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굿바이 2010> ④연말 예약 밀리는 모텔·호텔에선 무슨 일이?

“모텔은 인테리어, 호텔은 서비스 본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특수 누리는 모텔·호텔 ‘인기짱’
 가족·친구·연인과 떠나는 파티여행 “올핸 어딜 갈까?”

최근 모텔과 호텔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 엄청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언제부턴가 모텔과 호텔에서 송년모임 등 파티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한 이유에서다. 과거 모텔은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변화의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더니 이용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밝고 유쾌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호텔보다 저렴한 비용에 호텔에 뒤지지 않는 실내 인테리어와 시설은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호텔은 모텔과 비교했을 때 가격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크리스마스나 연말 성수기에 인기있는 모텔 파티룸과 비교하면 그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호텔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부대 서비스는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밤 발걸음을 호텔로 돌리게 한다. <일요시사>는 모텔·호텔 정보 사이트 ‘야놀자 닷컴’ 양선조 팀장과 ‘호텔 아하’ 이재원 팀장을 통해 연말연시 이용객으로 북적이는 모텔·호텔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2010년 올 한 해, 일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우리 모두 참 열심히 살았다. 직장에 치이고, 사랑에 울고, 우정에 가슴 아파하면서 1년이라는 시간이 또 흘렀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해를 마무리 하고 2011년을 맞이하는 일만 남았다. 2010년 마지막 모임이 될 송년모임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지난해 친구들과 함께 모텔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정모(27·여)씨는 올해 송년모임 장소로 다시 한 번 모텔을 찾을 예정이다. 지난해 너무 좋은 추억을 만들기도 했지만 이후 예쁘고 시설 좋은 모텔을 보면 친구들과 다시 찾고 싶을 정도라고.

모텔 파티룸 여성들 북적
‘파자마 파티’ 인기만점

정씨는 “대학 졸업 이후 직장 때문에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져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한다”면서 “송년모임이나 신년모임은 꼭 함께 하는 편인데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고 올해 송년모임도 모텔에서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씨는 “11월 중순부터 문의했는데 원하는 방 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모텔 파티가 인기가 있기는 있는가 보다”고 덧붙였다.


모텔 정보 사이트 ‘야놀자 닷컴’ 숙박사업부 양선조 마케팅 팀장은 “4~5년 전 파티문화가 활성화 되면서 크리스마스나 연말 모임을 모텔에서 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양 팀장에 따르면 파티룸 콘셉트의 객실을 구비한 모텔은 3~4년 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매자들의 수요 증가와 함께 만족스러운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텔들이 생기면서 모텔에서의 파티가 그 어느 때보다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실제 파티를 할 수 있는 모텔 시설도 해가 거듭될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양 팀장은 “연말 ‘야놀자 닷컴’으로 걸려오는 회원들의 파티룸 문의 전화나, 제휴점의 파티룸 예약 현황을 보더라도 파티를 위해 모텔을 찾는 고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보통 연말 예약은 11월부터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12월 초부터는 예약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모텔의 경우 기본적으로 친구, 연인 등과 함께하는 소규모 파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극소수의 모텔을 제외하고는 공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대규모 파티가 이뤄지기 힘든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모텔에 파티룸이 등장한 것은 여성 고객층의 영향이 컸다. 연인들 간에 모텔을 찾을 때도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위생 상태나 인테리어에 더욱 신경쓰기 마련이고, 때문에 업주들 역시 예쁜 침대나 깨끗한 욕실 등 시설에 신경쓰는 여성의 기호에 맞춰야 한다고 판단한 것.

종로에 위치한 S모텔의 경우도 이 같은 케이스다. 처음엔 연말에 커플용 스위트를 이용하겠다는 여성들이 있어 종종 빌려주다가 문의가 많아지면서 아예 몇 개 객실을 개조해 파티 전용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여대생, 회사원 등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은 이제 크리스마스나 연말 뿐 아니라 평소에도 생일파티나 모임 등을 하기 위해 모텔을 찾고 있다.


여자 친구들끼리 모텔을 자주 이용한다는 최모(28·여)씨는 “친구들이 전국구로 활동하다 보니 얼굴을 자주 볼 수 없고, 만나더라도 모인 지역에 연고를 둔 친구가 없는 경우가 많아 모텔을 이용한다”면서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찜질방에 가서 피로를 풀어도 되지만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경우 술자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찜질방 이용은 무리가 있다. 또 가격부담이 적고 모두 편하게 누워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어 모텔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M업소의 경우 2008년 11월 파티룸을 개장한 뒤 매년 성수기가 되면 예약전화가 쏟아진다.

