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근 자수성가한 청담동 백만장자 A씨에 대한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이 의혹들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A씨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 중인 피해자도 많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A씨가 철창행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A씨의 행적은 그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과도 겹친다. 과연 그는 불거진 의혹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A씨는 SNS 스타다. 그의 SNS의 팔로워 수는 9만6703명(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합한 수)에 달한다. A씨는 SNS에 자신이 소유한 슈퍼카와 호화로운 생활들을 사진 찍어 올리는 게 취미다. 그는 돈 꽤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힙합 가수 D에게 “불우이웃”이라고 말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발언으로 A씨는 사람들에게 수천억원대 자산가로 각인됐다.
수천억 자산가
그의 과거는 술집 웨이터 출신의 흙수저. 현재는 30세에 성공신화를 쓴 주인공이다. A씨는 성공을 갈망하는 9만6703명의 로망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A씨의 행적을 둘러싼 뒷말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쌓은 부가 누군가의 피눈물로 이루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A씨는 비상장사(장외 주식) 투자에 성공하면서 자수성가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유사투자자문(돈을 받고 회원에게 증권 방송 또는 간행물 등 정보를 수신하며, 투자 자문을 하는 회사) M사를 운영하고 있다. 또 현재 증권 전문 방송에서 장외주식 전문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그는 장외 주식 투자를 잘해 ‘대박’을 친 투자가로 보인다. 하지만 그가 정말 투자를 잘해서 돈을 벌었을까.
A씨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M사의 유료 회원만 최소 수천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피해자 진정서에 따르면 “A씨가 브로커와 결탁해 장외 주식을 싸게 사와 회원들에게 두 배 이상 비싸게 물량을 떠넘겼다”며 “A씨가 주식 종목을 추천하면, 그의 동생 B씨가 운영하는 C 투자회사에서 그 주식을 회원들에게 팔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회원들과 거래하는 방식은 이랬다. 그는 자신이 ‘장외주식의 달인’이라며 크게 먹을 수 있는 회사를 발굴했다고 한다. A씨는 그 주식을 파는 투자회사를 소개해준다. 그 회사가 바로 A씨의 동생이 운영하는 C사다. 회원들은 A씨가 운영하는 M사로 연락해 매수 계약을 맺고 입금한다.
실제로 A씨는 증권방송에서 “여러분 대박 정보 하나 가져왔습니다. (중략) 매출 실적 등 빠지는 게 없는 회사가 바로 F사입니다”라며 “현재 장외 거래를 잘 안 하는 회사라 사기 힘든데 C사를 통해서만 살 수 있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C사가 A씨의 동생이 운영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자수성가 청년 사업가 유명
주식투자 피해 사례들 봇물
A씨는 공모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회원들에게 주식을 팔아넘긴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상장하자마자 30∼50%의 손실을 떠안은 사람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비상장사였던 파크시스템스는 공모가가 9000원이었다. 하지만 회원 D씨의 매수가는 1만6200원이었다. A씨는 공모가보다 거의 2배 가량 비싸게 주식을 판 것이다. 이 때문에 파크시스템스는 상장 첫날 시가가 1만원이었는데, 종가가 70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D씨의 주식은 오히려 반토막이 났다. (참고로 D씨는 A씨가 추천한 주식 80% 이상 매입한 회원으로 투자한 2억원 중 현재까지 1억원 손실을 봤다.)
장외 주식을 거래하는 이유는 상장하면 흔히 말해 ‘대박’을 칠 수 있어서다. 주식이 언제 될지는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그에 따른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A씨를 통해 매수한 회원들은 오히려 상장만 하면 매번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유일하게 휴젤만 상장해서 반토막 나지 않았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일각에서는 A씨가 주가를 조작해 주식을 비싸게 팔았다는 말도 나온다. 복수의 애널리스트는 “장외 주식은 비공식적이어서 부르는 게 값이다.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얼마에 팔았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A씨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회원들에게 주식을 2배 이상 비싸게 팔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정보가 취약한 회원들에게 악재가 있는 장외 주식을 떠넘긴 의혹도 받고 있다. 그 장외 주식 중에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네이처리퍼블릭도 있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7월 주당 17만원으로 상장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해 10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원정 도박 혐의로 기소돼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비상장사가 상장하기 위해서는 오너의 도덕성이 중요하다. 정 대표가 유죄를 받으면서 사실상 그해 상장은 물 건너갔다.
그런데도 A씨는 “상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네이처리퍼블릭 주식을 회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말해 물타기(평균단가를 낮추기 위해 떨어진 주식을 추가로 매수하는 행위)를 유도한 것이다.
또 다른 종목에서 손해를 본 일부 회원에게 현재 회사가치가 판단이 안되는 A씨가 운영하는 M사의 주식을 무상으로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믿었는데…미스터리한 행적
1만2000명 회원 돈 ‘어디로?’
여기서 끝이 아니다. 회원들이 매수한 주식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시 말해 A씨가 회원들이 매수하겠다는 주식을 샀는지도 알 수 없다.
장외 주식 매매시 A씨는 회원들에게 주식보관확인증은 발급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명의개서(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회사의 주주명부에 이름과 주소를 기재하는 것)는 발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주식을 샀는지 회원들은 알 길이 없다. 단지 회원들은 주주로서 법적 효력이 없는 주식보관확인증만 들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회원들은 왜 가만히 있을까. 그 이유는 여전히 그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그냥 믿었다”고 말했다. 사기꾼들에게 당한 피해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50∼60대 서민이 많았다. 현재까지 A씨의 회원수는 대략 1만2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A씨는 어떻게 부모님 뻘 되는 분들을 현혹했을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그를 증권방송에서 처음 봤다. A씨가 장외주식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혹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 피해자는 월 99만원이라는 회비를 내고 A씨의 방송을 들었다. 어떤 이는 평생회원으로 15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증권방송을 기반으로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SNS도 인지도 상승에 한몫했다. 그의 SNS는 집 자랑, 차 자랑, 방송국 인맥 자랑, 강연회 자랑 등으로 가득하다. 이런 ‘인증’이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 부러움은 사람들에게 희망이었고, 곧 신뢰였다. 그의 SNS 팔로워 수가 이를 방증한다.
A씨의 행적은 일본 희대의 사기꾼 요자와 츠바사와 오버랩된다. 츠바사 역시도 SNS에 돈 자랑하는 걸 좋아했다. 또 방송과 SNS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성공 스토리도 비슷하다. A씨는 과거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여러 차례 털어놨다. 츠바사 역시 가난한 환경에서 24개월 만에 1000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네이처 추천 왜?
역경을 딛고 일어선 A씨와 츠바사는 사람들의 동정과 존경을 받기 충분했다. 하지만 츠바사는 2014년 파산하면서 얼마 가지 못했다. A씨의 이런 생활은 과연 얼마나 갈까. 이런 의혹에 대해 M사를 통해 A씨의 입장을 들어보려고 했지만 특별한 답이 없었다. M사 관계자는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