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안철수 플랜B

또 철수…일단 피하고 보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승승장구하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위기에 봉착했다. 기존 정치와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며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정치권에서는 ‘철수 정치’라는 비아냥도 들려온다. 2선으로 물러난 그의 다음 계획은 과연 무엇일까?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달 29일, 선거 비용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지난 2월2일 국민의당 창당과 함께 당 공동대표로 선출된 지 149일 만이다.

국면탈출 위한
승부수 던졌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언론에 홍보 리베이트 관련 의혹이 보도된 지 20일 만의 일이다.

국민의당의 계파 수장이자, 최대주주인 안 전 대표는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번 사퇴는 지난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시절 7·30 재보선에서 패하자 “선거 결과는 대표들의 책임”이라며 물러난 데 이어 두 번째다. 그는 리베이트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초기대응 실패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사건 발생 초기 국민의당은 중앙선관위가 지난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박선숙, 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을 검찰에 고발하자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안 전 대표도 9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당 자체 조사를 신뢰했다. 하지만 추가 의혹이 보도되자 안 전 대표는 다음 날인 10일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객관적으로 확인하겠다”고 첫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후 4차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안 전 대표의 고정적 지지층으로 불리는 10%대 지지율이 흔들렸다.

상황은 지난달 27일 이후 급박하게 흘러갔다. 같은 날 리베이트 수수 의혹 혐의로 박선숙 의원이 검찰에 소환되고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다음날 안 전 대표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29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사퇴 의사를 피력했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만류했고 특히 국회부의장인 박주선 최고위원은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 지금 수습이 목적이지 현실도피를 해선 안 된다”며 “지금 안 대표가 책임져서 당이 수습이 되겠느냐”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이번 사태와 대표직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결국 천정배 공동대표와 함께 대표직에서 내려왔다. 국민의당은 안 전 대표 사퇴 이후 긴급 최고위 회의를 열고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고위와 협의한 뒤 의결 절차를 거쳐 비대위를 구성할 예정이다. 비대위가 구성되면 최고위는 해산된다. 일련의 사태를 두고 박 원내대표는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해 당헌·당규 이상의 정치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의원총회에서) 그분들이 스스로 참석 안 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임명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원내대표도 세 번째, 비대위원장도 세 번째”라며 “새로운 비대위원 그리고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김성식 정책위의장 등과 함께 튼튼한 원내 중심의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당대회를 위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도 흔들림 없이 일하도록 하겠다. 기강도 확실히 잡겠다. 신생 정당이기 때문에 3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 위기에 처한 당의 쇄신을 강조했다.

현실 도피?
지지율 반등


안 전 대표의 사퇴 결심 배경에는 그가 리베이트 사건 연루자 출당 등 강한 징계를 요구했음에도 의원총회에서 수용되지 않아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점이 거론된다. 또한 사퇴가 더욱 악화돼 결국 이반된 호남민심에 떠밀려 자리에서 내려오는 그림이 그려지면 향후 대권 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이 측근 비리로 확대될 경우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위기 때마다 등장한 ‘철수 정치’가 재현된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안 대표 측은 “어떤 대응책을 내놓아도 여론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 대표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며 “내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놓고 백의종군하겠다는 것이 어떻게 철수 정치냐”고 반문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의 사퇴를 두고 ‘리베이트 의혹’ 국면 탈출을 위한 승부수에 가깝다고 평하기도 한다. 앞서 국민의당은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해 당헌·당규대로 검찰이 기소하면 당원권을 정지키로 결정했지만 비상한 상황에 걸맞은 특단의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민의당이 사법적 판단에 앞서 선제적으로 정치적 책임을 짐으로써 국면 전환계기를 만든 것이다.
 

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이번 결정을 두고 “안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며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한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2일 창당대회 대표 수락 연설에서 온몸을 던져 정치 부패, 가짜 정치 등 우리 정치를 지배해 온 낡은 관행과 문화를 완전히 퇴출시키고 정치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 관계자는 “부패 문제를 외면한 채 새로운 정치를 실천할 수 없는 데다 선거 과정에서 일어난 것(리베이트 의혹)도 대표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의혹 확산…결국 사퇴 표명
안철수표 초강수…지지율 반등 효과

리베이트 사태로 줄곧 곤두박질쳤던 지지율은 안 전 대표 사퇴 이후 반등했다. 국민의당은 호남지역에서 더민주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도는 지난 조사 대비 0.8% 오른 16.3%로 집계돼 최근 한 달간 이어진 하락세를 극복했다.

리베이트 의혹에 여론의 뭇매를 맞을 시기에는 총선 직후 최저 지지율인 15.5%를 기록하기도 했다. 안 대표의 대권 지지율도 소폭 상승해 지난 조사때 보다 1.3% 오른 12.8%를 기록했다. 단순 지지율만 놓고 봤을 때 사퇴카드가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안 전 대표의 사퇴 이후의 행보는 대표직을 유지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대표는 사퇴의사를 밝힌 후 “평의원으로서 국민을 위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안 전 대표가 당분간 당 행사 참석 및 의정활동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사퇴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열린 당 정책역량강화워크숍에 참석해 “공부하는 국민의당을 만들기 위한 아주 중요한 전통이다. 그런 전통을 이어가자는 뜻에서 참석했다”고 말해 우려를 불식시켰다. 안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는 물러나지만 기존과 별반 다르지 않는 정치행보를 보임으로써 정책 정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정책역량강화워크숍은 지난 5∼6월에 걸쳐 제20대 국회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정책역량 강화, 정책정당으로서 당의 이미지 강화, 제20대 국회 핵심 정책의제 개발 및 추진 목적 등으로 진행됐다. 정쟁이 아닌 정책을 강조한 안 전 대표의 철학이 담긴 프로그램으로 알려진다.

