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다시 즐기기 ②수원 화성

높고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산책하기 좋은 9월이다. 수원에서 요즘 가장 걷기 좋은 곳은 수원 화성이다. 성곽을 따라 이어진 길이 운치 있고, 옛 성벽과 도심의 빌딩이 어우러진 경치도 볼 만하다.

과학적이고 실용적으로 건축된 수원 화성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수원 화성은 우리나라 건축 역사에 독보적인 건축물로 꼽히며, ‘성곽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빼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계획도시

수원 화성은 정조의 지극한 효심이 탄생시킨 계획도시다. 영조의 명으로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무덤은 처음엔 일반인과 같이 ‘묘’에 불과했다. 정조는 즉위한 뒤 아버지 사도세자의 복권을 위해 묘를 묘에서 ‘원’으로 원에서 ‘능’으로 마침내 승격시켰다. 조선 땅에서 가장 좋은 자리로 알려진 융릉(사도세자의 능) 자리에는 수원부가 있어 많은 백성들이 살았다. 정조는 수원부와 마을을 통째로 옮길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 집을 짓고 이사할 비용까지 챙겨주었다고 한다. 이전한 곳에 성벽을 쌓은 것이 수원 화성이다.

수원 화성은 정조의 명을 받아 실학자 정약용이 설계하고, 채제공이 축성 책임을 맡았다. 1794년에 착공해 1796년에 완공했다. 둘레 약 5.7km, 성벽 높이 4~6m에 땅속 깊이 1m로 기초를 다졌다. 동서남북에 놓인 창룡문·화서문·팔달문·장안문과 군사를 지휘하는 서장대와 동장대, 5개 포루, 봉돈, 치(치성), 공심돈, 수문, 각루, 노대, 적대, 암문 등 성벽과 모든 건물을 불과 2년9개월(장마 등 공사를 못한 기간을 제하면 약 2년6개월)에 완공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수원 화성 여행의 첫걸음은 화성행궁에서 시작한다. 행궁을 둘러본 뒤 화성열차를 타고 동장대(연무대)로 이동한다. 행궁은 왕이 전란을 피해 잠시 머물거나 나들이할 때 묵는 임시 궁궐인데, 화성행궁은 화성을 정기적으로 방문한 정조를 위해 지은 궁궐이다.

한국전쟁으로 부서져… 완벽 복원
수원 화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수원 화성의 정문인 장안문은 4대문 중 북문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남문을 정문으로 삼는데, 정조가 한양에서 올 때 북문에 먼저 닿아 장안문이 정문이 되었다. 문 밖으로 항아리처럼 둥글게 옹성을 쌓아 견고함을 더했다. 장안문에서 서쪽으로 가면 화서문을 지나 팔달산 정상에 세운 서장대에 이르고, 동쪽으로 가면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을 지나 동문인 창룡문에 닿는다. 남문인 팔달문 밖에는 팔달문시장, 수원영동시장, 지동시장 등이 발달했다. 이 중 팔달문시장은 정조가 팔도의 장꾼을 불러들여 만든 시장이라 특별하다.

축성을 수월하게 도와주는 각종 기계를 발명한 점도 인상적이다. 정약용이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해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는 거중기, 녹로, 유형거 등을 발명해서 활용했다. 실학사상에 입각, 겉모양보다 실용적인 면에 치중한 부분도 눈에 띈다. 공격용 대포를 넣는 포루의 지붕이 말을 타거나 긴 창을 들고 갈 때 부딪힐 위험이 커, 성벽 안쪽의 지붕을 직선으로 마감한 것이 그 예다.

장안문은 크고 위엄이 있고, 화서문은 전쟁을 겪고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서 보물로 지정됐다. 방화수류정과 화홍문은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고 동장대 앞에서는 활쏘기 체험이 가능하다. 전쟁으로 부서지고 도시화로 훼손되기도 했지만, 수원 화성은 지금도 시민들이 일상에서 늘 함께하는 곳이다. 여름에는 저녁 산책하기가 좋고, 봄가을로 화창한 날에는 멋진 피크닉 장소가 된다.

한국전쟁으로 부서진 화성을 완벽하게 복원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받은 데는 <화성성역의궤>의 힘이 크다. 조선 시대에는 나라에 큰 행사가 있을 때 그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자세히 기록해서 의궤를 만들었다. 화성 축성 전 과정과 공사 일정, 공사 책임자, 각 건물에 대한 설명 등을 그림과 글로 남긴 종합 보고서가 <화성성역의궤>다.

화성행궁 정문인 신풍루 앞에서 매일(월요일 제외) 오전 11시에 무예24기 시범 공연이 펼쳐진다. 정조 시대에 완간된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24가지 무술을 무예24기라 한다. 공연 중에는 마상 무예를 제외한 도·검, 창·봉, 맨손 무술 등을 실감나게 선보인다.

4월~10월 일요일 오후 2시에는 장용영 수위 의식이 벌어진다. 정조가 창설한 장용영(국왕 호위 전담 부대) 군사들의 수위 의식과 훈련 모습을 되살렸다. 공연 중 정조와 혜경궁 홍씨로 분장한 배우가 객석을 돌며 일일이 악수하고 기념사진을 함께 찍어 관람객의 반응이 좋다.

