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백만장자 둘러싼 의혹

인심 쓰는 척…그리고 뒤통수?

[일요시사 취재1박창민 기자 최근 자수성가한 청담동 백만장자 A씨에 대한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이 의혹들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A씨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 중인 피해자도 많다일각에서는 조만간 A씨가 철창행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이뿐만이 아니다실제로 A씨의 행적은 그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과도 겹친다과연 그는 불거진 의혹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A씨는 SNS 스타다그의 SNS의 팔로워 수는 96703(페이스북인스타그램 합한 수)에 달한다. A씨는 SNS에 자신이 소유한 슈퍼카와 호화로운 생활들을 사진 찍어 올리는 게 취미다그는 돈 꽤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힙합 가수 D에게 불우이웃이라고 말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이 발언으로 A씨는 사람들에게 수천억원대 자산가로 각인됐다.

수천억 자산가

그의 과거는 술집 웨이터 출신의 흙수저현재는 30세에 성공신화를 쓴 주인공이다. A씨는 성공을 갈망하는 96703명의 로망인 셈이다하지만 최근 A씨의 행적을 둘러싼 뒷말이 나오고 있다지금까지 쌓은 부가 누군가의 피눈물로 이루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A씨는 비상장사(장외 주식투자에 성공하면서 자수성가한 인물로 알려졌다그는 유사투자자문(돈을 받고 회원에게 증권 방송 또는 간행물 등 정보를 수신하며투자 자문을 하는 회사) M사를 운영하고 있다또 현재 증권 전문 방송에서 장외주식 전문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표면적으로 그는 장외 주식 투자를 잘해 대박을 친 투자가로 보인다하지만 그가 정말 투자를 잘해서 돈을 벌었을까

A씨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M사의 유료 회원만 최소 수천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피해자 진정서에 따르면 “A씨가 브로커와 결탁해 장외 주식을 싸게 사와 회원들에게 두 배 이상 비싸게 물량을 떠넘겼다며 “A씨가 주식 종목을 추천하면그의 동생 B씨가 운영하는 투자회사에서 그 주식을 회원들에게 팔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회원들과 거래하는 방식은 이랬다그는 자신이 장외주식의 달인이라며 크게 먹을 수 있는 회사를 발굴했다고 한다. A씨는 그 주식을 파는 투자회사를 소개해준다그 회사가 바로 A씨의 동생이 운영하는 C사다회원들은 A씨가 운영하는 M사로 연락해 매수 계약을 맺고 입금한다

실제로 A씨는 증권방송에서 여러분 대박 정보 하나 가져왔습니다. (중략매출 실적 등 빠지는 게 없는 회사가 바로 F사입니다라며 현재 장외 거래를 잘 안 하는 회사라 사기 힘든데 C사를 통해서만 살 수 있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당시 피해자들은 C사가 A씨의 동생이 운영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자수성가 청년 사업가 유명 
주식투자 피해 사례들 봇물

A씨는 공모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회원들에게 주식을 팔아넘긴 의혹을 받고 있다이 때문에 상장하자마자 3050%의 손실을 떠안은 사람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비상장사였던 파크시스템스는 공모가가 9000원이었다하지만 회원 D씨의 매수가는 16200원이었다. A씨는 공모가보다 거의 2배 가량 비싸게 주식을 판 것이다이 때문에 파크시스템스는 상장 첫날 시가가 1만원이었는데종가가 70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D씨의 주식은 오히려 반토막이 났다. (참고로 D씨는 A씨가 추천한 주식 80% 이상 매입한 회원으로 투자한 2억원 중 현재까지 1억원 손실을 봤다.) 

장외 주식을 거래하는 이유는 상장하면 흔히 말해 대박을 칠 수 있어서다주식이 언제 될지는 알 수 없다이 때문에 그에 따른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은 당연하다하지만 A씨를 통해 매수한 회원들은 오히려 상장만 하면 매번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유일하게 휴젤만 상장해서 반토막 나지 않았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일각에서는 A씨가 주가를 조작해 주식을 비싸게 팔았다는 말도 나온다복수의 애널리스트는 장외 주식은 비공식적이어서 부르는 게 값이다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얼마에 팔았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A씨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회원들에게 주식을 2배 이상 비싸게 팔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정보가 취약한 회원들에게 악재가 있는 장외 주식을 떠넘긴 의혹도 받고 있다그 장외 주식 중에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네이처리퍼블릭도 있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7월 주당 17만원으로 상장을 앞두고 있었다하지만 그해 10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원정 도박 혐의로 기소돼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비상장사가 상장하기 위해서는 오너의 도덕성이 중요하다정 대표가 유죄를 받으면서 사실상 그해 상장은 물 건너갔다

그런데도 A씨는 상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네이처리퍼블릭 주식을 회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흔히 말해 물타기(평균단가를 낮추기 위해 떨어진 주식을 추가로 매수하는 행위)를 유도한 것이다

또 다른 종목에서 손해를 본 일부 회원에게 현재 회사가치가 판단이 안되는 A씨가 운영하는 M사의 주식을 무상으로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믿었는데미스터리한 행적
12000명 회원 돈 어디로?’ 

여기서 끝이 아니다.  회원들이 매수한 주식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다시 말해 A씨가 회원들이 매수하겠다는 주식을 샀는지도 알 수 없다.

장외 주식 매매시 A씨는 회원들에게 주식보관확인증은 발급했지만그것보다 더 중요한 명의개서(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회사의 주주명부에 이름과 주소를 기재하는 것)는 발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주식을 샀는지 회원들은 알 길이 없다단지 회원들은 주주로서 법적 효력이 없는 주식보관확인증만 들고 있을 뿐이다그런데도 회원들은 왜 가만히 있을까그 이유는 여전히 그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그냥 믿었다고 말했다사기꾼들에게 당한 피해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피해자 대부분은 5060대 서민이 많았다현재까지 A씨의 회원수는 대략 12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A씨는 어떻게 부모님 뻘 되는 분들을 현혹했을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그를 증권방송에서 처음 봤다. A씨가 장외주식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혹했다고 한다이 때문에 한 피해자는 월 99만원이라는 회비를 내고 A씨의 방송을 들었다어떤 이는 평생회원으로 15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증권방송을 기반으로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SNS도 인지도 상승에 한몫했다그의 SNS는 집 자랑차 자랑방송국 인맥 자랑강연회 자랑 등으로 가득하다이런 인증이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이 부러움은 사람들에게 희망이었고곧 신뢰였다그의 SNS 팔로워 수가 이를 방증한다

A씨의 행적은 일본 희대의 사기꾼 요자와 츠바사와 오버랩된다츠바사 역시도 SNS에 돈 자랑하는 걸 좋아했다또 방송과 SNS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성공 스토리도 비슷하다. A씨는 과거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여러 차례 털어놨다츠바사 역시 가난한 환경에서 24개월 만에 1000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네이처 추천 왜?


역경을 딛고 일어선 A씨와 츠바사는 사람들의 동정과 존경을 받기 충분했다하지만 츠바사는 2014년 파산하면서 얼마 가지 못했다. A씨의 이런 생활은 과연 얼마나 갈까이런 의혹에 대해 M사를 통해 A씨의 입장을 들어보려고 했지만 특별한 답이 없었다. M사 관계자는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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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