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압박에도 입 꽉 다문 박근혜 ‘크렘린 요새’ 전략

미래권력은 공공의 적?…닫으면 살고 열리면 죽는다



최근 각종 정치 현안 관련 ‘자나 깨나 말조심’
속으로 ‘백번’ 생각하고 결국 ‘딱 한마디’ 뱉어

‘크렘린(Kremlin)’이란 원래 방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성벽을 뜻한다. 하지만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달된 크렘린의 이미지로 인해 우리에게는 ‘크렘린’이 러시아의 심장부를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삼각형 모양으로 둘러싸인 성벽 장막의 총 길이는 2.25Km로 스무 개의 성문을 갖추고 있으며, 높이 9~20m 두께 4~6m 크기의 연와조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과거에는 크렘린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황제는 구제주 망루 밑의 문을, 총 대주교는 삼위일체 망루 밑의 문을 일반인들은 보로비츠카야 망루 밑의 문을 이용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한마디로 정치권의 ‘공공의 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3년째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려는 세력들에게서 전방위 공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혹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다수의 국민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입을 통해 ‘견고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의 발언을 ‘촉구 및 압박’하기도 한다.

최근 박 전 대표를 떠올릴 때 주로 연상되는 게 ‘침묵의 정치’다. 침묵도 정치라는 표현이 그로 인해 나오게 됐다. 박 전 대표의 ‘진중함’이 장점으로 부각되기도 했으나 일각에서는 그의 신속하지 못한 언행으로 인해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친박 세력 제외한 전방위 ‘박근혜 때리기’

그러나 전반적인 분위기상 박 전 대표의 침묵과 단답형 대답은 단순한 침묵이 아닌 ‘소리없는 아우성’ 혹은 ‘참다 못해 던진 한 마디’ 정도로 인식돼 그의 지지자들에게 큰 파급력을 미쳤다. ‘참 나쁜 대통령’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정치권의 가장 큰 화두인 ‘개헌’ ‘과학비즈니스벨트’ ‘영남권 신공항’ 등과 관련된 ‘작심 발언’을 듣기 위해 여·야 가릴 것 없이 박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같은 당 출신인 이재오 특임장관을 필두로, 홍준표·정두언 최고위원 등이 박 전 대표의 현안 관련 발언을 촉구하고 나섰다.

홍 최고위원은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 동남권 신국제공항 유치 문제 등으로 지역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박근혜 전 대표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 말이 맞다”며 “박근혜 대표는 대권주자이기 때문에 대구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도 표를 받아야 되고, 충청도에서도 표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침묵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정 최고위원도 지난 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박근혜 전 대표는 국민의 신뢰를 크게 받는 분이기 때문에 (정치 현안에) 목소리를 내줬으면 하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면서 “국민들의 민심을 대변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박 전 대표의 의도와 달리 일각에서 ‘현안에 대한 침묵은 복잡하게 꼬인 현 정국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옴에 따른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박 전 대표도 정치를 아니까 국민을 보고 하는 정치를 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전략적 연대를 위한 ‘위장 협력’ 관계를 맺어온 민주당도 최근 박 전 대표 때리기로 돌아선 모양새다.
민주당 측은 지난해 막바지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 구상에 대해 무차별 폭격을 퍼부은 뒤 한동안 잠잠하다 그의 측근인 이정현 의원이 “(현안 언급은)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빌미로 비판의 포문을 다시 열었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 기간 내내 박 전 대표를 ‘박 의원’이라 칭하며 “국민이 구제역, 전세난, 물가 대란으로 신음하고 있을 때 여당의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가 아직 말할 때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박 의원의 행태는 한가한 대권 행보로만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국정을 최대한 돕기 위해서라는데, 그렇다면 대통령의 독선적, 반서민적 국정 운영에 동의하고 있는지 답해야 한다”면서 “정치 지도자로서 본분을 외면하면서 큰일을 하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오랜만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또한 박 전 대표의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문제는 대통령 책임’이라는 발언 관련,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권선택 원내대표·김창수 의원 등은 한 목소리로 “박 전 대표는 과학비즈니스벨트 관련해 구체적인 발언을 하라”고 박 전 대표를 향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이처럼 한나라당 친박계와 미래희망연대를 제외한 여의도 정가 전 세력의 ‘비판과 견제’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안 관련 멘트를 철저히 자제하고 있다. 마치 어떠한 공격에도 든든히 방어해 낼 수 있는 ‘크렘린 요새 방어 전략’을 취하고 있는 형국이다.


조기 대선 붐 경계? MB 부담 안주기?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다.

이 의원은 자신의 홈피에 올린 ‘대통령 임기 40% 남은 시점, 대선 붐(boom)을 경계한다’는 글을 통해 “박 전 대표가 현안 언급과 현장 방문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분들이 많은데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면서 박 전 대표의 소극적 행보에 대한 적극적 설명에 나섰다.

이 의원은 그동안 박 전 대표가 각종 강연 및 행사 참석과 인터뷰 요청 등 시·공간적인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지만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박수갈채를 받고 지지세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박 전 대표가) 모르는 바는 아니나 (적극적으로 발언할 경우) 대통령과 주요 국정은 관심 밖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박 전 대표가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이어 “대선을 1년10개월 남겨두고 대선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과열된 조기 대선 정국 형성 우려 ▲당 지도부의 역할과 시스템 중시 ▲험한 표정과 격렬한 말투로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박 전 대표의 ‘침묵 행보’ 배경으로 내세웠다. 그는 또 “대선 관련 정치인 지지율 1위가 벼슬이나 당직은 아니다”라면서 박 전 대표의 절제된 행보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 이 의원이 이같은 해명성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이 의원의 전반적 문체로 미루어 봤을 때 아무래도 박 전 대표의 의중이 담긴 것 같다”라는 주장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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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