과거 모습 재현

화성행궁과 창룡문 중간쯤 자리한 수원화성박물관은 화성의 우수성을 알리고, 축성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상설 전시를 하는 화성축성실과 화성문화실에서는 축성 과정과 도시의 발전, 축성에 참여한 인물, 8일간 이어진 정조의 행차, 장용영의 모습 등을 이해하기 쉽게 전시한다.

화성행궁 앞 너른 광장은 평소에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연을 날리는 등 자유롭게 이용하고, 10월에 열리는 수원화성문화제 기간에는 화려한 행사의 장으로 거듭난다.

광장 한쪽에는 2015년 10월에 개관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있다. 외관이 깔끔하고 현대적이며 내부로 들어가면 독특한 구조가 눈에 띈다. 현대산업개발에서 건물을 지어 수원시에 기부했다. ‘시대의 선각자, 나혜석을 만나다’ ‘PLAYART_게임으로 읽는 미술’ 등 흥미로운 전시가 자주 기획된다. 오는 10월16일까지 가상현실을 테마로 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가상현실’ 전시가 열린다.

월화원은 효원공원 서편에 조성한 중국식 전통 정원이다. 경기도와 광둥(廣東) 성이 우호 교류 발전 협약을 체결하고 상대 도시에 전통 정원을 짓기로 한 약속에 따라 호수를 파고 흙을 쌓아 산을 만들고, 중국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건물을 세웠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광둥성의 어느 정원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월화원을 짓기 전에 광저우(廣州)에 한국식 정원을 만들었는데, 담양 소쇄원을 모델로 했다.

월화원에서 나와 도로를 건너면 나혜석거리가 시작된다. 1896년 수원에서 태어난 나혜석은 일본 유학 시절 유화를 전공했다. 조선 여성으로 처음 유화 개인전을 열고, 시와 소설, 평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독립운동과 여권 신장에 힘썼지만 본인은 불행한 말년을 보냈다. 수원 중심가에 조성된 나혜석거리에는 그의 동상과 글, 조형물이 설치됐다. 낮보다 밤에 찾는 이가 많은 화려한 거리다.

 

=== 여행 정보 =======================================

당일 여행 코스
- 문화 유적 답사: 수원 화성→화성열차→화성행궁→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수원화성박물관→나혜석거리
- 명소 탐방 코스: 수원 화성→화성행궁→공방거리→수원영동시장→월화원→나혜석거리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화성행궁→화성열차→수원 화성→수원화성박물관→행궁동 벽화골목→수원통닭골목→방화수류정 야경
둘째 날: 수원화성홍보관→공방거리→팔달문시장→월화원→나혜석거리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수원시청 www.suwon.go.kr
- 수원문화재단 www.swcf.or.kr
-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http://sima.suwon.go.kr
- 수원화성박물관 http://hsmuseum.suwon.go.kr

○ 문의 전화
- 수원시청 관광과 031)228-2409
- 수원문화재단 031)290-3600
- 장안문관광안내소 031)251-4514
- 팔달문관광안내소 031)228-2765
- 서장대관광안내소 031)228-2764
- 연무대관광안내소 031)228-2763
- 화성행궁관광안내소 031)228-4480
- 창룡문관광안내소 031)228-4678
- 수원화성박물관 031)228-4242
-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031)228-3800

○ 대중교통 정보
[기차] 부산역-수원역, KTX 하루 4회(10:15~20:20) 운행, 약 2시간 5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광주-수원,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5~34회(06:00~23:00) 운행, 약 3시간 소요.
         *문의: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코버스 www.kobus.co.kr

○ 자가운전 정보
영동고속도로 동수원 IC→창룡대로→정조로→화성행궁 광장→화성행궁 주차장

○ 숙박 정보
- 수원호텔꼬모: 팔달구 효원로219번길, 031)233-8966, http://hotelcomo.co.kr (굿스테이)
- M스토리호텔: 팔달구 효원로291번길, 031)225-2347 (굿스테이)
- 호텔 테이트: 팔달구 권광로180번길, 031)222-6100, www.hoteltate.com (굿스테이)
- 테마모텔: 장안구 파장천로, 031)271-6927 (굿스테이)

○ 식당 정보
- 화춘옥: 수원갈비, 팔달구 창룡대로41번길, 031)223-2425
- 가보정: 한우양념갈비, 팔달구 장다리로, 1600-3883, http://kabojung.co.kr
- 본수원갈비: 갈비, 팔달구 중부대로223번길, 031)211-8434
- 진미통닭: 프라이드·양념통닭, 팔달구 정조로800번길, 031)255-3401

○ 축제와 행사 정보
- 수원화성문화제: 2016년 10월7~9일, 화성행궁 광장·수원천·연무대 일원, 031)290-3596, www.swcf.or.kr/?goPage=104

○ 주변 볼거리
수원광교박물관, 지도박물관, 수원월드컵경기장 축구박물관, 수원박물관, 수원팔색길, 팔달문시장, 수원영동시장, 지동시장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