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벼랑 끝 전술 막전막후

앞면엔 ‘통 큰 정치’ 뒷면엔 ‘배수의 진’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통 큰 정치’를 꺼내 들었다. 4·27 재보선과 관련, 야권 단일화를 위해 ‘통 큰 양보’를 하겠다고 나선 것. 심지어 순천 재보선에서는 무공천 의사를 밝혀 정가 안팎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야권 연대와 희망대장정으로 민심을 향한 잰걸음을 하고 있는 손 대표. 그러나 정가 일각에서는 그의 결단이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재보선이 가지는 의미와 지난 지방 선거,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총선, 대선까지 큰 그림을 보면 ‘필연적 선택’인 동시에, 그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벼랑 끝 전술’이라는 주장이다. 

4·27 재보선 앞두고 야권 단일화 위해 ‘통 큰 양보’
당내 반발에도 흉흉한 재보선 전망 속 ‘순천 무공천’

4·27 재보선이 성큼 다가오면서 여야가 선거 전략을 가다듬는 데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선거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는 반면 당초 계획했던 ‘필승 전략’은 하나 둘 흔들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승부수 띄운 손학규
통 크게 정치판 흔든다

김해을 재보선에서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카드를 잃은 손 대표의 선택은 야권 단일화였다. 야권 연대를 위해 민주당이 양보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그러나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통 큰 선택이었다.

손 대표는 지난달 20일 저녁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이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통 큰 양보를 하겠다. 순천은 당연히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그의 최측근인 차영 대변인을 통해 전해졌다.

민주당 대변인실은 그러나 이날 밤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통 큰 양보’ 발언은 특정 지역과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손 대표는 그러나 다음 날인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한 번 순천 무공천 방침을 확인시켰다. 그는 “(재보선) 결과만큼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자세와 후보 단일화”라며 “민주당은 오늘의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내일의 희망을 보고 큰 걸음으로 나갈 것이다. 더 큰 민주당, 더 큰 진보의 길로 나갈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정도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 야권 단일화를 위해 민주당이 외쳤던 ‘기득권 포기’와는 강도가 달랐다. 재보선, 지방 선거 등에서 민주당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연대’로 야권 정당들이 ‘야권 연대는 허울 좋은 것일 뿐 민주당의 들러리를 선 것’이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낸 데 대해 야권 연대의 칼자루를 건네는 것으로 답한 것이었다.
순천은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데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두터운 호남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민주당이 ‘무공천’을 하겠다는 것은 야권 단일화를 했을 때 야당들에게 ‘잘 차려진 밥상’을 건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야권 단일화를 위해 ‘기득권 포기’를 외쳤던 민주당이지만 목소리의 크기만큼 결과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상쇄시킬 패를 꺼내든 것이다.
정가 한 인사는 “현 정권 출범 후 각종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가 승리의 열쇠가 돼 왔다. 민주당은 야권 정당들과 시민사회 진영을 야권 연대의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기득권 포기를 외쳤지만 정말 기득권을 포기했냐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야당이 연대를 하면서 파이가 커졌고 소수 정당들도 그들이 가지지 못할 지역과 표를 얻게 됐다고 하지만 압도적인 정당의 크기 차 등으로 야권연대의 중심축이 민주당을 향해 돌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강조하면서 후보 단일화의 무게 중심도 민주당으로 기울었다”고 했다.

이번 재보선은 야권 연대의 역량을 확인해 보는 자리인 동시에 야권 연대를 대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야권에 확인시키는 기회이기도 하다. 즉, 야권 연대와 관련한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이 되는 셈이다. 

지방 선거 뒷마무리
총선 위한 ‘기회비용’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재보선은 야권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야권 연대의 중요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총선을 향한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소수 정당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손 대표도 이 점을 깊게 인식하고 있다. 그는 순천 무공천 의사를 밝히며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총선 승리, 정권 교체의 의지를 보일 것”이라며 “재보선의 결과만큼 중요한 것은 재보선을 치르는 민주당의 자세와 후보 단일화의 과정일 것”이라고 야권 후보 단일화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어떤 지역을 어느 당에 양보할지 특별히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필요하다면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이고 주도적이고 책임있게 나서서 4·27 재보선에 연대 연합이 반드시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손 대표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러나 손 대표의 ‘통 큰 정치’가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호남권 의원들과 순천 출마를 준비해 온 이들의 반발이 만만찮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주선 최고위원이 “적어도 민주당이 야권의 승리를 내년 대선까지 이어가기 위해 통 크고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양보도 원칙과 기준에 입각한 양보를 해야지 떼쓴다고 달래기 위해서 양보하고, 여론이 큰 정당이기 때문에 떼어 주라고 해서 떼어 준다면 그것이 국민의 뜻에 맞고 유권자의 권리에 충실한 야권 연대의 방식인지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순천 출마를 준비해 온 이들도 “공천 양보는 순천 지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것은 물론이고 야권 전체의 시너지효과를 내자는 연대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논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호남권 의원 들썩
역풍으로 불어올까

