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연평사태 후폭풍 ①그날 그 시간 남쪽에서는?

“연평도가 우리나라야?” ‘펑’하고 ‘폭삭’했는데 뒷짐 지고 ‘강 건너 불구경’


평온하던 섬마을에 갑자기 포탄이 쏟아졌다. 지난 11월23일 연평도는 북한의 갑작스런 해안포 포격으로 불바다가 됐다. 6·25 이후 처음으로 자행된 민간인 공격에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사건 당일 연평도 주민들은 패닉상태에서 급하게 섬을 빠져나왔고, 그들이 겪을 ‘트라우마’는 최고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사건 당일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23일 연신 ‘속보’로 전해지는 연평도 소식에 대통령은 ‘확전 자제’ 말 바꾸기에 급급했고, 강남 부자들은 ‘주식’과 ‘금덩이’를 사들이기에 바빴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장난스런 댓글과 우스갯소리로 ‘전쟁 위협’을 난도질했다. ‘전쟁’이 눈앞까지 와 있는 최악의 상황에도 ‘강 건너 불구경’이 따로 없었던 것. 국민들의 국가관과 애국심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순간, 그날 그 시간을 되돌아 봤다.

6·25 이후 첫 민간인 공격으로 2명 사망 ‘충격’
연평도 주민 긴급 피신 등 전쟁 공포 ‘극대화’


11월23일, 북한군이 노골적으로 우리 영토에 포화를 퍼부어 우리 병사와 민간인이 무차별하게 살상당했다. 90도로 깎아지른 절벽에 동굴을 파고 그 속에 숨겨놓은 북의 해안포의 2차례에 걸친 파상공격은 연평도를 폐허와 아비규환의 땅으로 만들었다.

대통령의 국가관 의심
‘확전 자제’ 하라니…

이날, 각종 언론에서는 연일 <속보>를 통해 연평도의 소식을 전했지만 당일 국민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하루가 지나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듯 여기저기 탄식이 흘러나왔다. 정작 사건이 발생한 당일 연평도를 제외한 대한민국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사태가 발생한 이후 가장 먼저 들었던 충격적인 소식은 이명박 대통령이 ‘확전 자제’를 명령했다는 것이었다.

병사들이 숨지고 민간인까지 피해를 입고 있는 그 순간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분노를 한 것이 아니라 “확전되지 않게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곧 군통수권자의 자격에 관한 문제와 직결된다.
청와대의 브리핑 이후 보수진영과 국민들에게서 “한심하다” “병역 미필자 정권답다”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국민의 반응이 거세지자 이른바 마사지 사태가 발생했다. 청와대가 “대통령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발언사실을 주물러 모양을 다르게 만든 것.

그날 밤 이 대통령은 “다시는 도발을 못할 정도로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고 다시 지시를 내렸다.
참담한 공격을 당하고도 북을 향해 발톱을 드러내야 할 대통령이 내부적으로 책임을 면피하는데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는 모습을 보인 것. 대통령의 이 같은 모습은 성난 보수세력과 국민들을 의식한 발언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시는 천금의 무게를 지니고,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신속히 전파돼 주요 지휘관들이 정확히 숙지해야 한다. 하지만 11월23일 이 대통령의 말이 군사적으로 무의미하다는 것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물론 군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야당과 진보진영은 조용한 대신 여당과 보수진영에서 벌집 쑤시듯 이 대통령을 맹비난한 것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포탄이 터지고, 피와 살점이 튀고, 아비규환 속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이 바로 전쟁이고, 이날 우리는 전쟁의 목전까지 가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말바꾸기에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 것은 대통령의 국가관과 애국심을 의심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역시 강남 부자들은 달랐다. 온 나라가 연평도 사태로 떠들썩함에도 불구하고 이날 장마감 시간 강남 일대 은행 프라이빗 뱅킹 센터와 증권사 창구에 전화가 빗발쳤다.

