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강산, 발길 닿으면 다 고향 아닌교?

정치인 제2의 고향 찾아보니

손학규 4월 재보선 앞두고 칩거했던 ‘춘천’ 찾아
박근혜-대구, 김문수-부천…“지역구가 내 고향”

정가 인사들의 ‘고향’ 방문이 부쩍 늘고 있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지역구를 탐색하는 비례대표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는 것. ‘정치적 고향’인 지역구를 방문, 눈도장을 찍는 이들까지 몰리면서 일부 지역은 벌써부터 총선 열기가 가열되는 분위기다. 또한 성큼 다가온 4·27 재보선 선거 유세에도 ‘고향’이라는 키워드는 빠지지 않고 있다.
 
정치인의 고향은 ‘연고가 있는 모든 곳’이라는 말은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태어난 곳, 자란 곳, 살고 있는 곳이 모두 ‘고향’으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의 고향’ ‘정치적 고향’을 부르짖는 정치인들의 애향가를 따라가 봤다.

4·27 재보선을 앞두고 최대 승부처인 강원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개중에는 강원도를 ‘제2의 고향’으로 천명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있다.

팔도 넘나드는 고향열전

손 대표의 ‘원래’ 고향은 경기도다.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14대 경기 광명시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5, 16대 총선에서도 내리 당선됐다. 민선 3기 경기도지사까지 지내는 등 경기도는 그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적 고향’이다.

그러나 지난 18대 총선 낙마 후 2년여간 강원도 춘천에서 칩거한 것이 인연이 됐다. 게다가 사활이 걸린 강원도지사 선거까지 겹치면서 잔뜩 공을 들이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달 16일 1박2일간 강릉에 머물며 제설 작업에 참여했다. 이어 28일에는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최문순 의원의 고향이기도 한 춘천을 찾아 강원도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춘천에서 열린 시민토론마당에서 “저는 반쯤 강원도 사람” “강원도는 제2의 고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대표는 지난 2일에도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를 찾아 2년간의 춘천 칩거 생활을 거론하며 “제 마음의 고향, 제2의 고향”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당분간 일 주일에 2회 이상 강원도를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선거전이 막판으로 치달으면 이곳에서 상주하다시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어나 자란 고향과 정치적 고향이 다른 것은 손 대표뿐이 아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고향’ 덕을 톡톡히 봤다.

김 지사는 경북 영천 출신이지만 17대 총선에서 경기 부천 소사구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부천을 ‘정치적 고향’으로 삼게 됐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재선에 나서며 부천을 찾아 ‘제2의 고향’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지지층 결집을 꾀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경북 대구에서 태어났으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해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16·17·18대 총선에서 내리 금배지를 달며 달성군과 12년 동안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또 다른 ‘정치적 고향’은 충청도다. 충청도는 모친인 육영수 여사의 고향(충북 옥천)이 있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세종시 수정안 논란 당시 ‘눈도장’을 찍어둬 박 전 대표의 지지세가 남다르다.


정치인들은 내세우는 ‘고향’이 여럿인 만큼 혼란이 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얼마 전 한 포털사이트에 그동안 본적지인 경북 영양으로 표시돼 왔던 출생지를 ‘강원도 동해’로 바꿨다. 1945년 1월 강원도 묵호(현 동해시)에서 태어났으나 1948년에 경북 영양군 석보면으로 내려와 영양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던 만큼 출생지를 정정하게 됐다는 것. 이 장관은 출생지 수정 후 경북 영양 뿐 아니라 강원도 챙기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진짜 고향은 어디?

또한 그는 서울 은평을을 ‘정치적 고향’으로 두고 있다. 이 장관은 그동안 “은평은 혈혈단신으로 상경한 시골 촌놈을 지금의 이재오로 만들어 준 삶의 터전이자 정치적 고향”이라며 “은평이 없는 이재오는 상상할 수도, 존재할 수도 없다”고 은평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의 고향도 아리송하다. 엄 전 사장은 4·27 강원도지사 재보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고향을 ‘평창’으로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드라마 <에덴의 동쪽> 촬영장을 방문, 연기자와 스태프를 격려하며 “극 중에 큰 병원 가려면 ‘장성’에 가야 한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거기가 제 고향”이라고 한 바 있어 의문을 낳았다.

엄 전 사장은 또 지난해 8월 춘천으로 주소를 옮긴 후에는 언론에 자신의 고향을 ‘춘천’으로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엄 전 사장의 ‘진짜’ 고향은 충북 충주다. 그러나 충주에서 태어난 후 강원도 강릉, 태백, 울진, 평창으로 이사를 다녔고 춘천에서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등 인연을 맺은 지역이 많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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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