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멈춘 자이로드롭> 롯데월드 사고일지

놀이기구 탔다 세상 하직할 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롯데월드의 간판 놀이기구인 자이로드롭이 멈추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이후 롯데월드 측이 기계 결함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롯데월드 자이로드롭은 이미 고장 사례가 두 번이나 있어 사람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이번 일이 논란이 되자 여태까지 있었던 롯데월드의 놀이기구 고장 사례들이 하나둘씩 수면위로 떠올랐다.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장소가 됐던 롯데월드. 아찔했던 사고 사례에 대해 알아본다.

언제서부터인지 네티즌들은 롯데월드를 ‘데스월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안전 문제로 인한 사망 및 부상사고의 발생빈도가 다른 놀이공원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롯데월드 사고’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수많은 자료가 쏟아져 나올 정도로 롯데월드는 개장 이래 20년동안 다양한 안전사고들이 발생했다.

잠실 데스월드?

2000년대 초중반에는 심각한 안전사고들이 발생, 롯데월드의 이미지 악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결국 롯데월드는 2007년 초 시설 전면 보수를 위해 6개월 전면 휴장이라는 극단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당시 롯데월드 관계자는 “안정성을 보다 강화했다. 독일의 종합안정 승인기관인 TUV를 통해 놀이시설 운행관련 1000여 안전항목을 테스트받았다”고 했다.

테스트에 소요된 예산만 650억원, 10만명 이상의 인력이 투입됐다. 재개장한 후로는 예전과 같은 안전문제로 인한 사망 및 부상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설 고장으로 인한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이용객들의 불안을 사고 있다.

1992년 8월16일에는 롯데월드를 관람하던 조선족 이모(39)씨가 롤러코스터 후렌치 레볼루션의 540도 뱅킹 수평회전 구간 근처에서 사람 허리춤 높이의 안전펜스를 넘어서 트랙구간에 무단출입해 레일 위로 목을 내밀고 사진촬영을 하려다 시속 80km로 달리는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후 사고 지점의 안전펜스는 사람 키 높이만큼 높아졌다.


1995년 3월23일에는 민속관 저잣거리 부근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롯데월드 방재실에서 1분 만에 상황을 파악했음에도 사고를 숨기려는 목적으로 신고하지 않다가 30분 정도 지나서야 신고하는 바람에 소방서 출동이 늦어졌다.

스프링쿨러도 작동 기준 온도 미달로 가동되지 않아 초기 진화에도 실패했다. 화재 발생 8시간 뒤 민속관 내부 시설이 잿더미로 변하고 나서야 진압이 됐다.

1999년 4월16일 롯데월드를 방문한 모 여고 2학년 박모(17)양이 '신밧드의 모험' 탑승 중 스릴을 느끼고 싶다며 자리서 일어났다가 천장에 얼굴을 강타당하고 추락한 사고가 있었다. 박양은 이 사고로 얼굴 등에 64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었다. 실제 신밧드의 모험 차량에는 안전바 장치가 없었다.

그래서 운행 중에도 탑승자가 일어서는 것이 가능했다. 특히 이 당시에 신밧드의 모험을 서서 타는 게 청소년들 사이에서 무용담 같이 퍼졌었다. 이후 신밧드의 모험의 탑승 차량에는 절대 일어서지 말라는 문구가 부착됐다.

그런데 이 부상 사고가 당시에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이상하게 퍼지면서 어느 여성이 남자친구와 자이로드롭에 탑승했다가 바람에 흩날리던 긴 생머리가 타워 꼭대기에 고정된 기계에 끼인 채 하강하는 바람에 두피를 비롯, 얼굴 가죽이 모두 벗겨져 사망했다는 괴담으로 번졌다.

게다가 당시 사망자의 사진이라며 얼굴 가죽이 벗겨진 시신 사진이 함께 나도는 등 끔찍한 루머가 돌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이 괴담을 믿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당시 나돌던 시신 사진은 외국 고어 사이트에서 가져 온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괴담이 너무 심각하게 퍼졌던 탓에 당시 경찰은 언론을 통해 직접 사실을 조사 및 해명까지 했을 정도다.

60m 상공서 39명 벌벌…툭하면 고장
사고 발생빈도 다른 곳에 비해 높아


이용객이 아닌 직원들 사고도 있었다.