일부 네티즌 ‘전쟁놀이’ 취급, 저질 댓글 ‘폭격’
‘강 건너 불구경’ 따로 없어 안보의식 부재 ‘심각’


연평도 포격 소식에 주식을 내다팔기 위한 것일까 생각했지만 정반대였다.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주식을 사려는 고객들이 쇄도한 것.
이튿날 대우증권 송파지점은 평소보다 주식을 매수한 고객이 갑절이나 늘었고, 투자 자금도 2~3배 늘었다. 
강남 부자들의 발빠른 움직임은 일반 ‘개미’들이 주식을 대거 내다판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반 투자자의 경우, 전쟁이라는 불안심리에 서둘러 주식을 파는 경향이 있지만 부자들은 이조차 기회로 활용했던 것.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도발은 과거와 달리 육상공격이었던 데다 민간인 피해까지 발생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시나리오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면서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와 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재산 불리기에만 관심이 집중된 강남 부자들의 행태는 묘한 씁쓸함을 남겼다.

전쟁 앞두고도 주식타령?
강남 부자들은 달라

누군가는 연평도에 남아있을 가족 생각에 연신 전화기를 들고 있는 그 순간, 강남 부자들은 프라이빗 뱅킹 센터와 증권사 창구에 전화걸기 바빴던 그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런가 하면 인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라면과 생수의 매출이 급증했지만 이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감지되지 않았다.
인천 등 일부 지역에서도 사재기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나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잦은 남북간 충돌로 인해 학습효과가 더해지면서 앞으로도 대규모 사재기 현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유통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편, 개념을 상실한 일부 네티즌들은 사건 발생 당시 무개념의 끝을 보여줬다.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진 틈을 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허무맹랑한 설로 낚시질을 하는가 하면 “피난을 가더라도 짐은 명품백에 넣어가겠다”는 등의 ‘망발’로 안보불감증의 심각성을 각인시켰다.
연평도 포격 이후 가장 먼저 인터넷을 달군 것은 ‘김정일 사망설’ ‘예비군 소집설’ ‘연평도 위성사진’ 등이었다.

23일 오후에는 트위터상에 포격을 당한 연평도 위성사진이라면서 포연에 휩싸인 지역의 위성사진이 공개됐지만 위성사진은 몇 분 만에 연평도와 상관없는 사진임이 발각됐다.
온라인 주식 거래정보 사이트에는 ‘김정일 사망설’이 돌았다.

피난 갈 땐 ‘명품백’에
개념 팔아먹은 네티즌

그런가 하면 이날 오후 일부 시민들의 휴대폰에는 ‘23일 6시까지 각 지역 기차역으로 소집 명령’ ‘국방 비상태세 발령, 예비군 및 민방위 대원 소속 동사무소로 소집’ 등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하지만 국방부는 괴문자 유포 사실을 확인하고 “연평도 사태와 관련, 군 당국이 예비군 소집을 명령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각종 루머보다 더 큰 문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무개념’ 발언에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장난스런 댓글로 상황 자체를 우습게 만들어버린 네티즌이 생각보다 여럿 존재한 것.
‘무개념’ 네티즌들은 트위터나 미투데이 등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북에서 남편 생일을 어떻게 알고 축하해주는 축포를 쐈다” “피난을 가더라도 짐은 명품에 싸고 싶다” “전쟁나면 백화점을 털러 가야겠다” “말로만 듣던 폭탄, 연평도 사람들 대박”이라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글을 올렸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안보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세대간 시선도 극명히 달랐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전쟁’이라는 단어의 생소함과 비현실성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환갑을 넘긴 어르신들은 과거 ‘전쟁’의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어 누구보다 공포에 떨었다. 다시 한 번 이 나라에서 전쟁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간절한 것.

25일 현재 북한과 우리나라의 교전은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사건 발생 당일의 충격과 공포를 생각하면 아직도 몸서리처진다. 이번 사태가 나라의 역사와 과거를 제대로 알고 국가관과 안보능력, 애국심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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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