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 통일 대박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불이행으로 가뜩이나 골머리를 앓고 있던 국무총리가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느닷없이 ‘통일 대박’을 들고 나서자 통일부 장관과 함께 청와대를 찾아 비서실장의 안내로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섰다.
“총리께서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시나요!”
“네….”
막상 대답을 기대했는데 엉뚱한 말이 이어지자 총리가 의미를 헤아리기라도 하듯 실장과 장관의 얼굴을 차례로 주시했다. 시선을 받은 두 사람이 그 시선을 회피하고는 깊은 속내를 시원하게 밝혀달라는 듯이 은근한 표정을 지으며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장관과 비서실장이야 정치인 출신이 아니지만 총리께서는 오랜 기간 정치에 종사하셨던 분 아닌가요?”
“하면 통일 대박을 정치 논리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정치 논리라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총리가 잠시 생각에 잠겨든다는 듯이 눈을 껌벅거리자 실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실장, 정치하는 인간들의 행태가 어떠한가요?”
“그야…말은 제대로 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을 살피면…”
“바로 그 말입니다. 겉으로는 국가와 국민 위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하지만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결국 제 욕심 채우기에만 오로지하는 게 정치인들입니다.”
실장이 더 이상 언급하지 못하자 총리가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순간 대통령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송구합니다, 각하. 물론 각하는 예외십니다.”
“당연하지요. 감히 각하를 어디 그런 정치꾼들에게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잠자코 대화를 듣고 있던 장관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 이야기는 그만 접고 넘어가지요. 그건 그렇고 장관, 우리가 통일하자고 하면 김정은이 어떻게 나올까요.”
“정확한 반응은 알 수 없으나…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이지 않겠습니까.”
“지금 북한의 김정은이 통일하자고 하면 정말 통일하겠다고 나설까요. 그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터인데. 그렇다고 대놓고 통일하지 않겠다고 할 수는 없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져들 거예요.”
“각하, 혹시 지난 1972년에 박정희 아니 대통령이신 아버님께서 김일성을 상대로 남북 공동성명을 채택하셨던 그 일을 염두에 두고 계신 건 아니십니까?”
“역시 통일부 장관답네요. 당시 아버지께서 김일성을 상대로 통일 놀이를 하셨지요. 그러나 통일이 본질은 아니었지요. 그저 통일이라는 거창한 놀이를 통해 권력 기반을 강화하시면서 산업화 완성에 몰두하셨지요.”
세 사람이 감탄의 미소를 머금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역시 국민들의 시선을 통일 프레임에 가두고 우리의 무능을 감추어야지요. 그러니 총리께서는 아무 말씀 마시고 통일을 밀어붙이세요.”
“역시 부전자전, 아니 청출어람이십니다.”
대통령의 이어지는 설명에 총리가 반색하자 장관과 실장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