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제2의 노무현 프로젝트’ 막후<2> 예비후보군 탐색



이재오 고향 경북서 강원도로 고치고 광폭행보
광주 출신 정두언, 호남 인연 강조하며 애정공세
‘정통 영남’ 김문수, 영남+경기도 집토끼 잡을까

누가 ‘박근혜 대세론’을 꺾을까. 한나라당 일각에서 당의 전통적 지역 기반인 영남과 +α할 수 있는 친이계 대선주자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비영남 출신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친이계 유력 인사들이 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당의 지지 기반에 개인적인 지지층까지 더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역대 대선에서 수도권 민심이 판세를 좌우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이들의 최근 행보와 영남 지지층과의 +α 가능성을 따져봤다.

‘박근혜 대항마’가 될 친이계 정치인은 누구일까.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은 물론 충청, 호남에서도 상당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앞을 막아서기 위해서는 영남+α 의 지역적 지지 기반을 가진 인사를 집중적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정가 안팎에서 친이계 유력 주자로 평가받는 이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대표, 원희룡 사무총장, 홍준표 최고위원, 남경필 의원 등이 있다. 또한 안상수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나경원·정두언 최고위원, 주호영 여의도연구소장, 조윤선 의원 등도 손에 꼽힌다.

영호남 잡은 박근혜, 더 큰 판 벌일 이는?

주호영 소장은 영남 출신에 영남을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고, 오세훈 시장, 나경원 최고위원, 조윤선 의원은 서울 출신으로 수도권을 주 활동 무대로 한다. 진수희·정병국 장관, 원희룡 사무총장, 정두언 최고위원은 각각 충청, 경기도, 제주, 광주 출신이지만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이 지역구다. 김문수 지사와 안상수 대표, 남경필 의원 등은 영남 출신이지만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정몽준 전 대표, 홍준표 최고위원도 지역구가 서울이다.

이처럼 친이계 유력 인사 대부분이 수도권을 활동 무대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도 정치적 역량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몇몇 이들만이 친이계 대표주자감으로 한손에 꼽히고 있다. ‘박근혜 대항마’가 되기 위한 시간은 1년여 남짓한 시간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라 ‘바탕’이 마련되지 않고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적지 않은 친이계 인사들 중에서도 현 정권의 2인자로 꼽히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 장관은 최근 한 포털 사이트에 그동안 본적지인 경북 영양으로 표시돼 왔던 출생지를 ‘강원도 동해’로 바꿔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바뀐 출생지 ‘우연일까 필연일까’

이 장관은 1945년 1월 강원도 묵호(현 동해시)에서 태어났으나 1948년에 경북 영양군 석보면으로 내려와 영양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출생지를 바꾼 후 강원도 챙기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지난 1월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강원도민회 2011년 정기총회 및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등 강원도 관련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동해시도 이 장관의 명예시민 선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이 묵호 출신인 데다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현안 해결 및 시정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면서도 이 장관은 경북 영양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월15일 경북 영양의 한우 농가를 찾아 직접 소에 구제역 백신 주사를 놓은 것.

이 장관은 이날 영양군청 상황실에서 군청 관계자들로부터 지역 민원사항 등을 청취하면서 “고향이기 때문에 좀 더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물었으니 이해해주기 바란다”라며 영양이 고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월17일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구경북시도민회 주최 신년 인사회에 참석, “한나라당 국회의원 중에서 서울에서 4선을 하고 있는 것은 제가 처음”이라며 “은평구에서 4선을 하고 있는 것은 낙동강 칠백리 내 고향 일월산의 정기를 받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고향 사랑가를 불렀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이 장관이 ‘고향’을 매개로 정치적 활동 영역을 넓히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은 이 장관이 오랜 시간 활동해온 지역구가 있는 곳이며, 강원도 동해를 고향으로 강조하며 ‘강원도’ 민심을 잡고, 경남 영양에 대한 애정도 변함없이 드러내면서 ‘영남’에 대한 뿌리를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정가 한 인사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국에서 고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대선이 가까워지면 표 분산이 일어난다”며 “영남의 지지는 양분될 수 있는 부분이고 호남의 지지가 ‘그림의 떡’이라면 박 전 대표의 세가 강한 충청권보다는 수도권이나 강원도 등에서 세를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지역에 연고가 있다는 것은 해당 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좋은 명분”이라며 “지역 인맥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지지 기반을 다지면 +α될 수 있는 부분이 좀 더 빨리 드러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장관만큼이나 ‘고향’으로 인해 주목받는 이가 정두언 최고위원이다. 한나라당에서 드문 광주 출신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가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후계자’로 호남 인사가 아닌 민주당에게는 척박한 땅인 영남의 지지를 끌어오려 노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골랐던 사례가 적용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광주 출신 ‘MB 복심’노무현 따라가나

아직까지 한나라당은 영남, 민주당은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한다는 인식이 뚜렷하기는 하지만 바닥 민심은 점차 희석돼가는 분위기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였던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영남에서 축배를 든 것이나, 비록 당선은 하지 못했지만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정운천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사상 호남 지역 최다 득표율인 18.2%를 기록하는 등 의미있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세를 몰아 올해 들어 첫 현장 방문 일정을 ‘호남’으로 잡는 등 호남 공략에 나섰다.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게는 ‘적진’이라 할 만한 곳부터 지지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지난 1월26일 정치적 불모지인 광주로 향해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광주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안상수 대표는 이 자리에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평균 8.9%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는 호남에 출마한 한나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10%의 득표율을 넘어섰다. 우리당 대선 후보 한 분이 호남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것만 봐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며 “우리 한나라당이 척박한 호남 땅에서 헌신적인 자세로 노력해 온 끝에 지금은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고, 생명력 강한 풀뿌리가 자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의 희생과 눈물 위에 세워진 것”이라며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의 새 시대정신으로 광주시민이 한나라당과 손을 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호남인의 마음을 얻는 것은 진심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으며, 돌부처도 1천 번 절하면 돌아앉는다는 심정으로 노력해왔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도 호남 지역의 숙원사업을 거론하며 당의 관심을 촉구했다.

정 최고위원 개인적으로 호남에 들이고 있는 공이 상당하다. 그는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큰 아버지는 광주에서 6선 국회의원과 야당의 원내총무와 사무총장을 지낸 정성태 전 국회부의장으로 호남출신 큰 정치인이자 지조와 청렴의 상징인 제 인생의 큰 그림자였다”며 “이 같은 큰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항상 지조를 지키며 사욕이 없는 정치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호남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큰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한나라당 내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양지를 마다하고 그 길을 걸어가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며 “그 길이 비록 외롭고 힘든 길이어도 호남인들과 국민 여러분의 사랑과 믿음을 생각하며 기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한나라당 내에서 호남 출신으로 최초 선출직 최고위원이 될 수 있었던 큰 힘에는 호남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며 “호남의 사랑과 후원은 제가 정치를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영남색 약해진 김문수 “내가 진짜 정통 TK”

이 장관과 정 최고위원이 각각 강원도, 호남에 구애를 하고 있다면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보다 ‘진짜 고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김 지사는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나온 TK(대구·경북) 토박이다. 그러나 지난 1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TK의 맹주로 자리잡은 박 전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어야 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주변에서는 “김 지사가 오랜 기간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서 그렇지, 알고 보면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에서 성장한 박 전 대표보다 TK에 가까운 인물”이라며 “이러한 점이 부각되면 영남과 경기도 모두 ‘집토끼’로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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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