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역구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역전의 용사’ 총선 앞두고 꿈틀대는 내막


지난 총선, 정치 신인에게 패했던 이들 지금 어디에?
19대 총선으로 재기 혹은 마지막 도전 가능성 ‘솔솔’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지역구를 찾는 국회의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여기에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거듭나려는 비례대표 의원들과 정치 신인들의 지역구 탐색전으로 각 지역은 벌써부터 총선앓이 중이다. 지난 총선에서 패기 넘치는 정치 신인들에게 지역구를 내줬던 정치인들도 몸풀기에 나섰다.

정치권이 19대 총선을 두고 술렁이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을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 ‘지지하지 않겠다(38.1%)’고 답한 이가 ‘지지하겠다(36.7%)’는 이들보다 높게 나와 ‘물갈이’를 예고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마한 거물급 정치인의 지역구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개혁 공천의 기준선을 넘지 못해 낙천한 이들과 총선판에 불어 닥친 대선 후폭풍으로 낙선한 정치인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입장 바꿔 한 판 더!

‘명박돌이’에게 자리를 내 줬던 이들의 반격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게 정가의 전언이다. 이전부터 다져 놓았던 지지 기반에 낙마 이후에도 지역구를 누비며 발품을 파는 등 재기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롭게 지역구를 차지한 이들도 지난 3년간 중진 혹은 거물급 정치인으로 거듭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격전이 예상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정치 1번지’ 종로가 첫 손에 꼽히는 승부처로 주목받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박진 한나라당 의원의 일전이 예고된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총선에서는 박 의원이 깃발을 꽂았지만 손 대표가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데다 강원도 칩거 중에도 서울을 찾을 때마다 지역구에 들르는 등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손 대표가 다른 지역구 재보선에 출마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원외대표라 국회 현장 밖에서 활동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종로를 버리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악을도 흥미진진한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김희철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이곳은 지난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에는 이해찬 전 총리의 지역구였다. 때문에 이 전 총리의 정계 복귀 시 출마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19대 총선 출마 지역구로 정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 총선에서 ‘거물과 신인의 승부’로 주목받았던 도봉갑에서는 김근태 민주당 고문과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의 승부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 이들의 승부가 재야 출신 정치인과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의 것으로 그려졌다면 이번에는 이동관 청와대 언론특보까지 더해 승부의 긴장감을 높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이었던 이 특보가 출사표를 던진 곳이 이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19대 총선과 관련, 현 정부의 실세로 급부상한 이 특보가 다시 한 번 “명분 있는 도전을 하기로 했다”며 출사표를 던질지 지켜볼 일이다.

성동갑은 앞서 소개한 지역구와는 사뭇 다른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 총선 친노 386으로 활약했던 최재천 의원이 17대 비례대표로 첫 국회의원 금배지를 단 진수희 의원과 격전을 벌인 곳으로, 진 의원의 승리로 끝난 총선 이후 진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는 등 새로운 거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 일산동구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의 출마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기소 후 반 년 동안 5차례 준비기일과 6차례 공판을 진행하면서 핵심 증인들의 신문을 마무리하고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재판을 거론하며 “재판 중에도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면서 “무죄를 강조하며 다시 한 번 정치 일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남 사천에서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178표차로 낙선한 이방호 전 사무총장의 도전에 눈길이 쏠린다. 이 전 총장은 최근 3년여 만에 대통령 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정계 복귀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경남 사천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는 등 지역구에서 눈을 떼지 않은 탓에 그의 19대 총선 출마에 의구심을 품는 이는 드물다.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는 지난 총선에서 패한 후 청와대로 들어가 이명박 대통령의 오른팔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부산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은 확고하다”고 말하는 등 지난 총선 때 고배를 마신 부산 수영구 재출마 의지를 내비쳐 여의도로의 복귀를 바라고 있는 모양새다. 

지역구 활동도 활발하다. 그는 청와대 정무수석에서 물러났다 사회특보로 복귀하기까지 지역구 활동에 매진했다. 자신이 재직했던 동아대 동북아국제전문대학원에서 ‘세계화와 동아시아’란 과목을 맡아 강의했으며, 한국해양대에 강사로 초빙돼 대학생들을 상대로 ‘21세기 세계의 변화와 한국’이란 주제의 강연을 하기도 했다.

내 지역구는 어디?

또한 자신의 지역구인 수영구의 ‘곰솔산악회’의 지리산 산행에 동반했다. ‘곰솔산악회’는 유흥수 전 의원이 주도한 산악회로 박 특보가 17대 국회의원이 되며 이어받아 산악회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당시 산행에는 13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 세를 과시했다.

지난 총선에서 낙천한 후 현재 주일대사를 맡고 있는 권철현 전 의원이 복귀를 노린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도 19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지역구는 아직 ‘물색 중’이다. 17대 국회 당시 지역구였던 고양 덕양갑은 “고양 덕양갑 유권자의 한 명으로 심상정 전 대표가 당선되기를 바란다”며 출마 지역구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총선에서 노렸던 대구 수성을이나 수도권 격전지 등 여러 곳에서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이 ‘돌아온 거물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총선 미리보기’뿐 아니라 대선에서의 ‘역할론’을 의식한 탓이기도 하다. 정가 한 인사는 “총선 출마 명단에 오른 이 중 거물로 꼽히는 이들은 대부분 몇 번의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산전수전은 물론 공중전까지 겪은 이들”이라며 “이렇게 굳어진 단단한 정치력은 대선주자들의 대권 경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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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