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팔찌 풀어주는 정치자금법 후폭풍

동료의 동료에 의한 동료 의원 구하기 스톱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의 ‘누구든지 국내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의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라는 문구를 ‘단체의 자금’으로 개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했다. 여야의 이 같은 개정안 처리에 일각에서는 청목회 사건에 연루된 ‘동료 의원들 구하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재계 등에서도 결국 기업들의 후원금이 입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입법 로비’ ‘탈법 선거’ 맘 놓고 다시 한 번?
“취지의 오해다” “불완전한 제도 보완이다”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기습 처리된 이후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행안위가 지난 4일 일명 ‘청목회법’을 기습 처리해 3월 국회에서 ‘일사천리 통과’가 예상됐으나 검찰의 청목회 수사를 무력화하는 면죄부이자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여야 정치권에 부정적 기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개정안 기습 처리는 여야가 ‘제 밥그릇 챙기기에 화합했다’라며 국민적 반감을 사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일까? 행정안전위원회의 정치자금법 개정안 기습처리 이후 국회의원들조차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나라 ‘재검토하겠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면서 “법사위에서 국민의 여론과 법리상 문제점 등을 철저하게 재검토, 신중하게 처리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처리하기 힘들 것 같다”면서 다음 날인 8일에 “법사위에서 잘못된 부분을 고쳐서 다룰지 정개특위에서 숙성 기간을 거쳐 다룰 것인지 좀 더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면소 관련 법안은 해방 이후 전례가 없으며, 이런 무리한 법 개정 시도는 옳지 못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의원을 구할 것이면 재판을 통해 해야지 입법권 남용 형식으로 (청목회 연루) 의원을 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최고위원은 앞서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청목회 재판을 회피하기 위해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목소리를 높였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9일 논란이 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정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많은 국민이 그 법안에 대해 부정적이고 좀 무리한 법안”이라면서 “다만 국회의원 후원회 제도를 만들어놓고 그것을 가지고 여러 가지로 조사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구나 그런 후원회 제도를 만들어서 적극 권장해야 할 선거위원회에서 그것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정안에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면서 “법사위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의원은 “일반 형법에서 공무원이 본인의 직접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으면 뇌물수수죄가 되고 본인 이외의 다른 공무원의 업무와 관련해 받으면 알선수뢰가 된다”면서 “본인(국회의원)이 받으면 뇌물죄가 되는 것은 빼버리고, 본인 이외의 다른 공무원 업무와 관련해 받는 것만 처벌하는 것으로 개정하면 헌법이 규정하는 법 앞의 평등권의 취지와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의원은 앞서 지난 6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청목회 로비 면제법이자 방탄용 특례법”이라며 쓴소리를 남긴 바 있다. 민주당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소액 후원금이 한나라당보다 많은 민주당’이라면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많은 비난의 화살이 쏠려온 터다.

이와 관련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치자금법 개정과 관련해 약간의 문제가 생긴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너무 서두르다 보니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라고 급하게 제동을 걸었다. 손 대표는 “법 내용도 정당해야 하지만 처리 절차도 정당하고 분명해야 한다”면서 “이번 임시회의에서 이 법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뿐 아니라 다른 정당과 충분히 협의를 하고 선관위, 시민단체 의견까지 두루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 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바른 정치, 더 많은 참여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시간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법 개정이 소액후원을 활성화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시도된 조치이고 그런 면에서 정자법은 개정되어야 한다”면서 “많은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고 투명성을 엄중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은 필요하고 온당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민주 ‘3월 처리 안 한다’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 또한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재판 중인 의원들에게 면소 판결을 받게 하는 것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졸속 처리 대신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신중히 검토하고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당초 3월 국회 내 처리를 강조하며 사실상 이번 개정안 처리를 옹호한 박지원 원내대표도 입장을 선회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