2003년 8월4일에는 아르바이트생 김모(19)군이 고장 난 혜성특급 동체를 견인하다가 레일에 끼어 사망한 사고가 있었고 2006년 3월6일에는 롯데월드 매직 아일랜드서 '아틀란티스' 놀이기구에 탑승한 롯데월드 안전과 직원 성모(28)씨가 맨 앞좌석에 앉아 있다가 시속 70km의 속도로 급하게 회전하는 구간에서 기구에 머리를 부딪힌 후 튕겨나가 12m 아래 석촌호수로 추락, 사고발생 25분뒤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으나 익사한 채 발견된 사고도 있었다.
 

특히 사고가 난 어트랙션인 아틀란티스는 지난 2004년 2월에 무면허 업체가 철골 및 구조물 시공을 한 것으로 드러나 관할구청인 송파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전력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특히 일반 이용객이 롯데월드에서 정식 운영 중인 어트랙션에 탑승했다가 시설 안전 문제로 인해 사망한 첫 사고사례로 롯데월드 역사상 최악의 안전사고로 기록될 정도였기에 후폭풍과 파급 효과는 그야말로 엄청났다.

롯데월드 측은 아틀란티스 사망 사고에 대한 대국민사과 차원에서 2006년 3월26일부터 31일까지 무료입장 및 이용 이벤트를 공식 선언했다.

무료입장 첫날인 26일에는 그야말로 전국의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꼭두새벽부터 몰려드는 바람에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인파가 출입구를 가득 메웠다. 이날 롯데월드 측은 질서 유지에 나섰으나 확성기를 통한 안전요원의 말이 잘못 전달돼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면서 7명이 넘어져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안전요원이 입장 대기 중인 관람객들에게 '앉으라'고 한 것을 뒤편에서는 이를 '이제 입장하라'는 뜻으로 오해해 일시에 성급하게 밀어붙이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사고가 난 장소가 워낙 넓은 곳이라서 음성안내 전달이 잘못 전해진 데다가 관람객들의 조급증이 겹쳐진 복합적인 이유였다.

이후 롯데월드 쪽으로 앞다퉈 접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곳곳서 바닥에 넘어지고 출입구 유리창이 깨져 골절 등 중경상을 입는 환자가 속출해 초등학생 등 35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입장객 통제를 했던 롯데월드 직원에 따르면 압사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고 한다. 사고 직후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의경 400여명을 배치, 질서 유지에 나서면서 비로소 사태가 수습됐고 오전 9시30분부터 입장이 시작됐다.

2006년 6월27일에는 최모(10)군이 다크라이드인 ‘환타지 드림’을 타던 도중 갑자기 4m 위 천장서 떨어진 가로 30cm, 세로 30cm 크기의 석고로 만든 캔디마감재에 머리를 맞아 상처를 입는 일도 있었다. 옆에 있던 13살된 최군의 형도 파편 조각에 얼굴을 다쳤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마감재 뒷면엔 드릴로 박은 못이 박혀 있어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이를 계기로 롯데월드 측에선 외부 기관에 안전 컨설팅을 의뢰했다. 그 결과 몇몇 구조물들에 붕괴 위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컨설팅 내용이 언론에 노출되어 여론의 질타를 받은 롯데월드는 2007년 1월8일 사장의 기자회견과 함께 전격적으로 보수공사에 들어가 6개월 후 재개장했다. 당시 롯데월드 측은 안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여론 때문에 휴장한다는 입장이어서 또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2010년 10월7일, 2015년 4월28일과 2016년 9월19일에 자이로드롭이 상공 60m 지점서 멈춰서는 사건이 벌어졌고 2011년 9월15일에는 ‘혜성특급’이 정전 사태로 인해 10분간 멈추는 사고, 2012년 2월12일 롤러코스터 ‘후렌치 레볼루션’이 출발 직후 멈춰서 탑승객 20여명이 비상 대피통로를 통해 긴급 대피했다.


어물쩍 넘어가

2월14일에는 어린이용 관람차의 문이 운행 중 열리는 사고, 8월1일에는 ‘풍선비행’ 기구가 수직 상승기의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승객들이 탑승한 풍선 부분이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현재까지도 롯데월드의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어 이용객들의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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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