손학규 러브콜
전화위복 계기

당초 국민의당은 리베이트 파문이 일기 전 국회부의장과 핵심 상임위 2개를 확보함으로써 들뜬 분위기를 숨기지 못했다. 더불어 ‘새판짜기’를 언급하며 야권정계개편의 핵으로 부상한 더민주 손학규 전 고문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사실상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 플랜에 돌입했었다.


그러나 국민의당 리베이트 파문이 지지층 민심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안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적기에 물러났기 때문에 대권행보에 박차를 가할 길을 닦았다고 평하기도 한다. ‘새정치’ 이미지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정치권의 예상과 달리 대표직을 던진 것은 기성 정치와의 차이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전 대표가 대권 행보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우선 안 전 대표가 ‘일하는 국회’와 교육혁명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상임위에서 이를 구현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겨냥해 대외활동을 서서히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번 선택이 홍보비 파동을 통해 남긴 부정적인 인식을 만회할지 단언할 수 없지만,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된 대응을 통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안 전 대표의 색깔과 일치된 목소리를 내놓았던 국민의당이 개헌론 등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등 불일치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속 손학규에 러브콜 “함께하자”
7∼8월 전국투어…대권행보 본격화

안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박 원내대표는 더민주 손학규 전 고문에 다시 한 번 러브콜을 보내면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강진 토굴에 계신 손 전 고문 같은 분들이 우리 당으로 들어와 활동도 하고 안 전 대표와 경쟁을 하는 구도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을 안 전 대표의 대선 러닝메이트로 만들어 대선 경선 흥행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총선 이후 수차례 손 전 고문에게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고 목포에서 만났다. 하지만 아직 손 전 고문은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더민주에는 문재인 전 대표라는 대주주가 있는 만큼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에 합류해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사퇴한 안 전 대표에 대해서는 “실질적 리더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치켜 세웠다. 이어 “안 전 대표가 당을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다”라며 “안 전 대표가 목표로 하던 대권가도를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 일을 할 때 아무래도 당의 조직을 이용해 활동할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당장 대표직에서 내려온 안 전 대표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과거 대표로서의 활동과 앞으로 평의원으로서의 목표는 행보는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부의 구성이나 당의 의사결정에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운 만큼 민심다지기 행보에 나선 다는 생각이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브리핑을 열고 “당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주축이 돼서 7∼8월 전국 투어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당의 얼굴로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를 꼽았다.

이번 투어는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으로 돌아선 민심을 돌려세우는 한편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당의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진행된다. 국민의당은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간담회를 열어 민심을 청취하고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민심 다지기
칩거는 ‘NO’

국민의당에서는 안 전 대표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나서서 홍보를 하면 당원 모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최근 진행되는 지역위원장 선정 등 조직 정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안 전 대표로선 손해 볼 게 없다”며 “당대표직을 유지했으면 수사에서 뭐가 나올 때마다 계속 욕을 먹었을 텐데 이제부턴 '할 일은 다 했다'고 할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학규 어디서 뭐하나?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이른 시일 내 정계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개막식에서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손 전 고문에게 “서울은 언제 올라오실 거냐”고 물었다. 이에 손 전 고문은 “이제 올라가야죠”라고 답했다. 2년여의 전남 강진 칩거생활을 접고 상경해 본격적으로 정계 복귀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꾸준히 당 안팎으로부터 정계복귀 요청을 받아왔지만 응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지난 4·13 총선 직전 김 대표로부터 총선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 받았지만 거부했다. 이후 ‘새판짜기’를 거론하면서 제56주년 ‘4·19혁명’ 기념식, 5월 말 방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오는 8월에는 ‘대한민국 대개조’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담은 저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손 전 고문의 최측근은 “정치는 생물인지라 하루하루가 바뀌긴 하지만, 손 전 고문의 정치복귀·재개 가능성이 상당히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훈>
 

<기사 속 기사> 정동영은 언제 등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사퇴로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경제적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위한 직접시공제 도입과 일자리정책 주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를 지낸 정 의원은 그 동안 여의도와 거리를 유지했다. 리베이트 파문에 뚜렷한입장을 밝히지도 않았다.

당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호남 의원들 일부는 벌써부터 ‘정동영 역할론’을 꺼내들고 있다. 정 의원의 역할론이 힘을 받는 이유는 과거 대권주자로써 가지는 정치력과 4·13 총선 리베이트 의혹에 자유로운 도덕성 때문이다. 특히 전북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 구도를 언급하면서 정 의원의 등장이 전북, 전남·광주의 지역갈등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북 정치권의 한 인사는 “당 이미지를 바꾸지 않고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담대한 진보와 공정한 분배라는 정 의원 정치철학이 지지율 회복의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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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