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호령했던 거물들 “나 아직 죽지 않았어”

부활 날개 펴는 ‘황혼의 정치’

 차기 총선·대선 앞두고 정치시계 되돌리는 이들
“정계 은퇴했다” 선 긋거나 은근슬쩍 정년 연장

정가를 호령했던 늙은 호랑이들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겪은 후 여의도에 발길을 끊거나 차츰 뒤안길로 발걸음을 옮기나 싶었던 이들이 정치 시계를 되돌리고 있다.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도 정치 생명을 이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들의 정치 나이는 이미 황혼에 와 있지만 재기의 움직임에는 활기만이 느껴질 뿐이다.

정가 한편에서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리는 이들이 있다. 4월 재보선,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가 노정객들의 이름이 조심스럽게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가에 쟁쟁한 정치 경력을 가진 정객들의 복귀 가능성이 전해졌다. 4·27 강원도지사 재보선에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급부상하더니 역사상 가장 센 여당 사무총장으로 불렸던 ‘강총’ 강삼재 전 신한국당 사무총장의 정계 복귀설이 여의도를 진동시킨 것.

다시 들리는 ‘올드보이 송’

그러나 그들은 정계 복귀설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전 총리는 일부 언론을 통해 “국가 발전과 국익을 위해 국내 정치나 행정을 떠나 UN 등 국제 무대에서 할 일이 많다”며 “이젠 젊은 후배들이 할 때”라고 해 도지사 출마설을 일축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강 전 사무총장도 마찬가지다. 2009년 7월부터 재직해왔던 대경대 총장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지며 그의 거취에 시선이 모아졌지만, 강 전 총장은 “거취를 심사숙고 중”이라면서도 “지금 정치에 복귀할 생각은 없다”고 거리를 뒀다.

이어 지난달 11일 총장 사임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대경대 총장을 사임한 후에도 교육 현장을 지키고 싶다”며 “다음 학기에 수도권 대학교에 출강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는 근황을 전했다.

이처럼 이왕 뗀 걸음, 다시 정치로 고개를 시선을 돌리지 않고 나아가는 이들이 있는 반면, ‘올드보이’라는 지적에도 정계 복귀 의사를 전하는 이들도 있다. 정계 복귀를 시도하고 있는 한 정치인은 ‘올드보이’라는 지적에 “난 올드보이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재보선을 통해 정계 복귀를 한 이들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치에 대한 미련은 현역으로 활동하는 있는 정치인이라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18대 국회 최다선 의원인 7선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의 뒤를 따르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19대 총선 출마자 명단에 오르내리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이 경우다. 박 의장은 지난 1월25일 차기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분간 그 문제는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지역구 출마는 아직까지 1년도 더 남은 일”이라며 “지금 내가 단정적으로 말하면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연말은 돼야…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정가 인사들에게는 사실상 총선 출마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국회의장을 마친 뒤에는 정계 은퇴 수순을 밟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정치 활동도 최근 정가 호사가들의 입에 올랐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장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3년 만에 국가의 기본을 5공, 유신 시절로 후퇴시켰다”며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 ‘형님’을 정계 은퇴시켜야 한다”고 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

박 원내대표는 “국민이 피땀 흘려 이룩한 민주주의, 서민 경제, 남북 관계, 국가 재정은 위기에 빠져 있다. 언론 자유의 후퇴와 국가인권위원회의 퇴행은 용납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서 “이런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그동안 영일대군, 만사형통으로 불리며 국정의 곳곳에서 대부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누구였나”라고 이 의원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에게 ‘형님을 정계 은퇴 시켜 줄 것’을, 이 의원을 향해서는 “대통령과 나라의 성공을 위해 스스로 용퇴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자신에 대한 정계 은퇴 주문에 “어이가 없고, 이걸 자꾸 대꾸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19대 총선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이 의원도 자연스레 정계 은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이 의원이 현 정부 출범 후 ‘동생은 동생, 나는 나’라고 강조해 왔던 만큼 계속 정치 활동을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그동안 19대 총선에 대한 의지를 은연중 드러내 오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자신의 19대 총선 불출마 주장과 관련, “출마 여부는 지역구 주민들의 뜻에 달린 것인 만큼 지역민들이 그만하라면 그만할 거지만, 그들(일부 소장파 의원)이 그만두라고 떼쓰고 압력 넣는다고 그만두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이어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민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차기 총선 출마 의지를 내비쳐 7선 출마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치권은 “이 의원은 ‘형님 예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역구에 많은 관심을 쏟았고, 차기 총선이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치러지는 만큼 출마 가능성이 상당하지 않겠냐”면서도 “이 의원이 총선에 출마할 경우 그의 ‘총선 불출마’ 여부를 놓고 18대 총선에서와 같이 일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는 못 끊어!

한편,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행보도 차기 총선과 관련이 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통해 박근혜 전 대표를 압박하려 한다는 지적과 함께 ‘현실 정치’에 대한 영향력을 살려 19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정치 행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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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