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한나라당 원내대변인 정옥임 의원

북에 ‘직접 사과’ 요청해야 MB정부다운 태도

군에 대한 변화 주문보다 사기 높여줘야
정직한 복지는 지속가능한 맞춤형 복지

“드라마를 보면 실제 성격과 관계없이 좋은 역할을 맡은 사람은 좋아 보이고 나쁜 역할을 맡은 사람은 나쁘게 보이잖아요? 저도 원내대변인을 맡으면서 당이 잘하면 좋게 잘 봐주시는데, 당이 제대로 못하면 저에게 더 큰 질책이 돌아오는 것 같아요. 서운하다기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야단 안 맞으려면 정치 올바르게 잘해야죠.”

‘똑소리 나는 정치인’ ‘꼼수 없는 솔직 당당한 정치인’이라는 수식어에 꼭 들어맞는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을 지난달 23일 의원회관에서 만나봤다. 의원실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어항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원내대변인이라는 치열한 정치 현장의 최전선에서도 ‘동물애(zoophilism)’를 잃지 않은 정 의원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남북 관계가 많이 꼬여 있는데.
▲ 지금은 우리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풀 수 있는 상황이라기보다, 결국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곪은 것이 터지는 급변 사태가 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개진될 때 우리가 얼마나 신속하고 기민하며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예컨대 김정일 건강 상태의 급변을 가정해 사전에 그에 대한 치밀한 준비를 하고, 북의 다방면 대화 공세 속에서도 도발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북의 여러 가지 도발에 대해 사과가 전제되지 않는 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은 잘못됐다. 대화를 통해 북에 사과하라고 직접 촉구하는 것이 MB정부다운 태도다.

- 현재 우리 군은 잘 하고 있다고 보나.
▲ 최근 군이 국가 방어를 위해 ‘싸우는 군대’가 아닌 ‘행정 관료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인간 안보나 해적 등 21세기형 새로운 안보에 우리 군의 역량이 발휘된 측면이 있지만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개혁’도 필요하다. 그러나 군의 변화에 대한 주문도 중요하지만, 군의 사기를 증강시키는 문제도 중요하다.

- 상임위가 정무위인데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 어렵진 않은가.
▲ 내가 외교·통일 전문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국가 경제의 핵심인 금융 정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국가 전략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 그 동안의 정무위 활동은 서민 금융 지원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개선해 나가는 데 주안점을 뒀다. 특히 미소 금융을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확대할 수 있도록 여러 조처를 추진했다. 국민 실생활과 관련된 자동차 보험, 아파트 분양 거래 계약서 약관 실태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서민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노력했다.


- 한나라당 지금 잘하고 있다고 보는지.
▲ 지금 구제역, 전·월세, 물가 급등 등의 문제로 한나라당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극복한 나라로 알려졌지만, 국민의 피부에 맞닿은 서민 경제 분야는 결과로 보여주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참으로 갑갑하고 송구스럽다.

- 개헌에 대한 생각은.
▲ 1987년 개정된 대통령 5년 단임제 헌법으로 많은 정치적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다고 본다. 기본권 측면에서도 일정 부분 헌법을 수정해야 된다는 점은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다만 물가나 민생 현안이 시급해 아직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헌법상 부족한 부분을 수시로 고쳐 나가며 시대에 맞게 바로잡아 나가고 있다. 개헌은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21세기에 맞게 정치적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 정옥임 하면 ‘똑소리’를 떠올리던데.
▲ 어떤 분들 중에는 정똑임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다. 과분한 칭찬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인간적인 여유와 사람 향기 나는 따뜻한 정치인이 돼야겠다는 마음을 늘 품고 있다.

- 기억에 남는 의정 활동이 있다면.
▲ 작년 어버이날 독도 경비대원들의 부모님을 모시고 독도에 갔다. 김밥과 카네이션을 싸들고 독도 경비대원들과 그들 부모님의 상봉을 주선했다. 독도 경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정이 있어 부모님께서 못 오신 대원의 1일 엄마가 돼줬다. 그 경비원은 다른 전우들의 상봉 모습을 지켜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자식 키우는 엄마로서 애틋한 마음이 듦과 동시에 대한의 아들이 참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올해도 기획하고 있다.

- 정계 입문 전 대학 강단에 섰는데 ‘정옥임 교수’는 어땠나.
▲ 학교(아산)가 집(서울)과 많이 떨어졌다. 월요일에 출근해 화요일 수업 마치고 귀가하는 1박2일 스케줄이었다. 덕분에 월요일 저녁에는 학생들에게 ‘왜 젊을 때 노력해야 되는지’ 등에 대해 ‘보충 수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일종의 야학인데 학생을 가르치는 스승으로서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늦은 시간까지 열정을 갖고 가르쳤던 기억이 난다. 강의를 통해 오히려 내가 배우고 느낀 바가 많았다.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강단에서 가르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 미국에서도 강의를 했는데 한국 수업 분위기와 많이 다른가.
▲ 미국에선 영어로 가르쳤는데 한 학생의 질문을 제대로 못 들은 적이 있었다. 악센트가 엄청 강한 흑인 학생이었다. 선생 체면에 차마 못 알아들었다고 말하기 힘들어, 이 학생의 질문에 대답할 사람이 있는지를 되물은 기억이 있다. 미국은 강의 자체가 토론 수업이다 보니 학생들의 활발한 토론이 전개됐다. 결국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고 흑인 학생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줬다. 그 후 한국에 와 보니 한국은 여전히 주입식의 일방적 교육이 주를 이뤘다. 소통 부족을 느낀다.

- 바쁜 엄마라 딸들이 서운해 하지 않나.
▲ 딸이 셋이다. 큰 딸과 쌍둥이 동생들이다. 셋 다 대학을 졸업했다. 평일에 자주 못 보기 때문에 주말에는 어떤 식으로든 이벤트를 만들어 보려 노력한다. 엄마가 국회의원이라서가 아니라 뭐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딸들에게 나름의 교훈을 전하려 한다. 아줌마 정치인이 열심히 자기 일 하면서 지식과 노력을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 그 자체에 딸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다.

·1960년생
·고려대 정치외교학 박사
·미국 스탠포드대 객원연구원
·미국 후버연구소·브루킹스연구소  연구위원
·선문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제18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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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