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됐고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의원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열일곱 번째로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을 만나봤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어기구 의원은 정치의 중요성을 깨닫고 정치인의 꿈을 키워왔다. 20대 국회에서 오랜 꿈을 이룬 그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균형’이다. 양극화와 승자독식 사회를 경계한 그는 “나의 행복이 남의 불행이 돼서는 안 된다”며 모두가 잘 사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어 의원과의 일문일답.
-초선의원으로서 20대 국회에 임하는 각오는?
▲민생이 어려워 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늘 고민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서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복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스템, 국가 운영원리 일자리 문제들. 복지 일자리, 양극화 문제를 심도 있게 연구했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소하는 데 보탬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치에 입문한 계기가 궁금하다.
▲80년대 민주화바람이 불 당시 민주화운동에 깊숙이 개입했었다. 우리나라 군부독재를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에 총학생회장으로 충남의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그때 정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민주화운동을 마치고 더 큰 세상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배낭을 메고 유럽 유학길에 올랐다. 11년2개월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우리나라에 대학교수로 왔는데 조금은 어색하고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으로서의 꿈을 구체화했다.
-어 의원에 대한 당진시민들의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안다. 시급히 해결해야할 지역현안이 있다면.
▲먹거리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비단 당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당진에 가장 시급한 현안은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다. 현재 당진시는 산자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당진에는 12개의 화력발전소가 있는데 정부에선 2개를 추가로 지으려고 한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유해한 물질을 방출해 하늘과 땅을 오염시키고 온배수를 바다로 내보내 해양 생태계도 파괴한다. 게다가 편서풍으로 인해 수도권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더 이상 석탄이나 원자력에 기대지 말고 에너지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인데. 의정활동에 어려움은 없는가.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민생 실물경제를 다루는 위원회다. 중소기업, 산업정책 전반, 에너지정책 등 전부 실물경제와 맞물리는 문제들이다. 해당 분야는 일평생을 바쳐 연구하고 고민했던 것이라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초선이다 보니 상임위 운영전반에 대해서는 한 사이클(1년)이 지나야 알 것 같다.
-주요 공약으로 전기이용 부담금법 제정을 선보였다. 소개 부탁한다.
▲‘전기이용 부담금’은 ‘물이용 부담금’과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이용 부담금은 지난 1989년 팔당호의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자 정부가 한강특별종합대책을 발표해 기금을 조성한 것이다. 당진시는 매년 생산되는 총 전력량 중 95%가 외부로 반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진 시민이면 누구나 알듯이 전기 생산 과정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 등이 배출된다. 게다가 각종 전자파 공해, 시각적 공해로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물이용 부담금처럼 전기이용 부담금을 조성해 이러한 피해를 보상해야하는 것이다.
노사정 위원 출신…노동계 해법들 제시
유럽식 자본주의 주장 “선진복지 앞장”
-대통령 자문 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있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노사정위원회 위원으로 합류했다. 당시 노 대통령이 노사정위원회에 힘을 많이 실어주셨다. 사회소위와 경제소위를 맡아 사회복지 문제와 일자리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4년2개월 동안 다양한 현안들을 의제로 삼아 노사정이 나름대로 해법을 찾았다. 3개월에 한 번 꼴로 합의문이 나왔고, 그 합의문을 국회로 보내 다툼 없이 입법화한 기억이 있다.
-노동계 문제를 짚어준다면.
▲노동조합이 강해져야 한다. 우리나라를 보면 정부는 다양한 국책기관을 가지고 있다. 재계는 전경련, 상공회의소와 각 기업별 경제연구소를 바탕으로 각자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싱크탱크가 부재하다. 특히 민주노총은 연구 센터가 없고, 한노총은 박사가 3∼4명에 불과하다.
이 숫자로 정치·경제·사회를 연구해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는어렵다. 오스트리아와 독일 등 유럽의 선진국을 보면 정부와 기업에 대응할 강력한 연구센터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노사정의 힘의 균형이 맞춰지게 된다. 그들은 정부·자본에 대응해 우리나라처럼 노조가 길거리에서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을 통한다. 또한 합리적인 주장이기 때문에 들어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노조 비율이 낮다고 했는데.
▲유럽을 보면 스웨덴은 노조 비율이 70%에 달하고 오스트리아는 노동조합과 별개로 노동회의소에 필수적으로 가입하게 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체 노동자에 10%에 불과하고 그것도 대기업정규직 노동자에 한한다. 오스트리아는 노동시장에 들어가는 순간 자기 연봉의 0.5%를 노동회의소에 낸다. 모든 국민은 노동회의소를 통해 법적인 문제는 물론 직업훈련 등 노동 전반에 대한 보호를 받는다.
만약 이들이 파업 하게 되면 국가는 마비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입장에선 노동자들의 입장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노사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고용보험 액수가 수조원에 달한다. 이 중 일정 부분을 떼어 노동연구원을 만들면 노동자들의 권익이 향상될 것이다. 여기서 나온 양질의 페이퍼를 노사정에 가서 따지면 파업도 줄어들고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정부와 자본이 귀를 기울일 것이다.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국민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려고 한다. 다만 나의 행복이 남의 불행이 돼서는 안 된다. 사회가 양극화 되면서 승자독식사회가 됐다. 유럽을 보면 사회제도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가 확립됐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사회적 충격이 와도 휘청할 뿐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유럽식 자본주의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고 더불어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은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shs@ilyosisa.co.kr>
[어기구 의원은?]
▲당진 출생
▲빈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연구위원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제20대 국회 전반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
▲제20대 국회의원 (충남 당진시/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