이들 중 일부는 무소속 출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전언이다.
박준영 전남지사도 지난달 22일 전남도청 기자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이 4·27 순천 재보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이른바 ‘순천 무공천’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반대한다”고 밝히며 손 대표에게 반기를 들었다.

박 지사는 “정당의 존립 근거는 당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고, 선거는 이를 추구하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정당 정치를 위해서는 정당 나름대로 가치를 가지고 경쟁하다 필요하면 (야권 연대나 DJP처럼) 연합할 수도 있지만, 대선에서의 연합과 이번 사안은 다르다. 지역민, 지역 국회의원, 도의원 대부분이 반대하는 일을 굳이 할 필요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6월 지방 선거 설거지냐 vs 총선·대선 노림수냐
손학규 대권 전략 중대 고비 넘길 벼랑 끝 전술?

그는 “당 지도부에 대한 반박은 아니”라며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지역민과 정치권의 뜻에 어긋난 무공천은 자칫 반발성 탈당과 항명에 따른 징계 등을 불러올 수 있어 결국 당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손 대표가 결단을 내리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정치 전문가는 “이번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전망은 매우 어둡다. 3곳의 국회의원 선거와 강원도지사 선거 1곳 중 3곳이 민주당의 자리였던 만큼 ‘잘해 봐야 본전’이다. 강원도는 이광재 전 지사의 당선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세가 강한 곳으로 평가받아 왔고 경기 분당을 또한 한나라당의 세가 강하다. 김해을은 한나라당의 텃밭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가까이에 있는 곳이고 순천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이 중 민주당이 승리를 자신하는 곳은 순천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 단일화를 위해 야당에 양보를 한다고 했을 때 가장 좋은 곳이 순천과 김해을”이라면서 “양보한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의 세가 강한 곳을 양보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라’고 등을 떠미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1년여 후면 총선”이라며 “야권 정당들의 차기 총선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다만 “민주당은 김해을 재보선과 관련, 히든카드를 잃었다. 이 상황에서 국민참여당이 김해을 양보를 바란다면 승산이 있는 승부처 2곳을 내주는 것이 돼 출혈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순천 무공천’ 등 ‘통 큰 정치’가 손 대표의 차기 대권전략 중 한 부분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손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4월 재보선 이후 연말이 되기 전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경우 양보와 희생을 통해 총선 승리를 위한 ‘판’을 짜 뒀다는, 야권 연대·야권 통합의 밀알이 됐다는 부분이 ‘잘해야 본전’인 4월 재보선의 결과보다 그의 ‘치적’에 어울린다는 것이다.

당장의 상황만을 본다면 4월 재보선에서의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졌다. 일부 지역을 야권에 넘기면서 힘든 싸움이 예상되지만 물러설 수 없는 곳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진 것. 

 그렇게 선택된 곳이 강원도지사 선거다. 손 대표는 지난 16일 강원도 평창을 찾아 최고위원회·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 특위 연석회의를 진행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대권 큰 그림 완성?

그는 이 자리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그간 많은 노력해 오고 구체적 노력을 실천하던 이광재 지사가 안타깝게 그 직을 내놓게 되어 동계 올림픽 유치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전 지사의 빈 자리가 너무 크지만 민주당이 뜻을 모아, 힘을 모아 그 자리를 채우고 반드시 동계 올림픽 유치의 꿈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그러나 손 대표의 승부수에 대해 “4·27 재보선의 향배와 그 후폭풍이 어디서 어떻게 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며 “손 대표가 쏜 화살이 다시 그에게 되돌아 올지도 모를 일”이라고 사태의 추이에 시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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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