G20 국회의장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출국한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19일부터 28일까지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를 차례로 찾는다. 정의화 부의장은 23일부터 29일 사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방문 일정을 잡았고 홍재형 부의장은 11일부터 22일까지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방문할 계획이다.

의원님은 외유 중

국회 상임위별 해외 출장 일정도 잡혔다. 국회 지식경제위 김영환 위원장과 한나라당 김재경, 박민식 의원은 발전소와 천연가스 유전 시찰을 위해 지난 14일 출국해 필리핀, 베트남을 방문하고 19일 돌아왔다.


국방위 원유철 위원장과 한나라당 한기호, 민주당 서종표 의원은 의회 및 정부 관계자들과 방산수출 지원 방안을 논의키 위해 14일부터 23일까지 베트남, 인도, 아랍에미리트 방문길에 올랐다. 법제사법위도 우윤근 위원장을 비롯한 소속 의원 8명이 18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를 방문해 사법제도를 돌아본다는 계획이다.

정몽준 전 대표는 한미의원외교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오는 24일부터 9일간 여야 의원 6명과 함께 미국 워싱턴 등을 방문한다.  

민주당도 지난해 말부터 내려졌던 ‘외유 금지령’을 거두는 분위기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임시국회가 끝나면 짧은 기간이지만 모처럼 정치 방학을 맞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해외 일정도 제한돼 있었지만, 혹 연수를 가거나 견학을 가는 분들은 건강하게 다녀오고 귀향 활동에 많은 성과가 있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도 의원들의 외유 일정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이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당 내에서 총선에서 강도 높은 공천개혁을 할 것으로 알려지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위기다. 지역구가 먼 의원들은 아예 작정을 하고 길을 나섰다.

전남 무안·신안이 지역구인 이윤석 민주당 의원은 임시국회가 끝나자마자 지역구로 향했다. 주말이면 침낭을 챙겨 지역구를 방문, 경로당과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고충을 듣는 ‘밀착형 지역구 관리’로 유명한 이 의원은 4월 국회가 열리기 전까지 80여 개의 유인도 등 800여 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뤄진 지역구를 돌아본다는 계획이다.

같은 당 강기정 의원은 지역구 내 40여 곳의 어린이집과 공부방을 목적지로 정했다.

과학벨트, 동남권 신공항 등 지역 현안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지역구의 의원들은 당분간 지역 현안에 올인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 대구시당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3월말 동남권 신공항 용역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고 과학벨트 문제도 걸려 있다”며 “당분간 지역과 서울을 오가면서 청와대 설득 작업 등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이 지역구인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인 과학벨트에 집중하고 있다. 박 의원 측은 “거의 매일 행사가 있다”며 바쁜 일정을 전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역구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인터뷰 일정까지 포기했다. 4월 국회가 시작할 때까지 지역구에 머물 계획이라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국회로 발걸음하지 않겠다는 것. 

일본 대지진도 의원들의 동선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원내지도부는 17일부터 20일 사이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지진사태로 일정을 취소했다. 대신 18일부터 23일까지 말레이시아를 방문키로 했다.

일본 자치단체를 찾기로 했던 의원들도 출장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낭 메고 지역구 투어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국회가 시끄러워서 해외 방문을 최대한 자제해온 터라 4월 국회가 열리기 전 미뤄뒀던 대부분의 일정을 소화하려는 의원들이 많다”며 “4월 국회가 열리면 자연스레 발목이 잡힐 것이고 4·27 재보선이 본격화되면 외국 방문은 더 힘들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토론회와 4월 국회 준비로 몸이 바빠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는’ 의원들도 여럿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줄줄이 잡아놓은 토론회 일정 탓에 해외 출장은 꿈에도 못꾼다”며 “다행히 지역구가 가까우니 틈날 때마다 찾기라도 하지 그렇지 않았으면 임시국회가 열릴 때보다 더 바쁜 날들을 보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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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