해당 모텔의 파티룸은 복층구조에 영화관람실, 노래방, 미니바, 미니수영장 등을 갖춰 웬만한 호텔방보다 화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고급 서비스 탓일까. M업소 이용 비용은 다른 모텔에 비해 약간 비싼 5인 기준 50만~70만원선이다.

종로에 위치한 S업소도 인기다. 총 58실을 갖춘 S업소는 각 방 한가운데 동그랗게 구멍을 내고 4명 정도가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설치해 미니바를 연상시킨다. 브라운 톤의 커튼과 앤티크식기로 꾸며진 인도풍 룸 등 다양한 콘셉트의 룸이 마련되어 있으며 숙박료는 평일 7만5000원 정도이고, 주말에는 1만~2만원 더 비싸다. 이어 수원시 구운동에 위치한 M업소는 작은 수영장이 딸린 객실(19만원 정도)과 복층식 특실(23만원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각양각색 모텔 파티룸
“우린 어디로 가볼까?”

다른 파티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유명한 업소는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B업소. 이 모텔은 최상층인 5층에 펜트하우스 형태의 전문 파티룸을 구비해놓았다. 인원에 관계없이 특실은 주중 10만원, 주말에는 12만원을 지불하고 밤 10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이용할 수 있다.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E업소는 다른 모텔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인테리어로 젊은이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오토바이와 감옥, 스테이지와 사이키 조명을 갖춘 나이트방과 같은 특색 있는 객실을 마련해 놓은 것. 특이하고 이색적인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양 팀장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 신촌이나 종로, 강남, 잠실 등의 모텔은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된다. 접근의 편리성과 함께 인근 상권의 많은 볼거리와 놀거리가 이 지역 모텔을 선택하는 이유다.



호텔은 가격이 부담되고 모텔은 제약이 부담된다면 ‘레지던스’도 친구들과의 하룻밤 파티 장소로는 손색이 없다. 저렴한 숙박비와 깔끔한 인테리어는 기본이고, 레지던스에서는 마음껏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이 되면 모텔만큼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 바로 호텔이다. 모텔과 비교했을 때 다소 가격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최근 모텔 파티룸이 고급화되면서 그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양 팀장은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파티공간의 정보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다양한 가격대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콘셉트에 맞춰 모텔이나 호텔을 예약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호텔 정보 사이트 ‘호텔 아하’의 이재원 팀장 역시 비슷한 답변을 했다. 연말에 가격 상승폭이 큰 모텔에 비해 호텔의 가격 상승폭은 그렇게 크지 않아, 크리스마스나 연말 같은 성수기만 놓고 보면 호텔의 이용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는 것.

이어 이 팀장은 호텔을 주로 찾는 고객에 대해 “호텔은 20대 중반 이후 고객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면서 “가족끼리 호텔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연인이 가장 많다”고 덧붙였다.

호텔 이용 고객들이 모텔보다 호텔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 팀장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고 운을 땠다. 이 팀장은 가장 먼저 크기나 객실의 차이가 아닌 부대시설 유무가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호텔은 모텔과 달리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부터 운동을 할 수 있는 피트니스, 최근에는 실내·외 수영장 및 골프연습장까지 생겼다. 여러 가지 다양화된 시설로 많은 이용객들의 니즈를 해결해 줌으로써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또 “객실 내부에 비치된 고급 비품들과 서비스 마인드의 차이도 고객들의 발걸음을 호텔로 돌리는 이유”라고 전했다.

모텔이 지겹다면
눈 딱 감고 ‘호텔로’

한편, 호텔은 크리스마스나 연말 등 성수기가 되면 고객들의 발걸음이 멈추는 지역이 눈에 띄는 모텔과 달리 특정 지역을 떠나 전국구로 객실확보가 우선일 정도로 예약경쟁이 치열하다.

이와 관련 이 팀장은 “그 중에서도 강원도와 부산 쪽은 바다가 보이는 객실이 있는 호텔을 선호하고, 서울 같은 도심에서는 강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이 특히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2010년의 마지막 페이지를 멋진 추억과 함께 장식하고 싶다면 올해 송년모임은 테마가 있는 모텔이나 격조 높은 호텔에서 치러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제공=야놀자(www.yanoija.com), 호텔아하닷컴(www.hotela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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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